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구체 증거도 무용지물인가

대전고등법원, 보쉬전장 재정신청 기각

보쉬전장(대표이사 이만행) 사측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공모해 노조활동에 부당하게 지배개입한 구체 증거가 나왔는데도 법원이 노조파괴 사건 재정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의 사업주 봐주기 수사 논란을 법원이 거든 꼴이라 ‘편파 판결’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전고등법원 제4형사부(정선재 부장판사) 전국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가 검찰의 사업주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낸 재정신청에 대해 모두 기각한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사는 피의자들(사측)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바, 검사의 불기소이유를 기록과 대조해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신청인들(노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은 없다”고 판시했다. 이 외에 기각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보쉬전장지회는 사측이 지난 2011년 11월부터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복수노조를 설립·지원하고, 기존 노조와 기업노조를 차별 취급하는 등 노조활동을 지배개입 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지난 해 6월 재정신청한 바 있다.

법원, 노조파괴 전략회의 문건 인정 안해...‘편파 판결’
“시간 끌더니 기각 이유도 안 밝히고...납득하기 어렵다”


노측은 재정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법원이 노조파괴 관련 구체적인 증거조차 인정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대법원에 즉시 재항고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이화운 보쉬전장지회장은 “대전고등법원은 3개월 안에 재정신청 결과를 내는 통상 절차를 어기고 7개월 넘게 시간을 끌더니 기각 이유도 밝히지 않고 달랑 2쪽짜리 결정문을 냈다”면서 “노조파괴 전략회의 문건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재정신청 기각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사측과 창조컨설팅이 공모해 ‘대안세력’ 만들기 작업으로 친기업 성향의 목수노조를 설립해 노조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구체적인 증거가 검찰 수사기록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일명 노조파괴 전략회의 문건이다.

  보쉬전장 전략회의 문건 중 일부 [출처: 자료사진]

A4용지 146쪽에 이르는 이 문건에 따르면, 사측과 창조컨설팅은 2011년 11월 2일 노조파괴 공작을 도모하는 1년짜리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노조원에게 ‘금속노조 탈퇴분위기를 조성’하고 ‘징계 등 강력 대응’을 하면서 노조 내 ‘조직형태 변경’을 목표로 삼았다.

문건엔 이 계획을 실행한 내용도 담겼다. 주되게 복수노조 설립 타진을 위해 대안세력 핵심인자 수명을 만났고 반응을 살핀 기록에 이어, 추가 대상자 면담과 동조자 모집 등의 계획을 세운 것이다. 실제 대안세력 핵심인자로 거론된 노조원들은 문건이 작성된 날짜로부터 두 달 뒤 노조 위원장과 기획국장 등 기업노조 핵심 간부가 됐다. 보쉬전장은 2012년 2월 복수노조가 설립된 바 있다.

또, 사측은 노조파괴 공작비용으로 월 5천만 원씩 1년 동안 6억 원, 성공보수금 2억 원을 창조컨설팅의 자회사격인 휴먼밸류컨설팅에 지급했다. 동시에 창조컨설팅 심 전 대표와 김주목 전무 등 4명은 노조파괴 프로젝트 존재 여부부터 실행계획 등 전반을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문 각서를 섰다.

검찰은 이 같은 자료를 확보하고도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지난해 말 불기소 처분했고, 지난 6월엔 항고마저 기각한 바 있다.

금속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는 “검찰의 사업주 봐주기식 편파적인 수사 때문에 대전고등법원에 재정신청까지 하게 됐는데, 법원마저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전략회의 문건 등 노조파괴 관련 명확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명백한 편파적인 판결이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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