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의 확대는 노동의 권리를 어떻게 박탈시키는가?

[주례토론회]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지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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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제 노동은 어떻게 비정규직이 되었나?

- 기간제법이 제정되기 전 시간제노동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율하고 있었다(정확히는 ‘단시간’이라는 용어를 사용). ‘통상의 근로자보다 짧은 시간 노동’하면 단시간 노동을 분류되고, 시간에 비례하여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는 모호한 규정이기는 하지만 비정규직의 한 유형으로 개념화되지는 않았으며, 소위 파트타임 노동이라는 것은 고용형태 상으로 ‘기간제 계약’의 형태를 주로 취하고 있었다.

- 이는 개념상 그렇다는 것이지 단시간 노동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단시간 노동이라는 이유로 차별이 존재하고 권리의 침해가 있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의 한 유형으로 포괄 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단시간 노동의 보호와 모호한 법규정상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시간근로자’의 정의를 1주간·1개월간의 소정근로시간이 당해 사업장의 동종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1주간·1개월간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30% 이상 짧은 근로자를 말하는 것으로 함(안 제61조의2 신설)”이라는 개정안이 발의되었던 바도 있다.(근로기준법 개정안 2004년 7월 12일 단병호 의원 대표발의, 임기만료 폐기)

- 그런데 기간제법 제정과 함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단시간 노동이 비정규직 유형으로 분류되고, 비정규직 유형의 하나로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시간제 노동이 본격적으로 비정규직의 유형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시간제 근로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제정법률안(이하 “시간제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부터이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더해 노동시간에 대한 자본의 유연한 활용을 뒷받침하는 제도로서 시간제법이 구상되었고, 이 법안의 등장 이후 더 이상 단시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시간제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자본이 적극 활용하도록 제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 개념의 강제 전환이 낳은 효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권리의 침탈

- 시간제 노동의 개념화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파생시켰다. 첫째, 시간제를 비정규직 유형화하면서 정규직 노동을 풀타임 노동으로 개념 고착시켰다. 정규직은 하루 8시간 노동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킨 것이다. 둘째, 이 공식으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에는 ‘자발성’이 덧씌워진다. 이러한 논리는 시간제 노동 이전에도 종종 사용되었는데, 예를 들어 정규직보다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라는 이유로 종종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가 부정되고, 비정규직은 노동자들이 ‘선택’한 것이 되곤 하였다. 보다 자유로운 노동시간, 자본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동자의 욕구는 정규직/비정규직 분할을 통한 자본의 지배전략 속에서 권리로서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셋째, 노동조건은 시간 단위로 분절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소위 ‘비례 보호의 원칙’은 노동시간에 대한 선택권이 노동자에게 주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본에게 시간에 비례한 책임을 덜어주고 있을 뿐이다.

- 최근 상시 노동 개념에 대한 왜곡도 나타나고 있는데, 시간선택제 공무원 도입 과정에서 공무원 연금 적용여부에 대해 ‘상시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연금 적용이 불가하다는 안전행정부의 해석은 노동시간의 길고 짧음을 노동의 상시성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상시지속적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이는 모든 단시간 노동자의 고용안정의 문제와 연관되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석이다. 어쨌건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대해서는 연금을 적용하기로 하였지만, 단시간 -> 시간제로의 명칭 변화는 알게 모르게 상당히 많은 변화를 함께 일으켰다.

- 그래서 노동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왜 비정규직인가를 묻는 것은 중요하다. 시간제 노동의 확대 속에서 사실상 자본에게 결정의 전권이 주어져 있는 노동시간의 변화가 노동자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그로써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자유로운 상상이 닫혀졌기 때문이다.

3. 시간제 노동은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가?

