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D-2 시리자, “좌파의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

시리자 정부와 그리스 미래, 민중투쟁에 달려

그리스 집권 신민당과 제1야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이 치열한 접전을 벌여온 총선 선거 운동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는 22일(현지시각) 아테네에서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좌파의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며 “오는 25일 우리는 역사를 쓸 것”이라고 여세를 몰아쳤다. 그는 또 유권자들에게 “시리자에게 첫 번째 기회를 달라”며 “이는 그리스에 대한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라고 호소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 연설 현장 [출처: @syriza_gr]

선거운동이 마무리되는 이날 치프라스 당수의 연설에는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스페인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와 베른트 리엑싱어 독일 좌파당 의장도 참석해 시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현했다.

반면 안토니오 사마라스 신민당 총리는 2010년 경제위기 시작 후 그리스는 고통에 직면해야 했지만 신민당이 집권한 지난 2년 반 동안 그리스 경제는 개선되고 있다면서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는 한편 시리자가 집권할 경우 그리스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시리자 1위는 기정사실, 집권도 가능할까?

그 동안 집권당은 유럽연합 탈퇴 여부에 관한 그렉시트, 샤를리 엡도 사태 후에는 안보 이슈, 그리스를 배제한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 등 유럽의 주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시리자를 공격해왔지만 시리자는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3일 그리스 일간 <토비마>에 의하면, 시리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민당에 4.4-9.9%를 앞서고 있다. 시리자는 총선에서 30-35%를, 신민당은 26-31%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해 4월 창당한 중도좌파 성향의 토포타미, 그리스공산당, 사민주의의 사회당, 극우 황금새벽당이 3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리자의 1위는 정해진 사실이다. 문제는 어느 세력도 절대 다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집권을 위해서는 약 40%의 득표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리자가 1위를 기록하더라도 연정이 불가피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신민당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12년처럼 총선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 현 정부에 참가하고 있는 사민주의의 사회당 그리고 애초 함께 꾸렸다가 탈퇴한 민주좌파당은 시리자와의 연정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리자는 긴축에 책임이 있는 정당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시리자는 대신 토포타미, 그리스공산당과 그리스반자본주의좌파전선(ANTARSIA)과의 연정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은 토포타미와의 연정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총선 결과에 따라 시리자는 토포타미와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현재 많게는 19%까지 나오는 부동층의 표결에 따라 단독 정부 수립의 가능성 또는 이번에도 시리자 정부가 좌초될 수 있다는 여지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가 부채 문제와 유럽연합 가입 유지 여부 쟁점

이번 그리스 총선의 가장 쟁점은 국가 부채와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전개됐었다.

지난해 9월 15일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시리자 정부 정책 요강’에 의하면, 골자는 그리스 부채 다수 탕감, 경제성장률에 따른 나머지 부채 지급, 기존 양해각서 재협상, 긴축 철회 및 공공투자와 사회보장 확대를 통한 복지 국가 복원이다. 즉 시리자는 유럽연합을 토대로 그리스 정부의 권한을 회복하면서도 부채를 삭감시키고 긴축을 철회해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한다. 유럽연합이나 유로존에서의 탈퇴는 그리스 위기를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라며 유럽 좌파세력과의 공동 전략을 통한 유럽연합 개혁을 추구한다.

그러나 신민당은 이 같은 유럽연합 내에서의 개혁을 내세우는 시리자의 포부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유럽연합과 해외 투자자들은 외면할 것이고 이 때문에 그리스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신민당은 대신 경제위기와 긴축으로 이제까지는 고통스러웠더라도 올해 안에 구제금융을 졸업할 것이라면서 유권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전통적으로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해왔던 그리스공산당은 이 두 정당이 크게 보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융에벨트> 21일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그리스 부채는 일반 서민이 만든 것도 서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라면서 완전한 철폐를 주장한다. 또 유럽연합은 초기 마하트리트 조약부터 가입국 예산 규제 조치로 각국을 통제해 왔고 이 때문에 그리스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강행해야 했지만 이는 독점기업의 경쟁력과 값싼 노동력 정책을 위한 일환이었을 뿐이었다면서 탈퇴를 주장한다. 그리스 공산당은 이와 함께 긴축 아래 빼앗긴 자들의 경제를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독점기업의 사회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가오는 시리자 정부와 그리스 미래, 민중의 투쟁에 달려

결국 외부 채권단의 공세, 불안정한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시리자가 과연 어디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이는 앞으로 그리스 민중운동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리자의 좌파 플렛폼 중의 하나인 DEA의 안토니스 다파넬로스는 19일 <인터내셔널뷰포인트>에 “일부는 시리자의 정책을 케인스주의가 재도입된 것이라고 부른다”면서 “하지만 그리스 사회의 전망에서 (시리자 부상의) 중요성은 긴축은 반전돼야 한다는 정치적 메세지”라며 “시리자 정책은 열려 있고 이는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자 유세 현장, 스페인 포데모스 당수가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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