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미소 잃지 않고 겸손과 감정호소 말씀 올렸지만

야당, 언론통제 의혹 추가 음성 파일 공개

10일 오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막이 오르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새정치연합 청문위원들은 ‘언론외압’ 논란이 된 기자들과의 식사자리 음성 파일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추가 공개하며 이 후보자의 언론관과 병역비리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완구 후보자는 선비 같은 겸손한 말투와 감정호소를 담은 이미지 메이킹을 중심으로 야당의 공세를 여유롭게 받아쳤다. 오전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진행된 인사청문회 1막에서 이완구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때론 거칠고 때론 예리한 질의에 정치 9단의 능숙함으로 대응했다.

이완구 후보자의 대부분 답변은 “의원님~”이란 호칭으로 시작해 “송구스럽지만~”, “백배사죄”, “말씀 올립니다”로 끝냈다.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올라가도 이 후보자는 미소를 잃지 않았고, ‘송구’와 ‘말씀 올린다’는 경어체도 잃지 않았다. 새누리당 후보의 지원사격이 오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을 낮춰 겸손함을 유지하면서도 도지사 시절 등의 공은 과감히 드러냈다. 충남도지사 시절 도정 수행 당시 가족들을 챙기지 못한 대목이나 기부금 내역을 말할 때는 낮은 울먹임과 중저음의 강한 어조에 자신의 신조를 섞어 감정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화법과 여당 의원들의 감싸기 효과는 오전을 넘지 못했다. 야당이 오전 질의에서 주로 제기한 이 후보자와 차남의 병역비리 의혹과 최근 한국일보 기자 등과 식사자리에서 나온 언론통제 발언에 대한 해명 자체가 거짓과 위증 논란을 계속 낳았기 때문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는 대전 KBS 방송토론회에서 패널을 문제 삼아 방송토론을 파행시켰으며, 2009년 대전방송에서 불리하게 질문하는 패널을 빼라면서 방송을 파행시켰다”며 “도지사 시절엔 언론인에게 여행경비와 숙박료, 항공료 등을 지원하는 조례제정을 시도하다 시민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이런 점은 언론에 대한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평소 가지고 있는 언론관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의원님 죄송하다. 지적하신 말씀대로 도지사 재직 시의 일을 인정한다”며 “지적하신 말씀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죄송스럽단 말씀 드리면서 정확한 언론관을 갖도록 조심하겠다”고 몸을 낮추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김경협 의원은 “언론인 중에서 혹시 교수나 총장 만들어 준 적이 있느냐”며 “(후보자가) 교수나 총장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 있고, 자신이 그런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분들이 교수 채용 특혜나 황제 특강 강사비로 서로 은혜를 갚았다는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다.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71년 엑스레이 시설이 좋았던 수도육군병원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된 다리 엑스레이가 정상으로 나온 점을 폭로하고 위증 의혹도 제기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홍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재검을 받아 보충역으로 편입된 과정을 따지자 이 후보자는 “의원님의 지적에 죄송스럽단 말씀 먼저 올리겠다”고 또 자세부터 낮췄다. 이어 “말씀 주신 행정적 절차는 40년 된 일이라 일일이 기억을 못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리에 문제가 있어 육십이 되는 나이에 같은 부위를 찍고 고생하고 있다”며 감정에 호소했다. 위증 의혹이 나온 71년 신검 문제엔 대답하지 않았다.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이 “질문의 핵심은 71년에 정상으로 나왔고, 거기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데 그 두 가지만 빼놓고 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해명은 없었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의원이 홍성 사무관 시절 재검을 받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보충역에 편입될 질병을 앓고서도 신체검사 기준이 높은 경찰 채용엔 문제가 없었다”고 지적하자 “기관에서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구구히 변명의 말씀을 올리지 않겠다”고 역시 답을 피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에게 해명기회를 주며 칭찬을 이어갔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이 “후보자의 40년 공직생활을 파악해 본 결과 단 한 건도 부정이나 비리가 없었다. 깨끗하고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의혹 해명기회를 주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기회로 봤다. 삼청교육대 문제도 일게 행정요원이라지만, 당시 아팠던 역사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부동산 문제도 합법적으로 했다지만, 다시 한 번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됐다. 굳이 변명하지 않겠다. 국민과 언론과 여야 의원님께 송구스럽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상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는 말씀 올리겠다”고 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장례를 지키지 못했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담담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당시 국가적 중요 사태라 태안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후보자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충남도 외자를 유치하느라 임종도 못 지켰다”고 했다.

또, 이 의원이 후보자와 가족들의 이름으로 기부한 내역을 공개하자 이 후보자는 “과찬의 말씀으로 들려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저희 가족 네 사람이 한 달에 110만 원 정도 기부하고, 연간 1,200만 원 정도를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언론사 부고란에 제 이름을 빼 달라고 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처갓집에서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도지사 신분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모든 매체에서 제 이름을 빼고 상가에도 가지 않았던 아주 비정한 공직자로 처가에 비쳐져 대단히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이 언론관에 대한 발언 기회를 주자 “저의 부족함과 문제점을 통렬히 반성한다. 이 순간에도 깊은 반성과 함께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며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중요한 존재로,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을 포함하는 데 반대의사도 피력했다. 그럼에도 저의 실수와 불찰을 통렬히 다시 반성한다. 진심으로 말씀 올린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김영란법 발언은 다시 부메랑이 돼 돌아갔다.

[출처: 국회방송 캡쳐]

기자들과 식사자리 녹취 파일, 최대 쟁점 부상

청문회 도전 1차 시기인 오전 청문회는 이완구 후보자의 감정호소 페이스대로 달린 셈이 됐지만, 오후에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녹취 파일을 2차 공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녹취 파일 청문회장 공개 여부는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오전부터 야당 의원들은 녹취 파일을 청문회장에서 공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야당이 따로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통제 관련 부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파일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나도 대변인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과 나는 진짜 형제처럼 산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라며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고 했다. 또 김영란법과 관련해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치?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치? 욕먹어가면서”라며 “내 가만히 있으려고 해.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시켜 버려야겠어”라고 말했다.

새롭게 공개된 음성 녹취록에 대해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허심탄회하게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때로는 과장되고 때로는 재밌게 얘기한 것”이라며 “녹음 된다고 했으면 그런 얘기를 했겠나. 편안한 얘기를 강조하고 반어법도 쓰고 과장되게 얘기한 것이다. 내용을 불구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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