- 기업에게 시간제 노동은 활용하기 쉬운 형태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장시간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자본의 인력운용 실태 속에서 시간제 노동자를 포함한 작업 체계를 짠다는 것은 사실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한명의 노동자를 고용해서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채용박람회를 채운 일자리 대다수는 길어야 1년, 11개월짜리 기간제 계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는 정책을 편다. 2010년 이명박 정부때는 공공기관에 신규채용 10% 할당을 내렸다. 시간제 모범 사례도 소개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주변업무, 단순 업무라고 자본이 판단하는 것을 잘라낸 것이었다. 그렇게 업무를 분리해서 시간제 노동을 기간제로 채용했다. 부수적 업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저임금이고, 업무를 분리했기 때문에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비례보호의 원칙’은 비교 대상을 잃어 소용이 없다. 그리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해고했다.

- 물론 주변업무에만 활용된 것은 아니다. 핵심 업무에도 들어간다. 고용노동부에서 당시 모범 사례로 소개했던 한 병원은 야간 전담 시간제 간호사를 채용했다. 기피하는 야간 노동에 시간제 비정규직을 배치한 것이다. 시간대에 따라 피크타임이 존재하는 업무에도 시간제가 활용되었다. 노동강도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 이는 박근혜 정부하에서도 마찬가지다. 2013년 12월 안전행정부가 17개 지자체에 발송한 ‘2014년 시간선택제 일반직 공무원 채용계획 통보’ 문건에는 2014년 충원 인원 3% 이상을 반드시 시간제 일자리로 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2013년 11월 13일 발표된 2017년까지 공공부문 1만7천개 시간제 일자리 양산 계획에서도 같은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 2014년 공공부문 채용목표 비율을 정하고 기관별로 할당, 공공기관의 경우 1000명 가량을 채용하는 계획이었으며, 이후 정원이 늘어나면 그 20%를 시간제로 하여 2017년까지 공공기관 9000명을 시간선택제로 채우는 것이 계획으로 발표되었다. 명백히 시간제 노동은 정부에 의해 확대, 장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4. 시간제 노동의 불안정성은 어디까지 강화될 수 있나?

- 박근혜 정부 고용률 70% 정책 달성을 위한 핵심이 시간제 노동의 확대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력단절 여성을 타켓팅하면서 시간제 노동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시간제 노동은 여성 노동권의 신장과는 무관하다. 여성노동자들의 다양한 삶과 노동의 양태를 무시하고 오직 일가정 양립을 위해 단시간 노동이 필요한 이들로 위치지우며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또 노인들을 위해서도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 노인들은 ‘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짧은 시간이라도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이들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의 주된 타켓으로 위치지워졌다.

- 그렇게 잠시 잠깐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고용노동부는 ‘초유연근로’ 일자리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초유연근로란 고용노동부도 소개하듯이 “예를 들어 하루 1~2시간씩 아동 등하교를 도와주거나 카페에서 피크타임에만 일하는 경우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개념”인데,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이러한 전략은 노동의 극단적인 불안정화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가 소개한 특정한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 지난해 한겨레에서 영국의 0시간 노동계약에 대해 다룬바 있다.
0시간 파트타임 계약이란 노동시간을 약정하지 않고 임시직 계약을 한 뒤 일한 만큼 시급을 주는 노동계약이다. 주나 월 단위로 인력 수요에 따라 노동시간을 정하고, 일한 시간만큼 돈을 줘 고용주가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안정적인 소득 예측이 불가능해 신용카드 사용이나 은행 대출 등 금융 혜택을 누리기 어렵고, 유급 휴가나 병가 등도 인정받기 어렵다. 게다가 노동자가 다른 부업을 하지 못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를 사실상 24시간 대기조로 묶어둔다. (‘임시직 0시간 파트타임’ 영국 왕실의 ‘노예계약’, 한겨레 2013.07.31)

이 0시간 계약과 초유연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 일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노동자는 대기하게 되고, 필요할 때 노동자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게 되며, 필연적으로 노동자는 호출노동화, 간접고용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특정 사례의 업무에 국한되지 않게 될 것이다.

5. 어떻게 고용구조 전체를 파괴하는가?

