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및 의원들은 27일 오전 10시 민주노총을 방문해,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지도부 및 투쟁사업장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측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백재현 정책위의장, 이용득 전국노동위원장, 이석행·이인영 전국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우원식, 최원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에서는 신승철 위원장과 양성윤 수석부위원장, 김경자, 주봉희 부위원장, 이창근 정책실장, 박성식 대변인,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나눔연대국장, 김정욱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 등이 참여했다.
새정치 지도부 민주노총 방문, 양대노총과 ‘정책협의체’ 구성할까
이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노총 측에 상시적인 정책협의 틀을 구성할 것을 적극 요구했다.
이용득 전국노동위원장은 “우리당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관계가 애매하다. 당 지도부가 바뀌면 한 번씩 방문하는데 현안 문제는 상존하고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지난번에 한국노총 방문했을 때 양 노총 정책 담당자와 우리당 정책위의장이 정례 모임을 갖자는 제안이 나왔다”며 “비대위 기간 중에라도 이를 시도해 정례화 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현장의 목소리와 아픔들을 가장 잘 알고 같은 눈높이에서 고민하는 정당으로 가야할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원 역시 “이용득 위원장이 말씀 잘 하셨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층노동자와 농민, 대중들을 향해 해야 할 일이 명백하게 있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상시적으로 협의하는 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었다. 이인영 의원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법제도를 바꾸는 부분은 막을 수 있지만, 더 좋게 만드는 것에서는 난점이 있다. 심지어 상임위 과반이었던 시절에도 못했던 부분이다. 가능하시다면 정례적인 창구를 개설해 전략적으로 플랜을 가지고 하면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창구를 개설해 1년간의 전략적인 플랜을 설정해 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정책협의 틀 구성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위원장은 “너무나 당연히 정례적인 모임이 있어야 한다. 100% 찬성이다. 말 나온 김에 비대위에서 주관할 테니 양 노총 정책위원들의 모임을 만들어 아예 이를 정례화하는 지침 및 규정에 합의하자. 지침을 만들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합의만 하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반가운 말씀을 하셨다. (회동을) 몇 번 하다 보니 그 때마다 쓰나미가 왔다 간 것처럼 빠져나간다. 하지만 실제 해결된 것은 없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며 “정례적으로 풀어나가고, 한 번 방문하면 한 가지라도 해결됐으면 좋겠다. 문희상 위원장 말처럼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협력할 것이 있으면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도 “민주노총은 정책협의를 거부해 본 적 없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정당에 정책협의를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당 지도부가) 왔다가 돌아가면 내용이 없어진다. 민주노총 내 투쟁하는 사업장들은 마치 민원 창구를 찾아다니는 서글픈 느낌을 갖게 된다”며 “민주노총은 (제안에 대해) 환영하고, 정책적 내용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현안문제 적극 협조, 개입 요구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현안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나눔연대국장은 사모펀드인 MBK와 맥쿼리가 2008년 씨앤앰 인수 당시 정부 승인 과정의 문제점과 부실 대출, 인수 후 불법영업, 부당거래, 반사회적 기업 운영 등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김 국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문제에 의지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143일차 노숙 농성 중인 씨앤앰 농성장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정운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2012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도 너무나 많은 약속을 파기하고 있다. 그 뒤에도 전혀 이뤄진 것 없이 6년째 오고 있다”며 “미래의 경영위기도 정리해고 요건이 될 수 있다는 대법판결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답을 내놔야 한다. 노동의 문제, 쌍용차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절박함에 와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대화의 틀이라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창근 정책실장은 △비정규직 투쟁(희망연대노조 및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문제, 아파트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문제, 학교비정규직 문제 등) △정리해고(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노동현안 해법 및 관련 법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새정치민주연합에 전달했다. 아울러 공무원연금, 의료민영화, 2차 공공기관 정상화 등 사회공공성과 관련한 의견도 밝혔다.
김경자 부위원장은 최근 국회 기재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간사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상임위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당론이 변경된 것이 아니라면 서비스발전기본법에 합의한 야당 간사는 당론을 위반한 거 아니냐. 징계,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이 법 개정 문제조차 대응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 건강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피켓 시위를 벌이며 여수시의 최저임금 위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여수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미화원들이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요구했더니 만나주지도 않았다. 지난주에는 집회를 열었더니 시장이 지도부 3명을 고발해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로 조사를 받았다. 새누리당도 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목포, 여수, 순천시 모두 미화원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으며, 책임자 처벌이나 반성도 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새정치민주연합이 해결하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계속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리도 원내에서 투쟁 중...의심할 여지없는 진보정당”
우원식 의원은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 “쌍차 문제에 있어 우리당으로서는 빚을 진 것 같다.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실시되지 않았고,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대법 판결이 나왔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정부가 뒷짐을 진 채 재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당은 정부 측에 본연의 임무를 요청했고, 사법적인 판단을 넘어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희상 위원장은 씨앤앰 방문 요구와 관련해 “가고 싶다. 하지만 당대표로서 전략홍보본부의 일정에 따라야 한다는 점은 이해해 달라. 제1야당 대표가 왔다는 것이 이슈, 쟁점이 되길 원하신다면 절차가 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할 것이며, (일정이) 정해지면 득달같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과 관련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내년 4월로 기한을 정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사회적 합의가 구성되기 전에 날짜를 박지 않겠다. 사회적 합의 없이 일정이 잡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회적 기구가 타결되지 않는 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현안문제로 제시한 것들이 모두 우리 의원들의 발의안으로 나와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우리도 투쟁하는 기분으로 원내에서 죽어라 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적이냐는 대목에 대해 회의적일지 모르겠지만, 강령과 당헌에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다는 대목이 명백히 박혀 있다.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과 뜻을 같이하겠다는 강령을 갖고 있는 만큼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책적 대안도 중요하지만, 진짜 주목받지 못하지만 집중되는 사안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정치가 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지만, 가장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쟁점화 시키기 위해 당이 어떠한 정책적 판단을 갖느냐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