대구 유세 펼친 민주노총 후보 4명 "선거결과 무조건 승복" 약속

첫 직선제 맞아 유세...대구, 투표권자 2만 6천명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첫 임원 직선제에 출마한 4명의 후보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가 대구를 방문해 “선거결과에 대해 무조건 승복하고 조합원의 선택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강당에서 합동연설회를 벌인 후보들은 민주노총의 조직확대, 투쟁, 혁신과제와 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1번 정용건-반명자-이재웅 후보조는 당면한 공무원연금 투쟁을 중심으로 한 ‘사회연대전략’을,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조는 ‘박근혜 정부에 맞선 총파업 투쟁’을, 3번 허영구-김태인-신현창 후보조는 ‘산별 중심이 아닌 비정규직 전략조직화’를, 4번 전재환-윤택근-나순자 후보조는 ‘힘 있는 민주노총을 통한 진보대통합’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산별노조 중심 체계에 대한 견해차

유세를 마친 후 진행된 공통질문과 질의응답에서 각 후보는 산별노조-민주노총 체계에서 힘이 모이지 않는 이유와 해결방안에 대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허영구 후보는 민주노총-산별노조 체계 조직의 전면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영구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구조에서 산별노조는 그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아닌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산별노조체제로는 투쟁할 수 없다”며 “현장이 무너진 상태에서 산별 체제는 불가능하다. 지역에서부터 연대하는 토대 위에 산별 정책에 대한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영구 후보는 “알바노조와 함께 2년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400명을 조직했다. 지금은 산별로 조직되지 않는다. 금속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마트, 식당에서 일한다. 어떻게 산별로 소속되겠느냐”며 “재정의 50%를 지역에 배치해 지역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중점을 두는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전재환 후보는 각각의 산별노조의 요구 자체를 통일하기는 어렵다며 민주노총이 산별노조 간 의제를 모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재환 후보는 “건설노동자는 특수고용 문제, 금속노동자는 통상임금 문제를 중심에 두고 싸우고 있다. 요구와 투쟁할 수 있는 배경이 달라 하나의 획일적인 요구로 할 수는 없다”며 “민주노총은 각각의 요구를 투쟁을 통해 전체로 모아내고 함께 싸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균 후보는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개별적 투쟁이 정파간 이해관계 탓에 민주노총으로 힘이 모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한상균 후보는 “근본적으로 대산별로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정파와 정치의 도구로 이용당한 세월 동안 같은 업종이지만 같은 산별노조가 아닌 상황이 됐다”며 “이는 민주노총의 권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도 강화하고, 산별 간 문제를 큰 투쟁으로 만드는 단결은 지도부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용건 후보는 사회연대전략의 부재를 해결 과제로 꼽았다.

정용건 후보는 “현재 산별노조는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산업별노조로서 역할이 안 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또, 민주노총 중집을 하면 산별대표자들이 각자 정파를 가지고 있어 회의가 이어지지 않는다”며 “언론노동자가 투쟁했을 때 종편을 없애라는 요구를 전 산업 노동자가 함께 요구했어야 했다. 또, 현대차 비정규직, 철도와 의료민영화 문제 등 주요한 의제는 산별노조가 이를 받아 요구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환 "진보정당 분열상태, 재정립하겠다"
정용건 "사회연대전략으로 조합원이 동의할 수 있는 의제로 투쟁"


4명의 후보조 간의 차이를 묻자 후보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강조했다. 직접적이지는 않았지만, 상대 후보를 견제하는 발언이 나오자 미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전재환 후보는 “저희는 통합후보라고 이야기한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통합지도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후보들과 차이점”이라며 “노동자정치세력화도 중요한 점이기 때문에 과거를 성찰하고 반성해 사분오열된 현재의 진보정당의 문제를 재정립하고 중심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상균 후보조의 이영주 후보는 “젊다, 그리고 민주노총 중앙에 어떤 직책도 가지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다. 나이의 젊음이 아니라 탄압하면 그 순간을 투쟁하고 즐길 수 있는 힘이 있다. 또 박근혜 정권과 전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라면서 “2년 동안 당한 박근혜 정부에 남은 3년을 돌려주겠다는 의지로 정부와 맞장뜨겠다”고 말했다.

정용건 후보는 “우리는 사회연대선본을 지향했다. 우리끼리만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싸움의 의제를 조합원이 동의할 수 있는 의제로 통일시켜내야 한다”며 “우리는 특정한 정파가 없고 산별이 겹치지 않아 조화롭게 투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영구 후보는 “직선제 쟁취투쟁에 16년 동안 달려온 점, 2004년 투기자본감시센터를 만들면서 투기자본의 전력전술에 대한 대응을 준비한 점이 강점”이라며 “사무총장 후보가 30대로 가장 젊고, 하청노동자로써 투쟁의 선두에 섰다는 점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허영구 "최저임금 1만원 이제는 현실적 요구...노동이 나서야 생태-반전평화 가능"
한상균 "고도의 정책토론보다 절박함, 총파업 성사시키겠다"


질의응답에 앞서 후보들은 15분씩의 개별 유세를 진행했다.

정용건 후보는 “올해 가장 당면한 문제는 공무원연금투쟁이다. 이 투쟁을 받아서 국민연금을 올리는 투쟁까지 해야 할 때”라며 “지역에서 생활연대를 통해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이 함께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출신인 정용건 후보가 발언에 나서자 농협노조 조합원이 정용건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벌이기도 했다.


허영구 후보는 “알바노조와 함께 최저임금 1만원을 이야기할 때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6~7천원을 제시했다.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요구가 되고 있다. 또, 비정규직 전략조직화본부를 만들고 조직갈등이 없도록 전국, 중앙, 지역에 민주노총 가입서를 배치하겠다”며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고, 모두가 함께 만드는 세상, 투쟁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허영구 후보는 “현대차 야간특근 다 합쳐서 8천만 원 받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7천원 수준이다. 주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야간노동을 없앴다면 원전 폐쇄도 가능하다. 군비축소가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것이고, 노동자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이다. 반전, 생태운동에 노동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재환 후보는 “민주노총은 산별노조-정치세력화 두 가지를 보고 달려왔다. 아직 산별노조는 자리를 못 잡고, 정치세력화는 진보정당 사분오열로 드러났다”며 “힘 있는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해 통합지도부로 출마했다. 지도부가 잘못했다면 지도부가 바뀌어야 하고,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자랑스러운 이름만 빼고 다 혁신하자”고 말했다.

전재환 후보조는 대구지역의 투쟁사업장인 대구일반노조 곰레미콘지회,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조합원들과 만난 이야기도 전했다.

한상균 후보는 “많은 정책과 공약보다도 우리가 넘어야 할 과제는 현장에서의 싸움이다. 지도부가 결단하면 어떤 산별이 싸우지 않겠다고 하겠느냐. 우리는 고도의 정책토론보다 절박함이 필요하다”며 “정권에 맞서 싸웠던 한상균, 반드시 총파업을 성사시키고 노동자 우습게 보는 박근혜 정권과 싸워 이기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이 한상균 후보 지지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선거결과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서명판에 서명 후 대구 유세를 모두 마쳤다. 후보자들은 내달 2일까지 선거운동을 진행한다. 이후 12월 3일~9일까지 투표가 실시된다. 대구지역본부 유권자는 2만6천여 명이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