- 지금의 시간제 노동은 다만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만은 아니다. 정규직 고용을 내부에서부터 해체한다. 정부의 시간제 노동에 대한 강제할당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쪼개는 것뿐만 아니라 위 공공기관에 대한 시간제 확대 지침에서 보듯이 정규직 신규채용을 축소한다.

- 또 공무원의 경우 전환형(기존 정규직 공무원이 시간제로 전환한 경우), 채용형(시간제이자 기간제로 채용된 비정규직), 시간선택제 채용형(정년이 보장되는 형태의 시간제)으로 분할되고, 공무원 고용의 해체가 시작되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형태의 시간제라는 것은 공무원 연금 적용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전환형과 달리 정규직 공무원으로의 전환이 차단되고, 경쟁 채용시 어떤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전환 문제에 대해 안전행정부는 “전일제 전환은 다른 시간선택제 근무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정원증가로 이어져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답한다. 차별적 고용형태를 예정하고 다만 정년을 보장하겠다는 것 뿐이다. 그렇게 시간제 노동 내에도 전환형/ 채용형/ 시간선택제 채용형 간에도 차등이 발생하며, 전일제 정규직 공무원은 다시 배부른 정규직의 대표선수로 공격당한다.

- 교사의 경우에도 시간제 도입에 대한 반대로 정부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다가 신규채용이 아닌 전환교사제도로 탈바꿈하여 2015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하여 10월 28일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일부개정령안’, ‘교원자격검정령 일부개정령안’이 10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 교사에 대해 전환형을 우선 도입한 것, 그리고 최근 정부가 시간선택제 후속대책을 내면서 전환형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일단 선회한 것은 근본적 방침의 변화는 아니다. 이 역시 시간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목표로 한 것으로 시간제 확대 정책의 일관된 방향 위에 있을 뿐이다. 이렇게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은 비정규직의 확산과 정규직 노동에 대한 공격이 정확히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6. 자본은 정말 시간제 노동을 귀찮아할까?

-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정부만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려고 하고, 자본은 정말 생각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역시 자본으로서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사업장이 있다.(명확히 내부 상황이 확인되는 것은 아님) 단, 이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전권은 사용자에게 있다. 노동시간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 정도가 커질수록 노동은 불안정하고 생활도 불안정해 진다. 또 한 대형유통업체의 판매 비정규직은 출근 중에도 일이 없으니 출근할 필요 없다는 연락이 오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 이는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못한 공단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출근했다가도 일이 없으면 퇴근해야 한다. 휴업수당도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잔업이 많은 다른 회사를 찾아 스스로, 사실은 비자발적으로 이동하게 된다. 노동자들에게 권리이지 못한 노동시간은 자본의 자유로운 인력 활용과 유연한 인력 구조조정을 돕는다. 굳이 기간제로 고용하지 않더라도 노동시간을 지배하는 것만으로 자본은 인력의 유연성을 상당부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자본이 진정 노리는 것은 지금의 자투리 시간제 노동이 아니라, 시간제 노동의 제도화로부터 얻어지는 노동시간을 통한 노동에 대한 지배이다.

7. 그래서 무엇을 말해야 할까?

- 지금에 있어서 시간제 노동은 분명, 비정규직 유형의 하나로 제도화되고 있다. 노동시간이 짧아서가 아니다.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를 몽땅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제 노동의 문제는 다른 비정규직 유형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모든 비정규직 사용이 열려있는 가운데, 이 열악한 고용형태들은 서로 중첩되며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 보다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해야 한다. 어느 새 ‘법정노동시간만 지켜도’라는 것이 입에 붙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시간제 노동의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을 그대로 두고 노동시간이 짧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노동자간의 위계를 형성하고, 그 위계로서 노동자간 차별을 합리화할 뿐이며,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지배력도 잃게 된다. 노동자의 집단성이 상실되는 것은 필연이다. 법정노동시간만 지켜도 장시간 노동은 줄어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이끌어야 한다.

