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진보정치 재편’ 논쟁 본격화

각 후보들 국민모임+정동영 신당 움직임에 대한 입장 공개

노동당 당대표단 선거의 핵심쟁점인 ‘진보정치 재편’ 논쟁이 노동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보재편 논쟁은 본격적인 당대표단 선거운동 돌입직후인 지난 1월 1일 하 모 당원이 진보재편 관련 입장을 3인의 당대표 후보에게 물으면서 진행됐다.

하 모 당원은 당 게시판에 “전국적 규모의 정치운동 집단의 대표자로서 어떤 리더십의 구상을 세우고 있는지를 듣고 싶다”며 “다가올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와 105인 선언으로 대표되는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출처: 노동당 홈페이지 캡처]

나경채, “‘국민모임’ 지향하는 바와 진보정치 결집 다르지 않다”

하 모 당원 질문에 기호 1번 나경채 후보는 “정의당과의 통합, 녹색당과의 굳건한 연대, 여기서 멈추지 않는 노동, 농민, 빈민, 시민, 진보지식인 세력의 결집이라는 진보정치의 새 판을 짜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한 마디로 진보정치의 결집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나경채 후보는 “지난 진보혁신회의 논의 중단 이후 진보정치 결집을 사실상 재추진하려면 우리 노동당원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저는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바가 우리가 주장하는 진보정치 결집의 문제의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나 후보는 다만 “아직은 이분들이(국민모임) 어떤 정당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많지 않다”며 “보다 구체화되고,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우리가 지향하는 진보정치 노선과 틀에서 함께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이분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이러한 시도가 진보정치의 결집과 확장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우리 원칙과 기준을 공론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새로운 진보정당의 비전을 제시하고 진보결집의 기준과 핵심과제를 다듬겠다”며 “노동당이 진보결집을 주도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당원동지들의 총의를 바탕으로, 단결된 힘을 모아 진보결집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채 후보는 엄 모 당원이 던진 진보재편을 위한 ‘당원총투표’의 대상과 경로를 묻는 게시판 질문엔 “당원총투표 안건과 관련해 진보결집이라는 당위에 대해 찬반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며,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고르는 식의 투표도 소모적”이라며 “당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고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고, 투표의 결과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없는 안을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나 후보는 “다만, 당내 의견을 모으고 당원 총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황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며 “적절한 때가 되면 결집의 1차 대상이 확정될 수 있을 것이며, 저희는 결집의 주체들을 미리 판단하지 않고, 결집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하려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윤현식, “빅텐트 좌파로 머물 때 노동당 지향 견지 할지 의문”

기호 2번 윤현식 후보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정하게 진보/좌파 세력이 재구획되어야 한다는 건 당위이며, 중요한 것은 그 당위를 실현하기 위한 경로”라고 밝혔다. 윤현식 후보는 “현재 통합진보당의 해산, ‘국민모임’의 결집, 정동영 전 의원 등의 새정연 이탈 가능성 등의 움직임 속에서 노동당이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며 “보다 공세적으로 진보/좌파 정치세력의 재구성에 대한 당의 입장과 활동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재편의 원칙은 가치와 대안에 대한 소통과 합의, 연대와 연합을 통한 상호 신뢰의 회복,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치구조의 조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향후 편재가 보수 vs 진보의 양립구조로 갈 수 있는지 여부, 새로이 만들어질지 모를 신당(‘국민모임’ 신당)이 ‘새누리 vs 새정연 vs 신당 빅텐트’ 정도로 위치한다면 당이 어떤 입장을 가져야할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신당 빅텐트의 왼쪽 한 구석에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당분간 외로운 길을 감내해야할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신당 빅텐트’가 노동운동을 비롯한 각종 사회운동에 일정하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를 백안시할 이유가 없다”며 “과연 그 그룹이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진보/좌파가 해야만 할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사유화에 대척되는 사회화를 자신의 책무로 간직할 것인지를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현식 후보는 “빅텐트의 좌파로 머물 때,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지향을 올곧게 견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이 중차대한 위기의 순간에 우리의 역할은 진보/좌파정치가 무분별한 중도화나 우경화로 경도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제 정당 및 정치세력과 비제도권 좌파들의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윤 후보는 또 “당의 강령이 제시하고 있는 방향성은 우리 사회의 우경화와 반동성을 극복하는 최소강령이 되어야 하며, 여기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중장기적인 재구성의 가능성은 언제든 적극적으로 열어둘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단순한 지역분할 혹은 정권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정책의 수립 등을 통한 가치연대의 차원에서 선거연대가 가능하며 2016년 총선은 그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일상적인 각종 연대사업과 중앙차원의 정책연대 및 정치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상호신뢰를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선거과정이 제도권 정당 간의 소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제도권 좌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주요한 매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도원, “이름만 ‘진보’인 또 하나의 ‘진보’ 정당 보게 될지도”

기호 3번 나도원 후보도 “정동영의 ‘진보신당’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또 누가 참여할 것 인지에 대하여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예측과 함께 전망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도원 후보는 “정동영과 국민모임의 ‘진보신당’이 가져올 파괴력이 예상과 달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동영 씨가 최근 보인 ‘좌클릭’에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철수만큼의 참신함이나 노무현만큼의 감동을 주긴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나 후보는 이어 “우리는 아직 정동영과 국민모임이, 우리 당원들이 가지고 있는 평등, 평화, 생태로 표현되는 다양한 기본가치를 어느 정도 담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아마도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 온 반 신자유주의, 탈핵, 여성, 소수자, 평화 운동의 가치들과는 거리가 먼, 이름만 ‘진보’인 또 하나의 ‘진보’ 정당의 탄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많은 이들이 ‘새정치민주연합’조차 ‘진보정당’으로 부르고, 여기에 정의당, 지금은 해산되었지만 통합진보당 세력, 정동영표 진보신당까지 ‘진보’의 기득권을 놓고 다투게 될 현실은 ‘진보재편’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없이 당장의 곤궁함을 회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정계개편의 급류에 쓸려 다니면 스스로를 소모하다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도원 후보는 “당내에서 회자되는 재편론, 아니 사실상 노동당과 정의당 통합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며 “설령 그렇게 정당이 만들어진다 한들 태생부터 각각의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2016년과 2017년 그리고 2018년까지 매해 이어지는 연속선거 과정에서 반드시 붕괴하고, 그때마다 또 다시 제3, 제4, 제5의 재편론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진보재편’이라는 이름의 이합집산에 휩쓸리기보다는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며 ‘진보재편’을 넘어선 ‘좌파의 재구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