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종차별과 국가폭력, 한국서도 문제”...한국서 다이-인 시위

이주노동인권단체, 인종차별적 경찰폭력 규탄 국제연대행동

한국의 이주·노동·인권 단체들이 미대사관 인근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적 경찰폭력을 규탄하는 국제 연대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인종차별과 국가폭력의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이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이주노조 등 45개 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미국대사관 인근에 위치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를 비롯해 미국 경찰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미국 경찰 폭력 반대운동에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연대 행동은 미국 단체들이 에릭 가너가 뉴욕 경찰의 목조르기에 살해당한 지 5개월째인 날이 맞춰 조직한 국제 연대 행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뉴욕 단체들은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11일 간의 행동 주간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목이 졸려 사망한 에릭 가너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친 11번을 상징하는 기간이다. 한국의 연대 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경찰이 죽어가던 에릭 가너를 방치한 7분을 상징하면서 7분 간의 다이-인 시위(die-in, 죽은 듯 누워있는 시위)도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8월 9일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한 18세 흑인 마이클 브라운 사건을 계기로 수개월 동안 인종차별과 경찰폭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해당 세인트루이스 지방법원 대배심은 문제의 경찰을 기소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또 다른 흑인 에릭 가너가 뉴욕에서 불법적인 목조르기로 경찰에 살해됐지만 마찬가지로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시위는 더욱 격렬해진 상황이다. 그 동안 경찰은 최루탄과 최루액을 동원해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고 수백 명을 연행해 갔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임월산 전국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은 이러한 미국 상황에 대해 “그 동안 미국에서는 무고한 흑인이 수없이 희생됐지만 운동은 유가족 지원 수준에서 그쳤다”면서 “시위가 이렇게 확산된 것을 보니 너무 고무적이다”라고 전했다.

미국 유색인에 대한 국가폭력, 한국에서도

이날 국제연대에 나선 단체들은 이 같은 “미국 경찰의 폭력은 구조적인 인종주의와 군사화에서 유래하는 제도적인 문제”라면서 이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한편 “한국에서도 낯선 문제가 아니”라고 경종을 울렸다.

우선 미국 유색인들이 겪고 있는 경찰 폭력의 문제는 미국이 해외에서 저질러온 전쟁과 점령의 결과로서 한미연합훈련과 미사일 방어망 구축, 한미 군사동맹 강화가 바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나타나는 미국 경찰 폭력의 다른 얼굴이라는 지적이다.

또 한국사회는 지난 60년 간 미국 군사화와 미국식 인종주의를 학습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한국 고유의 인종주의적 제도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매일 출입국관리소의 급습, 차별적인 법제도, 일상적인 모욕을 견뎌야 하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미국 유색인들의 처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인종주의적 경찰 폭력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전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이러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가 폭력의 문제를 낱낱이 고발했다.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대다수 국가권력은 생명을 학살해 왔다”면서 “한국 정부도 304명의 고귀한 생명의 살려달라는 외침을 외면하고 진실을 파묻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 앞 프레스센터 광고판에서는 한 달이 넘게 해고에 맞서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공농성을 하고 있고, 이주노동자들을 불법, 폭력적인 단속에 맞서 노동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더 강하게 단결해 싸울 때만이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폭력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미국 뿐 아니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국가의 폭력은 한국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한국에서 살고 있는 34명 중 1명은 이주민인데 한국 정부는 계속 차별하고 있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 계속 투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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