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당대표 선거, 진보재편 결론 따라 후폭풍 우려 제기

2011년 독자-통합 논쟁 재현가능성 커..진보재편 논란 종지부 찍을까

31일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한 노동당 당대표단 선거에서 정의당과 통합을 전제한 진보재편 문제는 모든 쟁점을 빨아들이며 당원들의 핵심판단 지점이 됐다.

기호 1번 나경채 후보가 당원총투표를 통한 진보재편을 내걸면서 모든 논쟁 구도는 당원총투표와 진보재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나경채 후보 쪽은 정의당과 통합 등 진보재편을 이루지 못할 경우 식물정당 상태가 돼 2016년 총선 등의 정치일정에 대응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나경채 후보의 진보재편 공약은 단순 공약이 아니라 재편파의 마지막 승부수다. 재편파는 최후 승부수를 이룰 카드로 당원총투표를 내 건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나경채 후보 쪽은 진보재편과 그 경로 외에 다른 공약은 거의 제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로지 진보재편 추진 동력을 이번 선거에서 얻어 내겠다는 것.

노동당은 당대회에서 대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당의 진로를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11년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사회당까지 아우르는 진보대통합이 당대회에서 2/3를 넘기 못한 60%의 지지로 부결된 바 있어 재편파에겐 당대회 2/3가 트라우마인 셈이다. 2011년도 진보대통합 논의 당시에도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추진했던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통합파(지금의 재편파)는 당원총투표를 제기한 바 있지만 관철 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당원총투표를 내건 것은 이번에야 말로 소모적인 통합-독자 노선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출처: 노동당 홈페이지 캡처]

노동당 분당 가능성 내포한 진보재편, 당원총투표로 연착륙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진보재편을 둘러싼 상황이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단순히 진보재편 가결이냐 부결이냐의 문제를 떠나 노동당 분당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과 진보재편을 전면 반대하고 있는 당내 의견그룹 ‘신좌파모임’의 기호 3번 나도원 후보는 진보재편 내용이나 당원총투표 절차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나도원 후보는 <참세상>과 통화에서 진보재편 추진에 대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재편 그룹이 야권 정계 개편에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기 위해 정의당과 새정련 이탈세력과 합치겠다는 것”이라며 “우선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나도원 후보는 “정의당이나 노동당 내 대부분 당원은 그렇게 가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분명한 독자노선을 가지고 대안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면서 당을 정립해 가야하는데, 노동당보다 오른쪽에 있는 진보 세력 간 이합집산으로 대응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나도원 후보는 특히 당직 선거결과 나경채 후보가 패배할 경우 일부 재편파의 탈당 가능성도 점쳤다. 나도원 후보는 “이번 당직선거 결과는 상당히 중요하다. 나경채 후보가 당선되면 당내 불안정성이 가속화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지역조직이나 많은 당원의 민심이 정의당과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그 분들(재편파)이 당을 이탈해도 대규모 이탈을 하기는 어렵고 개별적 탈당은 가능할거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또 “그동안 진보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노동정치연대라는 조직이 무력화 된 상황에서 외부 지원동력도 없어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고, 당원총투표가 되더라도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워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재편파 탈당)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나도원 후보는 ‘당의 미래’ 의견 그룹에 속한 기호 2번 윤현식 후보 측에 대해선 재편파와 함께 기존에 당을 운영해 왔던 구주류 세력이라고 규정 지었다. 나도원 후보는 “당의 미래 측도 노동당을 어려운 현실로 만든데 일정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며 “진보재편에 반대하지만 재편파와 사고 틀이나 정책 성향이 같다. 이번 선거는 신구대결이라고 생각하고 선거과정에서 당원들에게 많이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도원 후보는 핵심 노선을 녹색좌파의 길로 정하고 녹색좌파 대중정당으로 당을 혁신하고 2016년 총선에서 기존 진보 세력 간 합종연횡이 아닌 녹색당, 기본소득운동세력, 비정규 운동, 탈핵운동세력 등 녹색좌파라는 공통분모로 녹색좌파정치연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호 2번 윤현식 후보도 나경채 후보 쪽이 무리하게 진보재편을 추진할 경우 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봤다.

