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기사 월급 67만원, 암투병 어머니는

병원비 못내 옮긴 사연...“바지사장·경총 빠지고 원청 나와야”

SK브로드밴드 대전지역서 근무하는 수리 기사 김모(27) 씨는 최근 부랴부랴 강원도 강릉에 다녀왔다. 이곳 모 병원에 입원한 모친(51)이 병원비를 내지 못해 추가 입원비와 치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퇴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들 김씨에게 문자로 알린 것이다.

놀란 김씨는 강원도로 향했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보호자인 김씨가 아닌 환자에게 병원비 미납과 강제 퇴원을 예고한 병원 측에 야속한 마음을 안고.

그의 모친은 5년째 암투병중이다. 난소암이 대장까지 전이됐는데 장폐색 진단까지 받았다. 현재는 식사조차 못한다. 영양주머니와 배변주머니 등을 몸에 착용하고 생사의 고비에서 사투중이다. 매달 병원비 120~135만원과 대출비 1500만원, ‘개인회생자’ 딱지가 어깨를 짓누른다. 부친을 여의고 대학생 동생을 둔 그는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싶은데 맘처럼 안 된다. 참을 수 없는 건 아픈 모친이 돈이 없어 병원을 옮겨야한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어머니 얘길 하면서 말끝을 흐리고 한숨을 쉬었다.

“하...제가 돈이 없는 건 참을 수 있는데요... 어머니는 살려야줘... 죄송하죠. 병원비를 모두 납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15일치를 내지 않았나 봐요. 15일치에서 5일치 뺀 10일치 60만원을 납부하고 바로 강원도 모 병원으로 재입원 시켜드렸어요. 계속 병원에 있다 이제 좀 움직이는 중입니다. 병원엔 방학한 동생과 외할머니가 와 계시거든요”

김씨의 어려운 사정은 회사도 안단다. SK브로드밴드 대전중부행복센터(협력사 굿앤텔레콤) 회사 관계자가 먼저 김씨의 사정을 고려하겠다는 말도 했단다. 그런데 지난 4일 받은 11월 월급명세서를 보니 연차수당으로 32만원이 빠졌다. 또 실적을 못 냈다고 31만원을 뺐다. 기본급 108만원에 연장 휴일근무수당이 있어도 이것저것 마이너스시키니까 월급 67만2천 원가량 받았다. 듣도 보도 못한 마이너스 연차수당과 마이너스 실적비. 어디 가서 월급이라고 말하기도 창피한 금액이다.


김씨는 자신의 임금이 왜 이렇게 책정됐는지 알지 못한다. 노조의 파업 투쟁에 결합하고 어머니 병원일로 일부 업무를 하지 못해도 김씨가 혼자 계산한 결과 월급 130만원 정도는 받을 것으로 예상했단다. 연차수당 마이너스 32만원은 병원 업무로 공제한 금액으로 추정할 뿐이다.

김씨는 회사로부터 임금 관련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단다. 설사 듣는다 해도, 매달 실적 건수로 바뀌는 수당, ‘멀티기사’로 일방 통합되면서 선지급조로 100만원을 석 달에 걸쳐 월급에서 차감하는 현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등은 미지수다.

“노조가 생기자마자 회사는 장애기사, 개통기사 등을 멀티기사로 통합했어요. 이어 기본급으로 100만원을 선지급한 금액이 있다면 30만원, 40만원, 30만원 등 나눠 향후 월급에서 뺀다고 했죠. 또한 실적에 따라 건당 금액 기준이 계속 바뀌어요. 일례로 기사 개인당 개통건수가 100개인지, 200개인지, 센터의 개통 건수가 3천개인지 3천200개인지에 따라서 기준이 바뀌죠. 우리 용어로는 이 기준을 ‘허들’이라고 해요. 비정규직 기사들은 모든 과정에서 배제돼 있고, 우리가 왜 이렇게 열악한 대우를 받고 월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김선우 부지부장은 “대전중부 협력사 측은 서비스기사를 멀티기사로 통합하면서 노동자에게 월급명세서를 주지 않기도 했고, 월급명세서에 대해 ‘자체 회사 프로그램을 돌리면 이만큼 나온다’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기본급은 명분상 주는 것을 보이며 기준 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마이너스 시켜 납득되지 않는 금액의 들쑥날쑥한 임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지사장에서 교섭권을 위임받았다며 경총 관계자가 나오기 때문에 노사갈등 사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관장하는 원청의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희망연대노조 신희철 조직국장은 “올해 3월말 노조가 결성되면서 김씨를 비롯해 대전중부지회 조합원들이 처음으로 요구한 내용은 점심 휴게시간 보장과 과도한 노동강요 중단, 급여 내역의 투명한 공개, 일방적인 급여 체계 변경 중단, 일방적인 담당 업무 및 지역 변경, 원청 평가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월급 반토막 내기 중단 등 동등한 구성원으로서의 대화였다”면서 “그런데도 강제 퇴원 당한 어머님의 간병과 치료 대책 마련을 위해 1주일여 휴가를 다녀온 김씨에게 준 월급은 설명도 없이 고작 67만원뿐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조는 서비스센터 측이 퇴직금, 고객 불만족, 영업실적 저조, 장비 분실 등의 이유로 기사 월급에서 한 달 평균 50~80만원 가량 차감한다고 밝힌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차량을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센터에서 차량을 지원하는 경우는 5% 이하였고, 시간외수당은 대부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22일 김씨는 동료들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등 원청의 책임 회피를 규탄하는 선전전을 하고 다시 장소를 옮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모친의 건강이 위독해 아직 처지를 알리지 못했지만, 그전에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달 20일 이루 한달 넘게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 쟁의행위 중에도 계속해 온 교섭은 지난 15일을 끝으로 결렬된 상태다.

“저만 힘든 상황도 아니고, 동료들이 말을 안 해 그렇지 어렵죠. 수입이 없으니까요. 노사 교섭에 협력사도 아니고 경총이 나오는데, 재계서열 3위의 SK그룹이 참 뭐하는 짓인지... 할 말 없고 사태 해결도 못한다면 경총 관계자 교섭에 이제 그만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태 해결의 열쇠는 원청이 쥐고 있으니까요”

한편, 대전중부 협력사 측은 이날 계속 전화연락이 되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 측은 김씨의 월급명세서 대한 질문에 “다른 법인의 사업장 사정이라 코멘트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처: 자료사진]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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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하노

    그런 회사 다니는 사람이 있으니 그런놈들이 있는거다 월급에 손대는데 왜다니냐??? 어디 다른데 가도
    200은 받을텐데... 바보냐??? 이직해라.. 요즘 뭐
    평생직장이 어디있냐??? 이직하는게 빠른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