- 또 이 함정에서 빠져 나온다는 것은 다만 법정노동시간의 단축만이 아니라 노동시간 편재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지배권이 여전히 자본에게 전적으로 속해 있다면 시간에 따른 위계화나 차별의 문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튀어 발생할 수 있다.

[참고1]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의 문제점
2014년 3월 7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은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대명제로 내세우고 이의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공무원 교사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민간에는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면 임금 및 사회보험에 대한 지원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지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양만을 늘리기 위한 정책은 결국 또 비정규직 일자리만을 대거 만들어내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는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있어 왔다.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여성의 고용을 창출하고,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한편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유연근무제 도입과 단시간 노동 확대를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전일제를 시간제로 전환하는 등의 유연근무제는 고용불안을 우려한 노동자들의 회피로 거의 활용되지 않았으며, 정부의 10% 강제할당 지침에 따라 신규채용이 시간제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11개월 이하의 계약기간을 가진 비정규직이었다. 그럴싸한 이유를 가진 정책이었지만, 결국 여성 노동자들을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몰아넣고, 청년들이 진출할 일자리를 단시간의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시간제법을 통해 시간제 노동을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유형으로 제도화하고자 했고, 그 흐름이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확대 정책은 노동자들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몰아넣는 것이라는 것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공공기관을 강제하고 경영평가 등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겠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을 바꾸어 시간제 공무원 및 교사를 만들어 내겠다고 하고 있어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정규직 채용분의 일부를 시간제로 돌려 그나마 안정된 일자리를 갉아 먹고, 공무원·교사 내에 노동시간으로 차등되는 노동자들을 만들어내는 정책이기 때문이며, 게다가 전일제로의 전환은 완전히 막혀 영원히 시간제로 살아야 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원하고, 차별이 없고, 기본적이 노동조건이 보장되며,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양질의 시간제 노동이라고 말하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말뿐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시간제 비정규직을 ‘다양한 정규직’이라 포장하며 만들어 내고 있고, 민간부문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앞다투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11월 26일 정부 부처 주최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드러난 바, 대다수가 2년 이하의 단기 계약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1년 이상 고용하면 ‘상용형’ 일자리라며 기간제로 시간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사회보험 지원을 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일자리가 곧 복지라면서 고용률 70%라는 대명제를 내걸고, 그의 달성을 위해서는 경력 단절된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이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기 위해서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이 만들어지는 시간제 일자리들은 비정규직이고, 저임금의 불안정한 노동일뿐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전환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시간제 노동은 전일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전에도 비정규직을 활용하던 주변업무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오히려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정규직 신규채용 일자리를 줄여 청년실업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이렇게 시간제 노동을 만들어 내려는 것일까.

시간제 노동은 노동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의 문제는 다만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문제만이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그 일자리 자체의 비정규직화와 권리 박탈 만이 아니라 노동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노동시간으로 노동자를 분절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 따라 나뉘어져 관리되고, 노동자간 이질성이 높아지게 된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 따라 전일제 - (풀타임 근무보다 짧은 시간 노동하는 정규직 노동자) - 시간제 노동 -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으로 차등화 된다. 이는 개별 노동자의 노동시간 길이를 유연하게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노동시간 관리 전반에 대한 자본의 통제력은 높아지고 노동자의 통제력은 상실된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에서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대한 선택권과 개입의 권한은 더욱 축소되고 박탈되는 것이다.

