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인권헌장 제정했더니, 박원순 시장 “뭐하러 만드나?”

시민위원 면담서 인권헌장 거부 종용한 것으로 전해져

서울시가 서울시민인권헌장제정시민위원회(아래 시민위원회)가 제정한 인권헌장을 사실상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위원과 면담에서 인권헌장을 거부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시민위원회 전문위원인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2일 열린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 서울시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긴급 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서울시에서 인권헌장 제정을 사실상 거부하게 된 정황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 “서울 강남·북 지역토론 과정에서 성소수자 혐오집단에 의해 엉망이 되고, 공청회 또한 폭력적으로 방해를 받았는데, 이에 서울시가 부담을 갖게 된 것 같다”라며 “서울시의 대응은 갈팡질팡했고, 점차 정치적 타협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김 소장에 의하면 이후 서울시에서는 시민위원회에 시민 합의 없이 인권헌장을 제정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6차 회의를 앞두고 시민위원회 안경환 위원장과 문경란 부위원장이 박원순 시장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박원순 시장은 그 자리에서 '나를 곤경에 빠뜨리기로 작정했느냐', '인권헌장 뭐하러 만드느냐'라고 질책했다는 것.

김 소장은 서울시 공무원이 11월 28일 시민위원회 6차 회의에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투표 집계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고발하며, “서울시가 안이한 수준을 넘어 악의적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동성애 혐오세력보다 가증스러운 일을 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2일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권헌장을 거부하도록 종용한 정황이 제시됐다.

이러한 서울시의 태도를 두고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인권교육센터 들 배경내 상임활동가는 “서울시에서 인권헌장이 합의에 이르지 않았기에 선포하지 않는다는 것은, 합의되지 않는 인권은 끊임없이 유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사고”라고 지적하는 한편, “시민이 만드는 헌장을 받아 공표할 뿐이라는 서울시의 약속이 언제나 용도 폐기할 수 있는 약속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재단 사람 정욜 활동가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결정을 서울시의 비민주적 판단으로 그르쳤다. 인권을 타협으로 보는 자치 행정이 얼마나 인권 문화 확산에 기여할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혐오세력이 서울도시계획헌장에서 다문화를 문제 삼는 등 혐오가 다른 소수자 영역으로 확대되는데, 서울시가 이를 방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민위원회와 서울시 인권위원회 등은 서울시가 인권헌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견을 고수하더라도, 오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인권헌장을 서울시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선포하겠다는 입장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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