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우경화 새정치연합과 결별 국민모임 합류 선언

“새정치, 중도 우경화 환상에 진보적 가치들 소리 없이 사라졌다”...신당 추진 탄력


2007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국민모임이 추진하는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국민모임은 개혁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주축이 돼 진보적 대중정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정동영 고문의 국민모임 합류 결정에 따라 국민모임의 신당 추진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당장 국민모임은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신당 노선을 논의하는 국민대토론회를 전국 각지에서 열고, 정동영 고문도 각 지역을 돌면서 지역별 국민모임 추진 105인 선언 동력을 모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동영 고문과 함께 국민모임에 합류하는 기존 정치권 인사는 김성호, 임종인, 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5명이다. 정 상임고문 측은 국민모임 합류인사로 계속 거론되는 천정배 전 의원이나 다른 현역 의원 등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당헌과 강령에서 진보적 가치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정동영 고문은 11일 오전 국회 브리핑룸(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부터 국민모임 신당에 동참하고자 한다”며 “한국 사회 대표적 민주-진보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촉구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소명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고문은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린지 오래다. 백의종군 자세로 마지막 봉사를 국민모임과 함께 하고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자신의 대권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4월 보선 출마가능성도 일축했다.

정 고문이 탈당을 결심하고 국민모임을 선택한 이유는 새정치연합이 당헌과 강령 등에서 노동권과 보편복지, 한미FTA 등의 조합을 수정하면서 급격한 중도-우경화 노선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우경화 노선은 자신이 추구하는 합리적 진보 노선과 전혀 길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동영 고문은 2010년 8월, 대선 패배 이후 성찰을 바탕으로 반성문을 제출하고 당 강령과 당헌에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두 기둥으로 한 ‘담대한 진보’를 당 안에서 실현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2010년 전당대회에서 당원주권 조항과 보편적 복지 조항을 당헌에 명문화 하는데 주도했고, 강령에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노동의 가치와 복지국가 등의 내용을 담아냈다. 이를 두고 정동영 고문은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 등을 통해 분출된 노동권 강화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한미FTA 재협상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지 등은 제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제기해 온 진보적 의제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동영 고문은 현재 새정치연합은 당시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당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정동영 고문은 탈당 결정 전에 당내 인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당내에서 진보블럭을 만드는 일에 전념해라 나가서는 안된다”는 조언 때문에 고심도 했지만, 더 이상 진보적 길이 아니란 판단에 당 외부에서 야권 재편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헌과 강령에서 제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구했던 진보적 가치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고, 중도 우경화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이런 가치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다”며 “새정치연합이 사회적 강자를 위한 정당으로 퇴화하는 것을 보면서 저의 6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구나 하는 현실 앞에 참담했다”고 말했다.


“국민모임, 지난 해 9월 세월호 협상 후폭풍 때문에 논의 시작”

정동영 고문에 따르면 국민모임은 세월호 협상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보여준 태도에서 그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9월 2일 대한변협, 민변, 민교협, 민예총 등 각계 대표들이 모인가운데 열린 세월호 특별법 광장 토론회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대한 새정치연합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세월호 농성장 위로 방문 후 다시 모여 철야 토론을 하면서 새로운 대안정당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분출됐고 국민모임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정동영 고문은 “그 후 4개월 뒤인 12월 24일에 야당교체를 통한 정권교체 기치를 걸고 국민모임 선언을 발표했고 그 시점을 전후로 저에 대한 참여요청이 있었다”며 “저는 연말과 연초에 숙고를 거쳐 오늘 합류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고문은 “지난해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야당이 협상하는 모습을 보고 야당 정신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합리적 진보와 야당성마저 사라진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정 고문은 또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의 대표적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합리적 진보 정치, 평화생태복지국가의 대의에 동의한다”고 했다.

정동영 고문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성호 전 의원도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중도노선을 걸었는데 대부분 중도보수나 중도우경화로 노선을 명확히 한 듯하다”며 “국민모임 신당은 비정규직과 서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합리적 진보의 노선을 걷는다는 측면에서 추구하는 노선과 가치가 현재 새정치연합과 완전히 다른길”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영 고문은 기자회견 직후 쌍용차,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고 있는 오체투지 현장을 찾아가 노동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떠났다.

한편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정 고문 탈당 회견 직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당 대통령 후보를 지내셨던 정동영 상임고문이 당을 떠나신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우리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합하는 것을 지켜보고, 힘을 보태는 모습을 국민은 더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새정치연합은 수권정당으로서 지역과 계층 간 격차를,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대안정당으로서 더욱 혁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