또 공무원, 교사 시간제 일자리 확충 정책을 보면 입직 경로 자체를 기존 정규직과 완전히 구분하여,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시간제 노동의 전일제로의 전환 가능성은 시간제 일자리의 질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한편,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 선택권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질 시간제 공무원 및 교사 일자리는 전일제로의 전환이 완전히 차단된다. 전일제로 들어가려면 새로 시험을 쳐야 한다. 연금 적용도 확정되지 않고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시간제 노동자의 생계 보장 문제는 겸직 허용이라는 방식으로 회피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간제 일자리가 열악한 일자리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이다. 민간에 대해서는 전일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어야 질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용형’의 개념을 1년 이상이면 된다고 하면서 다시 비정규직으로의 활용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직무도 분리된다. 시간제 적합 직무의 발굴이라는 방식으로 기존에 비정규직이 사용되던 업무들이 다시 주변 업무, 단순업무, 교체가 용이한 업무라는 이유 등으로 시간제 직무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면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유로 다시 저임금의 낮은 노동조건이 합리화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시간제 적합 직무 발굴 과정은 직무 전체의 재편을 불러오고, 그 과정에서 직무의 가치가 다시 재조정된다. 그런 가운데 노동시간 및 고용의 안정성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시간제 적합 직무는 초기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시도되었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확대되어 많은 기업들이 시간제를 채용하는 업무들을 보면 대다수 주요 업무에 까지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유통산업의 경우에는 불법파견으로 적발되어 무기계약화했던 업무들에 다시 시간제 노동이 도입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무기계약 전환 대책이나, 불법파견 시정조치에 따라 무기계약화 하는 미약한 고용안정의 조치들까지도 다시 시간제 노동 확대 정책에 의해 비정규직화 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임금 및 보상에서도 문제는 크게 발생한다. 시간제 노동은 기본적으로 시간급제이다. 이는 기본임금에 대한 시간급화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조건 전체의 시간에 따른 파편화를 야기한다. 시간으로 분할 할 수 없는 노동조건은 동등하게 적용한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노동시간에 대응하지 않는 각종 보상들을 축소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승진기준을 시간제의 경우에는 절반만 인정하는 문제는 ‘시간에 비례한 노동조건 보장’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승진에 따르는 근무 연한이 분리할 수 있는 노동조건인가도 의문이며, 승진 기준을 노동시간에 따라 비례하여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임에도 시간제라는 이유로 합리적이고 동등한 조건의 보장인 것처럼 표현되는 것이다. 아무리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겠다고 하더라도 차별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입직경로의 구분이나 직무의 분리로 인해 차별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시간급제는 노동 자체를 호출노동화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때 그때 필요할 때 시간제 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자본은 노동자를 정년을 보장하여 고용한다 하더라도 자본에게 필요한 시간만 일하게 하는 방식으로 호출노동화하게 된다. 이는 결국 노동시간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생활의 불안정까지 야기한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안정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이처럼 시간제 노동은 그 자체 내에 불안정적 요소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 제대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시간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법정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고 차별없는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고용률도 높아질 수 있고, 청년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몰아넣는 일도 없고, 여성 노동자의 경력 단절 문제 해소에도 보탬이 되며,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시간제 노동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 수에 집착하는 문제를 넘어 전체적으로 노동의 유연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 지금은 시간제만이 아니라 통상임금 범위 확대 및 정년 연장 등에 따른 임금체계 재편이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려고 하는 시점이다. 또한 교대제 개편과 휴일 근로의 연장근로 산입 등의 문제도 쟁점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시간제 문제는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전체적인 노동시간 및 임금의 변화 과정에 함께 놓여 있다. 시간제 도입과 성과주의형 임금체계로의 개편은 기본임금의 저임금화와 성과급의 변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시간제 노동자에게는 배제되는 차별로 귀결될 수 있다. 또 노동시간 재편은 시간제 노동자들의 야간노동 전담화, 피크 타임 투입을 통한 노동강도의 강화 등을 야기할 수 있고, 정년 연장과 함께 고령층의 단시간화와 저임금화도 함께 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간제 노동의 문제는 다른 노동조건의 재편과 함께 더 심각한 문제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제 일자리는 무엇보다 자본의 유연한 인력 활용을 시간단위로까지 가능하게 하고 확대하는 주요한 기제가 된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 따라 분절되고, 자본은 필요한 만큼 노동자들을 시간 단위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동력의 수급은 지금은 직접 고용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곧 중개업체를 통한 시간단위 인력 수급 전략으로 이전, 확대되어 갈 것이다. 이는 노동자의 노동과 삶의 극단적인 불안정을 야기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고, 이것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 전체를 사회적으로 여론화하며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도로 촉구해야 한다. 시간제 노동은 결코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없는 인력 유연화의 방편일 뿐이다.

