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해고자 투쟁 3650일, 끝까지 손잡아 주길

과천시민대책위, "올해는 이들을 꼭 가정으로 돌려보낼 것"

““40일 가까이 단식을 하다가 병원에 있는 최일배 동지, 길에서 농성하는 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 사람이 아닌 부속품처럼 취급당하는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12월 15일 오후 6시 30분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앞 천막에서 봉헌됐다.

  "열심히 일하는 일꾼을 박대하지 마라."(집회 7,20) 12월 15일 오후 6시 30분 과천 코오롱 본사 농성장 앞에서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3650여 일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 해고자들은 2015년이 되면 해고된 지 11년이 된다. 과천 본사 앞에서 복직 투쟁을 이어가던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 투쟁위원장은 10년을 넘기면 안 된다는 결심으로 지난 11월 5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40일째인 14일 건강상태가 위중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일배 위원장은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단식농성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 2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 당했다. 코오롱은 당시 재계 순위 23위였으며, 두 차례의 임금삭감과 430명의 희망퇴직에도 불구하고 구미공장 노동자 78명을 정리해고 했다. 해고자들은 이유 없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2009년 대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현재 78명 해고자 중 복직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12명이며, 3년 전부터 코오롱 본사 앞에서 최일배 위원장과 김혜란 총무가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고자들은 사측에 대화하기를 요구해 왔지만,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와 정의구현 수원교구 사제단은 성명서를 내고 코오롱 측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복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성탄을 앞두고 밥을 굶고 있는 이들의 거친 손을 잡아야 한다”며 연대를 통한 희망을 함께 찾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는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와 정의구현 수원교구 사제단을 비롯한 사제 20여 명이 공동 집전 했으며,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해 온 과천 시민과 수도자, 신자들 60여 명이 참석했다.

  최일배 위원장이 단식을 이어가던 천막.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최 위원장은 당장이라도 천막에 나와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그러나 어둠은 한 번도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빛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강론을 맡은 김형중 신부(수원교구)는 죄지은 이들이 무죄를 선고 받고, 가진 이들이 없는 이들의 것을 빼앗으며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 사회에는 어둠과 죽음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일갈하면서, “이 세상이 죽음의 빛, 거짓된 빛에서 나와 생명의 빛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중 신부는 “그러나 빛으로 살아 온 이들이 음지에서도 끊임없이 주님의 길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빛은 한 번도 어둠으로 내몰린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바로 빛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희망을 간직하고 어둠이 아닌 빛에 속한 사람으로서 빛 속을 걸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고자 투쟁 10년.... 3살이던 아이가 13살이 됐습니다”

미사에 참석한 김혜란 총무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하지만, 연대의 힘으로 이 싸움을 끝까지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 총무는 “우리가 바란 것은 해고의 이유를 알고자 대화에 임해 달라는 것 뿐이었다”면서, “10년의 싸움을 끝내지 않으면 스스로 투쟁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관심과 연대를 거두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 해고자 투쟁에는 과천 시민들이 오래 전부터 연대 활동을 해 왔다. 지역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성된 ‘코오롱 문제 해결을 위한 과천시민대책위’는 40여 명의 주민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해고자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지병권 공동대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인간적인 안타까움에 시작했지만, 점점 정리해고 문제가 우리 자신과 자녀들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면서, “남은 해고자들이 새해를 가족과 함께 맞이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병권 대표는 주민들이 각자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면서, 농성장 반찬 지원이나 문화제 참여 등을 비롯해 서명운동과 선전전, 사측에 대한 면담 요청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최일배 위원장이 40일만에 쓰러지면서 릴레이 단식도 이어갈 예정이다. 지 대표는 “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사람이 다치면 안된다”면서,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과천 시민들이 최일배의 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올해 안에 최소한 대화의 단초라도 마련하는데 시민들이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매주 화요일에는 천막 앞에서 해고자들을 지지하는 문화제가 열리고 있으며, 12월 16일 오후 7시에도 진행된다. 또 오는 12월 27일에는 ‘코오롱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코오롱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기사제휴=지금여기)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 걸린 시민들의 연대 목소리.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현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