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도급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 집단해고 사건 국회로

이인영 의원 100여 명 노동자와 간담회...“사측에 노동부 판정이행 압박”

고용노동부가 위장도급을 판정하자마자 하청노동자 100여 명에게 집단해고 통보를 내린 동양시멘트 문제가 국회에서 본격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인영 국회 환경노동위 새정치연합 간사는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민주노총 동해삼척지부와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 100여 명을 만나 집단 간담회를 열었다.


동양시멘트는 삼척 영동 지역의 경제 버팀목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으며, 해고 통지를 받은 하청노동자 100여 명은 석회석 광산에서 돌가루와 시멘트 가루를 마시며 채굴, 운반 등의 일을 해왔다.

이 자리에서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인영 의원에게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설움을 토로했다.

최창동 동양시멘트 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은 “저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과 고용안정을 찾고, 가정으로 돌아가 떳떳한 가장이 되는 걸 원한다”며 “위장도급 법안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해 그 법을 만들어 줬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한 조합원은 이인영 의원에게 “하청노동자로 살다 너무 힘들어서 작년 5월 노조를 결성하고 나서야 그동안 속고 살았다는 걸 알았다”며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이나 복지에서 차별이 너무 심했다”고 했다. 이어 “원청은 (퇴근할 때도) 씻지 말고 나가라고 하거나 저리 가서 일하라는 식의 인격적인 모욕을 많이 줬다”며 “이런 세월이 너무 억울해 노조를 만들었는데 해고로 답했다. 법도 법이지만, 이 문제에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도록 의원님이 좀 더 도와줬으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나 노동부의 석연치 않은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터져나왔다. 김동환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부 사무처장은 “사내하청사업장 동일(주)의 해고 통보는 노조 핵심 주력이 동일(주)에 근무하기 때문”이라며 “동일(주) 노조를 없애면, 나머지 사내하청 노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듯 하다. 동일(주) 폐업 과정에서 현장별 공정별로 새로운 위장도급으로 볼 수 있는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고, 이후 조합원을 선별 복귀시켜 노조를 탈퇴시키고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하지 않도록 하청 노동자들을 압박할 것 같다. 투쟁이 장기화 될 상황”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파견법 위반이 아니라 위장도급 판정이라 동양시멘트 사측에 강제할 수 없다는 태도다. 우리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79년 전통 향토기업이라는데 하루아침에 지역에서 100명이나 해고한 적은 삼척에서 없었던 일”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3일 노동부에 동양시멘트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인영 의원은 “회사 측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길도 잡고, 해결 노력도 해보겠다”며 “법적 대응이 만사는 아니다. 법적 대응이 길어지면 피해는 노동자가 입고, 회사는 빠져나갈 시간을 벌 수 있다. 우선 노동부에 시정명령을 해 달라고 다그치고, 철저한 행정감독뿐 아니라 회사를 통해 해결할 방법도 산업통상위원회 전순옥 의원님과 함께 찾아 보겠다”고 밝혔다.

김주원 민주노총 동해삼척지부 지부장은 “작년 6월 노동부에 진정하고 2월 13일에 결과를 받았다. 노동부가 7개월 동안 시간을 끄는 사이 (유)두성기업은 어용노조를 만들어 조합원을 다 탈퇴시켰다가 삼척시로부터 (어용)노조 설립신고가 직권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위장도급을 판정한 것도 노동부와 동양시멘트 사이에 미리 대화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면 당장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위장도급으로 판정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 위장도급 결과를 받고 모두 기뻐했는데, 알고 보니 벌칙조항이 없어 실질적으로 길바닥에 내몰리게 됐다. 노동부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주기보다는 친절하게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안내해 주고, 지리한 법정 소송이나 하라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이인영 의원은 “불법파견 판정이 되면 불이행시 과태료 부과나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가 가능한데, 위장도급 판정은 불이행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며 “환노위 은수미 의원(새정치연합)이 이미 개정안을 발의했고, 그 법안이 심의과정에서 통과되도록 우선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노동부에 확인해 보니 동양시멘트 측은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법원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라며 “1년 넘게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 회사는 버티면서 노동자가 지쳐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기 때문에 노동자만 피해를 본다. 4월에 상임위가 열리면 노동부 장관에게 시정을 요구하겠지만, 빠른 시간 내에 동양시멘트 회사 측과 접촉해 불법 부정행위를 즉각 시정하도록 진정성 있게 노력해 보겠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라”고 약속했다.

노동부 “동양시멘트 노무대행 기관” 판정했는데도...

앞서 2월 13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주)와 사내하청업체인 동일(주), (유)두성기업 관계가 위장도급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주)와 동일(주), (유)두성기업은 외형상 도급 계약을 체결해 도급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라며 직접고용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노동부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근거로 △동양시멘트 사무실 및 장비를 업체가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대표이사는 동양시멘트 결정에 의해 취임하고, 전임 대표이사로부터 보유 주식을 무상으로 양수한 점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독자적인 기계와 장비를 보유하지 않은 점 △동양시멘트가 두 업체 근로자들의 연장근로, 근로시간을 수시로 지시하고, 작업량, 작업 방법과 순서, 타 작업장 지원 등에 관해 직접 또는 중간 관리자를 통해 지시한 점 등을 들었다. 두 업체가 사업주로서 독자성과 경영의 독립성이 없어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노동부 위장도급 판정 후 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 요구가 쏟아지자 설을 앞둔 지난 2월 17일 오후 해고 통지 우편물을 발송했다. 18일 자정 야간근무 출근 조합원들에겐 하청업체 관리자가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 노조는 2월 23일 동양시멘트 측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의 답변이 없어 3월 2일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편 동양시멘트는 한국 최초 시멘트회사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삼척, 동해공장에서 석회석 채광, 시멘트 생산 업무를 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은 광산에 구멍을 뚫고 화약을 넣어 발파해서 쏟아진 석회석을 해머크레셔에서 분쇄한 후 컨베이어를 타고 공장으로 흘러가는 공정이다. 이렇게 얻은 석회석은 화학약품과 섞여 시멘트가 되는데, 자동차 생산 공정과 마찬가지로 발파에서 시멘트 출하까지 하나의 공정이라 불법파견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노동계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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