[참고2]

시간제 근로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제정법률안에 대한 입장
2011년 7월 13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시간제법안은 시간제 노동의 제도화와 확대를 통한 정부의 비정규직 확산전략이다.

‘시간제 근로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제정법률안(이하 “시간제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그러나 시간제법안은 단시간 노동을 ‘시간제’로 명명하며, 비정규직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법안이다.

정부는 그간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자리 확대를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며, 상시노동으로서 단시간 노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0년에는 공공기관에서 유연근무제를 시범 실시했고, 이를 2011년부터는 전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확대 시행하는 한편, 민간의 확대를 위해 단시간 노동으로 고용하는 경우 중소기업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세상의 특례를 주는 제도 개편까지 시행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실질을 보면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가 있는 단시간 노동이라는 것이 완전한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정규직 단시간 노동이라고 포장하며 만들어낸 일자리는 대다수가 기간제 계약이었다. 4월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새로 도입된 단시간 노동자들 1천14명 가운데 71.4%에 이르는 724명은 6~11개월의 계약기간을 가진 기간제 고용이었다. 이것이 정규직의 상시적 단시간 일자리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현재 공기업 등에서 도입되고 있는 단시간 노동 제도는 정부가 주장해 온 취지와는 전혀 다른, 직무 자체를 단시간의 비정규직화 하는 방식이다. 단시간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고, 정규직 노동자에게 단시간 전환 신청을 하도록 하고, 신규채용의 10%를 단시간 노동으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단시간 적합 직무 발굴 과정에서 사용자에 의해 부수적이고 단순한 업무로 분류된 업무는 ‘단시간 적합 직무’라는 미명하에 저임금 시간제 노동자들로 채워지게 된다.

즉, 정부의 단시간 노동 도입 및 확산 정책은 이미 비정규직 확산 정책으로서의 성격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시간제법 제정을 통해 단시간 노동을 완전하게 비정규직의 한 유형으로 제도화하고자 하는 것이 이 법 제정의 의도이다.

애초 단시간 노동은 비정규직 유형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동종의 통상 근로자보다 노동시간이 짧은 경우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단시간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최저선을 정하는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있었을 뿐, 단시간 노동 자체로서 비정규직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정과 함께 단시간 노동은 비정규직의 한 유형으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법예고 된 내용에 따르면 기간제법에서 단시간 노동 관련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고 ‘시간제법’으로 규율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큰 틀에서 파견법을 통한 간접고용의 제도화, 기간제법을 통한 기간제 노동의 사용 확대와 더불어 단시간 노동을 비정규직 유형으로 제도화함으로써 기업의 노동유연화의 완성을 기하기 위한 제도적 보장이다.

‘시간제 노동’으로의 명문화는 노동의 시간단위 분절과 차등화를 의도한다.

시간제법안은 단시간 노동이 아닌 ‘시간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관련 노동관계법 전반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용어를 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시간 노동의 시간급제화이며, 더 나아가 임금의 시간급화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조건이 시간단위로 분절될 수 있다. 또한 시간제 노동에서부터 노동조건을 근로시간에 대비하여 산정함으로써 거꾸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을 유도한다. 그리고 노동에 연동되지 않는 급여를 분명히 구분하여 과감히 삭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시간제법안의 몇 가지 조항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시간제 개념의 도입과 함께 ‘동종 업무’의 기준을 삭제하고(시간제법안 부칙 제5조 제1항), 통상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주40시간)보다 짧은 경우를 시간제와 전일제 사이에 별도로 규정(시간제법안 제3조 제3항)하여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따른 계층화를 낳고 있다.

