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지급 통상임금, 기업경영 부담되면 안 줘도 된다"

대법원 단서 발목잡나...금속노조 “기업편향적 판결, 통상임금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해야”

기업의 미래 경영에 부담을 준다면, 미지급 한 통상임금을 다시 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밝혔지만, 기업의 경영 위기 등 단서를 단 것이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프랑스 계열 자동차 부품 회사 AVO카본코리아 노동자 27명은 지난 3년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은 채 수당을 받아왔다며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2010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미지급된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소송했지만, 10월 16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최중식 금속노조 AVO카본코리아지회장은 “지난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당연히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미지급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송이 기각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서부지법의 판결을 비판했다. 이들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12일 항소했다.


서부지원은 원고 27명이 그동안 회사로부터 받은 상여금이 일정 기간 일한 노동자에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된 임금이라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생긴 추가 통상임금,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액, 중간정산 퇴직금 미지급액을 회사 측이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서부지원은 회사 측이 제기한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 줬다.

노사가 단체협약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합의했고,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판결 근거로 밝혔다.

또한, 회사 측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전체 노동자들에게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경우, “추가부담액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회사 측 당기순수익의 33%나 차지한다”며 “향후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회사 측이 장래의 투자활동이나 경영활동이 위축되어 경영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며, 이를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추가임금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금속노조대구지부는 21일 오전 서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소송들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될 우려가 커졌다.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남발하여 자본가들의 임금 떼먹기를 옹호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며 “무수한 혼란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통상임금 판단 기준을 배제하고, 통상임금의 사전확정성, 명확성, 법정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금과 유급 휴가시 지급될 임금을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대구 지역에서 금아리무진노조, 대구염색공단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앞으로 열릴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판부가 어떤 기준으로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말

김규현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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