윤현식 후보는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정동영씨나 국민모임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진보재편을 빨리 해서 막차라도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그 조바심이 자칫 2012년 총선 후 통진당 분열상황을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현식 후보는 “정동영 씨가 나와 새 정당을 창당해도 역사상 그쪽 진영은 갈라졌다가 선거 성적에 따라 금방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국민모임에 휩쓸려 갔다가는 민주당에 휩쓸려 갈 수도 있다”며 “지금은 지켜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정의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도 “정의당은 강령 개정 시 사민주의 강령을 채택하면서 사실상 노동운동을 복지 다음으로 후퇴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이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게 적절한가 싶다”며 “재편파는 빨리 합당해서 정의당의 우경화를 막아야 한다는 분들도 있는데 몇 명이 가서 그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 국민모임 역시 노동가치나 반자본을 추동하기 어렵고 정동영 씨나 정의당의 우경화를 막을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이번 진보재편 격돌 결과 2011년 진보대통합 부결로 인해 당이 깨졌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보냈다. 윤 후보는 “이번에 또 독자-통합 논의로 가면 당을 깨자는 것밖에 안 된다”며 “당원총투표로 결정이 날 경우에도 아마 감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이 노동당에 남아 있거나 당 생활을 접을 가능성이 크고, 당 대 당 통합으로 얘기가 되면 통합이 싫은 당원들이 지킬 당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노동당을 유지하기가 어렵거나 동의 못하는 사람들 중 빠져나갈 수가 상당할 것”이라며 “진보좌파 세력의 정치적 재편 파트너가 정의당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준다면 무리 없이 통합이 가능하겠지만, 확신을 주지 못하고 그냥 ‘재편을 안 하면 죽는다’ 정도의 수사로는 중간이탈 층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반면 나경채 후보 쪽은 분당 가능성을 막기 위해 더욱더 당원총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나경채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김종철 전 노동당 부대표는 “당원총투표는 당원 총의에 따라 하는 거라 총투표 결과를 거부하고 당을 떠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이 이대로 가기는 어렵긴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당원이 믿고 따르는 장치로 당원총투표를 제안한 것”이라고 총투표 후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전체적으로 당이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 방편으로 총투표를 제기했기 때문에 많은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철 선대본부장은 정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정의당이 9월 전국위원회에서 새정치연합과는 통합을 하지 않고 진보재편을 희망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하겠다고 결의한 게 있어서 정의당이 진보재편에 부정적이라 보기 어렵다”며 “정의당의 정책노선과 강령, 정치활동이 완전하게 좌파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진보정당의 정체성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의당의 7대 강령 등 기본적 노선으로 파악해야하고, 과거 일부 구성원들의 잘못을 가지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또 진보재편의 상에 대해선 “(국민모임까지 아우르는) 진보재편을 하자는 것은 진보정치 세력을 다 모아 제1야당을 교체할 잠재적 세력을 만들 자는 것”이라며 “당원 민주주의 등의 원칙에 동의하고 제3세력으로 새정치연합과 구별되는 전망을 가지고 진보적 정책을 수용하면 다 같이 할 수 있다. 아직은 국민모임이 어떤 조직인지 잘 모르고, 정동영 상임고문이 그동안 진보적 동향을 보여준 게 많지만 어떤 사람이 정동영 고문과 같이 하는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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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쎄요

    마오는 정세에 따라 새누리당과 비견될 국민당과도 합작을 했습니다. 또 정세에 따라 내전을 벌였습니다. 러시아, 베네수엘라의 혁명운동도 다수 인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주요 과제였습니다. 레닌은 반대와 우려속에서도 NEP를 시행하지 않았던가요? 이런 타협 때문에 실패한 거라고 이야기하는 논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짐작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나마 해본적 있던가요. 입장의 선명함으로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관념적 태도는 벗어나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운동의 구체적 현실적 대상은 바로 현 시점의 대중입니다. 현실의 대중은 외면한 채 관념속에서나 깃발아래 뛰쳐나오는 군중을 그리며 하는 운동이 정녕 유물론적인 것입니까. 이런 한국의 운동판에서는 마오나 레닌이 환생해온다해도 개량에 반동소리 밖에 못들을 겁니다.

  • 나경채 지지

    기호 1번 나경채 후보가 대표가 되어 노동당과 정의당이 진보대통합 해야 합니다. 통합 당원총투표 갑시다. 나경채 후보를 지지합니다.

  •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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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코프스키

    마오랑 레닌을 언급하신 분 저 환경에서 적용이 맞다고 보시는지요? 이미 중심을 잃고 사망하는 건데 여기에 적용하시다니? 거기다가 이미 유산정치를 하는 자들과 합당한 정당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는 자체가 식상할 뿐만 아니라 대의의 훼손이기 까지 한 사실인데 ...

  • 보스코프스키

    이번기회에 패배를 비롯해 불리한 일이나 이에 준하는 일만 있으면 각설이 처럼 돌아오는 그넘의 (정의당과의) 합당논쟁 끝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이 없는 것을 투표까지 끌고 가야한다는 것 이 역시도 어이없는 일입니다!!!

  • 삼분

    깔끔하게 왼쪽 삼분지계가 답이다.

    1. 정동영-정의당-노동당 (사민주의, 사회주의건 의회주의자들)
    2. 사회주의노동자당 (사회주의, 비의회주의자들)
    3. 녹색당 (소수니까 자기들끼리 실험하도록 자꾸 건들지 말 것)

    * 통합진보당은 논외.

  • 현자비정규직

    통진당 빼고 다 합쳐야 합니다. 지금 진보의 싹이 말라갈때 정체성을 중심으로 프레임의 확장성이 담보 될때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진보 재편이 잘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