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콘서트 테러 학생의 후회...“사죄의 시간 갖고 싶다”

고교생 부모, 일베 성금 거부...담임 교사와 피해자 모임, 학생 면회

“화공계열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하고 대기업 취직 꿈도 있었던 친구인데...”

17일 오전, 익산 신동성당에서 열린 통일 토크콘서트에서 폭약테러를 일으킨 익산 한 고교 3학년 A군의 면회를 마치고 나온 담임 교사 B씨는 담담하게 기자에게 털어놨다.

A군은 ‘폭발성 물건 파열 치상’, ‘건조물 침입죄’ 등의 4가지 혐의로 18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A군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하는 등 우발적 행위로 보기는 힘든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A군은 경찰에 체포되고 한 동안 다친 사람이 있는 줄 몰랐으며, 일각에서 제기한 공범은 없는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이다.

경찰도 핸드폰 통화기록과 범행 전 동선을 파악한 결과 공범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참소리가 취재한 결과, 범행 전 A군은 또 다른 친구 2명과 토크콘서트가 예정됐던 원광대학교를 찾은 것이 알려졌다. 두 친구는 A군의 범행 의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행사가 연기된 것을 알고 한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고, 다른 한 친구는 신동성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가했다. 이 친구는 토크콘서트가 노래 공연으로 알고 현장에 갔지만, 강연 형식이어서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범행 당시에는 A군 혼자 있었다.

“화공 계열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어요”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A군은 화공 계열에 재능이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폭죽 등을 다루는 것을 좋아한 A군은 친구들과 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위험물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A군은 화학분석사 등 해당 학교 학생들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한 학생이었다.

담임교사 B씨는 “모든 아이들의 꿈이었고, 27살에는 대기업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 학교 학생들의 바람입니다. A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올 봄부터 시작되는 1학기에는 늦은 9시까지 화학 관련 공부를 친구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A군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취업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실습을 나가있던 상태였다.

“친구들이 장난을 치면 잘 받아줬고, 과시욕이 있는 친구도 아닙니다. 다만, 일베와 잔혹하고 폭력적인 애니메이션 등 그릇된 문화가 아이 인생을 꼬이게 만든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 10일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범행을 벌이기 전 A군은 한 전도사의 간증을 언급했다. A군은 신은미씨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냐고 묻고는 “한 수련회에서 00 전도사가 간증을 통해 북한은 지상낙원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이 물음이 제지받자 곧바로 범행을 저질렀다.

해당 간증은 중학교 2학년 때 한 교회 수련회에서 들은 내용이었다. A군은 자기 동네에서 종편으로부터 ‘종북콘서트’로 왜곡 받고 있는 통일 토크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간증을 기억해냈다.

“다친 분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시간 갖고 싶다”

17일에는 A군의 담임교사와 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잠시 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A군은 다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과 면회하기 전 스스로 반성문을 작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A군을 만나고 온 이세우 전북녹색연합 상임대표는 “누군가를 증오하면 자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말과 함께 A군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니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직접 만나보니 너무 순진한 친구여서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심정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단이라는 아픔이 만든 사건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서 “A군의 진정어린 사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군의 부모도 폭약테러로 다친 박창신 신부와 이재봉 원광대 교수를 직접 만나 사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신부와 이 교수는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일베와 일부 극우단체는 폭약테러를 일으킨 A군을 ‘열사, 의사’로 지칭하며 성금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약 1800만 원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일부 인사들이 익산경찰서를 찾아 A군 면회를 요청하고, 해당 학교를 찾아가고 있기도 하다. A군은 이들과 면회를 거부하고 있으며, 해당 학교에서는 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실명 거론과 A군의 잘못 왜곡하는 것 도움 안돼...잘못을 뉘우치게 도와야"

담임 교사 B씨는 “일부에서 A군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A군의 잘못을 잘한 일이라고 왜곡하고 있다”면서 “A군에게 결코 도움되는 일이 아니다”고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B씨는 “그릇된 청소년 문화의 심각성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여과 없이 청소년들이 보게 되면서 이와 같은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북 프레임 등 이념 문제로 여론을 갈등으로 몰고, 대화가 되지 않는 지금의 문화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문화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는 “잘못이 있으면 꾸짖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때리거나 그러라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학생이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처럼 잘못에 대해 감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의 부모는 일부 세력이 모은 성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B씨는 “계속 부모님들에게 연락을 시도하여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