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서 18시간 손발 묶인 70대 노인 사망

인권위, 과실치사 혐의로 병원장 검찰 고발

  28일, 인권위 관계자가 관련 사건에 대해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신병원 가혹행위 진정 어려워...진정 없이도 방문조사 필요

정신병원에서 70대 노인을 독방에 격리하고 17시간 이상 손발을 끈으로 강박해 사망하게 하는 등 정신병원 내 가혹행위 사례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권위의 28일 기자 브리핑 내용에 의하면, 전아무개 씨(당시 72세, 남)는 지난 2013년 11월 22일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딸과 함께 강원도 A정신병원을 찾았다. 당시 전 씨는 혈압이 높다는 것 외에는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아 오후 3시경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

그러나 최아무개 병원장은 전 씨가 알코올 금단증상을 보인다며 1인 보호실에 격리한 뒤, 이날 오후 4시 55분부터 8시 10분까지 3시간 넘게 양손과 양발을 묶었다. 이어 23일 오전 2시 40분경, 최 병원장은 전 씨가 '낙상 위험이 있는 행동을 반복하고 탈수 증상을 보인다'는 간호사의 전화보고를 받고 다시 강박을 지시했다. 이 강박은 오후 8시 30분경까지 17시간 50분간 유지됐다.

당시 전 씨는 강박된 동안 의식이 거의 없었으며, 식사를 위해 두 차례 침상에 앉을 때도 부축이 필요할 정도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결국 25일 오전 전 씨는 상태가 나빠져 3시경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다음날 새벽에 사망했다.

현재 정신보건법에서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은 본인 혹은 타인에 대한 위험이 크고 신체 제한 방법 외에 위험을 피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행하게 되어 있다. 이때에도 위험을 최소화하며 환자의 치료 또는 보호를 목적으로 행해야 하나, 전 씨의 사례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전 씨가 A병원 입원 후 격리.강박을 당하면서 몸 상태가 뚜렷하게 악화된 점을 고려할 때, 전 씨의 사망과 병원의 강박 지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형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최 병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B정신병원에서 일어난 보호사-환자 폭력 사건이 담긴 CCTV. 피해자 박 씨가 보호사 장 씨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있다(붉은색 동그라미 표시). 병실의 다른 환자들이 박 씨가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서도 식사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평소에도 보호사에 의한 환자의 폭행이 일상화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영상 : 인권위 제공)

서울의 B정신병원에서는 보호사가 환자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아무개 씨(당시 35세, 남)는 지난 2014년 11월 15일 아침 배식에서 보호사 장아무개 씨에게 밥을 더 달라고 하였다가 거부당하자 “저 XX 때문에 병원이 발전을 못 해”라고 욕설을 했다. 그 직후 보호사 장 씨는 박 씨의 어깨를 발로 차는 등 일방적 폭행을 가했고, 박 씨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자 폭행은 멈추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박 씨가 장 씨에게 심각하게 폭행당하고 있음에도 병실의 다른 환자들은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평소에도 보호사에 의한 환자의 폭행이 일상화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엄중한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장 씨에 대해서도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관할 구청장에게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정신병원 특성상 가혹행위가 일어나도 진정이 어려운 이유로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외부 감시가 취약하며, 환자 당사자들의 진정제기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설령 진정을 제기하여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려고 하면, 병원 측에서 환자를 설득하거나 환자에게 돈을 주고 취하하여 처벌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진정 제기 없이도 방문조사를 가능하게 하고, CCTV 보존기간을 1개월 이상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신병원 내부 가혹행위에 대한 인권위 진정 건수는 지난 2011년~2014년 정신병원 관련 진정 총 8089건 중 두 번째로 많은 1163건(14.3%)으로 집계됐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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