시간제법안 부칙 제5조(다른 법률의 개정) ① 근로기준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 제1항 제8호를 다음과 같이 한다.
“‘시간제근로자’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단시간 근로자”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시간제법안 제3조 ③ 어느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에 따른 1주 동안의 근로시간보다 짧은 경우 그 통상근로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8시간 전일제 노동자, 7시간 기간제 노동자에 더해 4시간짜리 단시간 노동이 도입된다면, 7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는 전일제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비례하여 보호받아야 된다는 원칙을 벗어나 4시간짜리 단시간 노동과 같은 틀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법안은 시행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간제법안의 일부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시간제법안 제3조)고 하지만, 이 법안 전문을 보건데,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보호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고, 사용자가 시간제 노동을 많이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더 주안점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벌칙규정을 포함하여 총 21개 조문으로 이루어진 이 법안의 대다수 규정은 시간제로의 전환과 시간제 도입시 사업주 지원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건 보호에 관한 규정은 무의미하거나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것이고, 차별 처우 금지에 관한 규정은 단시간 직무의 분리를 통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즉, 이 법안이 의도하는 것은 ‘시간제’ 근로자라는 용어를 통해 노동조건을 시간단위로 산정, 분할하고 이에 따라 시간의 길이로 노동자를 차등화하는 것이다.

시간제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의 확대일 뿐

그리고 어디에도 단시간 노동자의 고용 보장에 대한 조항은 없다. 현재 도입되는 시간제 근로의 양상을 보면 거의 대다수가 기간제 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바, 결국 이 법안은 기간제 계약의 형태를 띤 시간제 노동의 만연을 부추길 것이다.

특히 시간제법안 제3장 근로형태의 전환에서는 시간제근로자의 통상근로자 전환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데(시간제법안 제13조), 이는 시간제 노동자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기업으로 하여금 노동자를 통제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즉, 기간제법상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되는 2년의 기간이 마치 정규직 전환의 전단계로 활용되는 것처럼, 시간제법에 따른 시간제 노동 역시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시간제로 채용하여,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바늘구멍을 열어두고 통상근로자로의 전환 규정을 두었다고 생색내기 하면 그만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정규직 채용 계획이 없거나, 몹시 부족한 상황에서 일단 시간제로 들어가서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자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그 동안 노동자들은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간제법안 제13조(통상근로자로의 전환) ① 사업주는 통상근로자를 채용하고자할 경우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시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통상근로자 채용을 위한 공고 등을 할 경우 업무의 내용과 자격 등을 이미 고용하고 있는 시간제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공지하고 시간제근로자에게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
2. 시간제근로자가 통상근로자로의 전환을 요청하는 경우 그 근로자를 통상근로자로 전환하기 위한 근속연수, 자격요건 등 전환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할 것

왜냐하면 애초에 시간제법안은 정부가 선전한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자의 일 가정 양립 등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기업의 시간제 노동의 자유로운 활용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1년 이상 근무한 통상근로자가 임신이나 육아(입양 포함), 가족 간병, 고령자의 점진적 퇴직, 직무훈련, 질병 등의 사유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하는 경우 사용자가 허용하도록 하고 있으나(시간제법안 제14조),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며, 오히려 기업이 필요에 따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시간제법안이 만들어지고 시간제가 비정규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 기업은 본격적으로 시간제 유형을 활용하려 할 테고, 그 방안은 주로 인력 조정이 필요할 때 시간제로 일단 전환하고 추후 구조조정하거나, 신규채용시 정규직 채용을 피하고 시간제로 채용하여 인력활용의 유연성을 기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하기에 이 법안은 어디에도 시간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즉, 시간제 활용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에 의해 활용되는 시간제 노동은 노동자에게는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이고, 구조조정의 방편일 뿐이다.

