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달려간 ‘차차차’, “복지부는 응답하라”

보건복지부 앞 집회, "장관 직접 만나 요구 전달할 것"

보건복지부가 세종시로 이사 간 후 처음으로 장애인계의 집회와 마주했다.

올해 초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현대사옥에 입주해 있던 보건복지부는 세종시로 옮긴 이후 물리적으로나마 장애인계의 불만의 목소리와 거리를 두고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26일 전국 각지에서 세종시로 달려온 장애인, 빈민 활동가들은 한동안 복지부에게 주어졌던 ‘평온한 시간’(?)을 더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차’별을 걷어‘차’는 부릉부릉 자동‘차’” 연대투쟁 선봉대는 26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앞으로 달려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요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차’별을 걷어‘차’는 부릉부릉 자동‘차’”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6일부터 오는 12월 3일까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전국순회투쟁에 들어간 연대투쟁 선봉대 ‘차차차’는 첫날 일정을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앞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의 장애인복지는 전통적으로 장애등급기준과 가구소득기준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한 ‘2열 종대 선착순’ 복지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서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는 당연히 그 사람이 어떠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할 텐데, 한국에서는 장애등급과 가구소득을 절대적 기준으로 사용하여 이 두 가지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서비스로부터 배제되어,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복지제도의 절대기준으로 작동하는 한, 국가의 행정편의주의가 개인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무시하고 임의로 잘라내는 폭력과 공포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한국 장애인복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지금까지 828일째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이날 오후 2시 복지부 앞 집회에는 ‘차차차’에 결합한 활동가 외에도 서울, 인천, 충북, 대전 등 각지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함께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요구에 묵묵부답인 복지부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냈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차차차' 참가자들.

  함성을 외치고 있는 '차차차' 참가자들.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미 소장은 “우리는 그동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장애인 개인에게 맞는 맞춤 서비스를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는 ‘송파 세 모녀 법’만 들여다봐도 현재 수급 신청 후 30일 이내에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을 60일로 늘려 놨는데, 두 달을 기다릴 수 있었다면 송파 세 모녀가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라고 개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인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장애등급제 개편 논의를 강하게 질타했다.

남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대안 논의가 우리의 요구와는 관계없이 이미 그 설계도가 나와버렸다”면서 “장애등급제 개편 논의가 2010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다음 대통령 눈치만 보다가 아무것도 결정 못하더니,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입장을 가진 전문가와 장애인단체는 모두 배제한 채 장애종합판정체계라는 것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복지부는 장관이 직접 내년부터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자격을 장애 3급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뒤집어, 중복 3급으로 한정했다”며 “활동보조서비스처럼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제도를 두고 약속을 뒤집은 이들은 모두 나와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외면한 채 추진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별급여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급여 수준 현실화를 위한 상대적 빈곤선 도입과 함께,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별급여 도입을 약속했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찔끔 조정하고, 급여 수준은 그대로 둔 채 상대적 빈곤선만 도입하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였다. 또한 개별급여를 ‘수급자가 복지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난의 무기로 사용하면서 기존 수급자들의 권리를 깨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얘기하면 언제나 예산 타령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에 드는 예산은 우리나라 전체 GDP의 0.5%에 불과”하다며 “이번에 그나마 교육급여에서 부양의무제가 폐지되긴 했지만, 더 중요하고 긴급한 생계급여,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해 더 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후, 이들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복지부 관계자는 국장 면담을 바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올해 안으로 면담 일정을 잡아보겠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이에 면담을 요구했던 대표단은 복지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강하게 항의하며 “장관을 직접 만나기 위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차차차’는 세종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전주로 이동해 27일 오후 2시부터 전주 자림복지재단 시설 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기초법 개정안의 내용에 항의하며, 개정안 '반품' 퍼포먼스를 벌였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하금철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