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작년 비선실세 보고 받고 조사 없이도 결백 확신

“국회 있을 때부터 잘 알고, 만남 없는 것 확신해 허위로 봤다”
박범계, “실세비서관들에 비서실장이 무릎 꿇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1월 6일과 5월에 이미 정윤회 등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 내용을 보고 받고도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이들이 결백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기춘 실장의 확신 근거는 자신의 경험에 비춘 것이다.

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는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고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에게 사실 관계를 물었다.

[출처: 국회방송 캡쳐]

김기춘 실장은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이 관련 보고 시점과 보고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한 이유를 묻자 “(작년) 1월 6일 처음 보고를 받았고 5월에도 받았지만, 허위라고 확신해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았다”며 “2004년에 정윤회 씨는 대통령 곁을 떠났고, 제가 국회에 있을 때부터 부속실 비서관들이 대통령을 모신 걸 잘 알고 있지만 관계나 연락이 없다고 알고 있었다”고 확신했다. 이어 “부속실장 등에게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전혀 만남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박지만 씨도 청와대 가까이에 온 일도 없어서 허위라고 봤다. 비서실장이 누구와 사이가 나쁘다 등의 내용도 하나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확정적으로 청와대 문건이 통째로 유출된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묻자 김 실장은 “세계일보에서 4월 2일 경 청와대 행정관 비리보도가 나온 후 그 내용이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내용과 비슷해 문건 유출 의심을 가졌고, 5월 말 오 모 행정관이 밖에 서류가 나갔다 회수했다고 해서 강한 의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김재원 의원이 “적어도 5월 말 경 상당히 많은 문서유출 사실을 알게 되셨는데도 그때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런 혼란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많다”고 하자 김 실장은 “세계일보에 4월 2일과 5월 말 보도가 나와 강한 의심을 가졌지만 수사를 의뢰할 만한 결정적 단서를 갖지 못했다. 말로 누설됐는지 문서로 했는지 확인하지 못해 수사 의뢰를 안 한 것”이라며 “결정적 시기에 수사 의뢰를 안 하면 미궁에 빠질 수 있고 면죄부를 줄 수 있어 결정적일 때 의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이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 대통령께 보고를 했나 궁금하다”고 묻자 “대통령께는 뭐든 다 보고할 수는 없고, 필요 가치가 있거나 필요 조치를 할 때 선별해 보고한다”고 답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결정적 증거가 나올 때까지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두고 “비서실장님은 직무유기보다는 무능한 비서실장을 선택하신 듯 해 유감”이라며 “제 생각엔 대통령의 3인방 실세비서관들에 비서실장이 무릎을 꿇었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은 “제 추론에 따르면 비서실장님은 실세 비서관들에게 말 못할, 영이 서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이 뭔지 저는 안다. 문건 유출을 막으려고 노력했으면 5차례나 막을 수 있었는데, 사실상 비서실장께서 유출을 묵인했다는 것이 제 판단”이라며 “11월 28일 세계일보에서 문건 사진이 공개될 때까지 확신을 못했다는 말은 직무유기가 아니라 무능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아마 김기춘 실장은 비선 실세들을 용납하지 못해 사실상 유출 보도를 묵인케 해서 보도하게 한 것 아닌가 싶다. 제 말이 소설인가?”라고 물었다. 김기춘 실장은 “비선실세란 없다”고만 했다.

박 의원이 재차 “왜 보도를 막지 않았나? 실제 국정농단이 있어서 보도를 통해 농단을 막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서류가 어디에 종착적으로 가있나 확인해야 했다. 그 확인을 못해서 수사 의뢰를 못 한 것이다”고 했다.

김 실장은 자신의 진퇴 여부를 두고는 “제 휘하 비서실 직원의 일탈 행위로 국민께 걱정을 끼쳤다는 비판엔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개인적으로 거취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자리에 결코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자식이 병원에서 사경을 해매고 있는지 1년이 넘었는데도 자주 가보지 못한다. 인간적으로 매우 아프지만, 대통령께서 국민행복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심초사하시고, 해외순방 여정 후에도 격무와 애국을 위해 애쓰시는 대통령께 조금이라도 보좌할 수 있으려나 싶어 아직 있지만, 언제든지 소임이 끝나면 물러날 자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운영위는 야당이 출석을 요구한 김영한 민정수석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출석하지 않자 여야 간 설전이 벌어지며 오전 한때 정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