시간제법안은 오히려 구조조정 수단으로 시간제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시간제법안 제16조는 사업주가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요건을 두고 있는데, 이 요건들은 사업주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거나 인사노무관리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제법안 제16조(시간제근로 지원)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주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1. 근무체계 개편 또는 새로운 시간제직무 개발 등을 통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시간제근로자를 새로이 고용하는 경우
2. 시간제근로자의 직업능력 개발·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는 경우
3. 시간제근로자의 임금·승진·성과평가제도 마련 등 인사관리 개선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4. 임금·복지 증진 등 시간제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5. 그 밖에 시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 등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특히 시간제법안 제16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근무체계 개편 또는 새로운 시간제 직무 개발 등을 통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시간제 근로자를 새로이 고용하는 경우”에 사업주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애초에 단시간 노동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근거로 들었던,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가정 양립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근거가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노동자 개인이 필요에 따라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단시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자체의 단시간화를 꾀하는 것이며, 이를 정부 지원의 사유로 명시하면서 직무체계의 개편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 장치로 인해 사용자는 단시간 노동 도입을 위해 직제를 개편하고 특정 직무에 단시간 노동 형태를 도입하게 된다. ‘단시간 적합 직무’라는 이름으로 개편되는 직무들의 성격에 대해서 지난 2009년 제출된 ‘퍼플잡 창출·확산 기본계획 수립 및 세부정책방안’ 연구보고서에서는 ‘대체 근로 용이, 정형화된 업무, 특정시기와 시간대 집중 직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소위 ‘단순·부수적 업무’라는 과업을 분리한 직무와 직렬을 개발하면, 그 직무는 숙련도가 낮고 간단한 일이라는 이유로 이후 인력감축이나 외주화의 우선 대상이 될 것이다. 특정 직무를 시간제 직무로 개편하여 다른 노동자들과 구분하여 두면 구조조정에서 전체적인 저항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은 특정 직무 분리하여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도록 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일 뿐인 것이다.

또한 시간제법안 제10조에서는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처럼 직무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시간제 노동을 도입하는 경우 차별 처우 금지 조항은 아무 효력이 없게 된다. 직제나 직무를 분리하면 차별인지 아닌지를 비교할 대상 자체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노동시간 선택, 일자리 창출이라는 허구로 포장하지 말라.
시간제법안은 시간제 노동의 제도화를 통한 노동유연화의 완성일 뿐이다.

정부는 단시간 노동 확대의 하나의 근거로 한국의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장시간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 단시간 노동의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시간제 노동이 많아지면 한 사업장에서의 노동시간은 짧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는 최저시급으로 두 개, 혹은 세 개의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기에 노동시간은 짧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길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단시간 노동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지만, 시간제 직무를 분리하는 방식 하에서는 정규직 일자리가 축소되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결과가 될 뿐이다. 설사 직무를 분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 시간제 노동자를 투입하면, 전체 정규직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 강도는 증가하고 안정된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정부가 단시간 노동을 도입해야 한다고 한 모든 근거들은 허구임이 드러났고, 시간제법안을 통해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산 전략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파견법 도입이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라. 파견근로의 제도화는 사용자에게 특정한 신호로 작용하여 파견이 허용된 업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간접고용의 증가를 낳았다. 이후 기간제법의 제정을 통해 사용자의 파견과 기간제를 넘나드는 인력 활용의 유연성은 훨씬 제고되었다. 이에 연장하여 도입되는 시간제법안이 사용자에게 주는 신호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간제 노동을 비정규직 유형으로 제도화함으로써 노동의 시간단위 분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 즉, 단편적인 시간제 노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제에 기반하여 시간제 파견, 시간제 계약직 등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중첩시킴으로써 인력 활용의 유연성을 보다 높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시간제법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더 많이 일하고도 먹고살기 힘든 노동자들만을 무수히 만들어낼 뿐이며, 노동자의 권리는 점점 더 하락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의지가 있다면, 시간제 근로를 확산시켜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을 확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을 이루어야 할 것이며, 시간제 노동을 활용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상시적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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