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준 주민수용 지진 과소평가 모두 문제
월성1호기가 많은 논란 끝에 2015년 2월 27일 01시에 계속운전이 승인되었다. 선박에 많은 결함이 발견되었는데도 이를 추후 개선하겠다며 난바다로의 운항을 재개한 꼴이다. 원전의 심장에 해당하는 핵심설비인 압력관을 교체하여 현재 월성1호기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쇠약한 노인과 같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의 안전에 대한 눈높이는 한층 높아졌는데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형참사를 낳을 소지가 있는 노후원전의 가동을 주민공청회나 심사 자료의 공개도 없이 단 세 번의 회의만으로 승인했다.
▲ 울산 시민들이 울산시청 앞에서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심사에서 문제가된 쟁점은 최신 기술 기준(R-7) 적용 여부, 주민수용성 미반영, 지진과소 평가, 안전개선 사항 이행 시기와 위원의 자격 문제 등이 있다.
첫째는 월성1호기에 최신 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1991년 안전 기준 R-7에 따르면 격납건물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교체할 때 사용후 핵연료 방출통로에서 하루 약 40분간 밸브가 열리는데 이 때 격납건물은 폐쇄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원자력 안전기술원은 수조의 물이 이 역할은 한다고 보나 R-7은 이를 수문으로 막아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월성 2,3,4호기는 이 규정에 따라 수문을 달았으나 원자력 안전기술원은 월성1호기에는 수문을 달지 않아도 안전하며, 달아도 안전이 그다지 증진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R-7에 따른 밸브 이중화도 하지 않았다.
둘째로는 최근 개정 시행된 원자력안전법은 계속운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게 되어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계속운전 심사가 이 법의 심사 신청 이전에 이루어져 공청회 등의 주민 의견수렴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일부 위원은 법의 개정이 이루어지면 심사과정에 있는 사안은 개정된 법 정신에 따라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주민수용성을 확인 한 후에 계속운전을 승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따르지 않고 사전 승인 후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로 하여 원자력안전법 위반의 소지를 남겼다.
셋째로는 월성1호기 부근의 지진이 과소평가되었다는 점이다. 월성1호기 320km 반경 내에 14개 지체구조구가 있으나 한수원의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분석 (PSHA) 에서는 이 가운데 쓰시마, 동해, 후쿠오카 등에 있는 면적지진원을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320km 밖의 함경도 등 한반도 지역만을 면적지진원의 입력자료로 삼았다. 또 62개의 활성단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가 이것을 고려하여 PSHA의 입력 자료를 작성 하였을 거라고 하며, 또 일본 쪽의 면적지진원은 고려한다고 해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 안전 전문위원회는 주장하나, 그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소방방재청이 계산한 4800년 빈도의 최대 수평지반가속도가 0.27g였으나 한수원은 10000년 빈도의 최대수평지반 가속도 값이 0.28g밖에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납득할만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 부분은 월성 부지 내에 있는 6기 원전 전부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향후에도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안전개선사항 이행 시기와 위원 자격도 문제
원전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주민 삶의 문제
넷째로는 월성1호기가 연장운전 승인을 받았으나 심사기간을 빼면 향후 7년 8개월 밖에 가동을 못하므로 상당수의 안전개선 사항이 미리 수행되지 않으면 안전개선에 대한 의미가 퇴색한다는 점이다. 월성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단은 ‘계속운전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였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건부 계속운전 승인도 아닌 한수원으로부터 안전개선 사항 이행 계획만 듣고 수명연장을 승인하였다.
다섯 번째로는 사업자인 한수원의 발전소 부지 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을 수명연장 심사에서 주민과 환경단체가 이를 기피 신청하였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 소지가 있는 위원이 심사에 참여하여 발언하고 표결하게 하여 법원이 위원 자격에 대한 임명무효 및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때 수명연장 심사 전체가 적법하지 않을 수 있는 소지를 남겼다.
이번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는 이외에도 무수한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월성1호기와 같은 모델인 캐나다의 젠트리 2호기가 계획단계에서 1조, 심사자료를 공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비개선비용이 4조가 되자 수명연장을 포기한 것을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월성1호기는 5600억원의 설비개선만으로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명연장을 허가하였다. 비용과 안전은 상충관계에 있다. 즉 설비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불가피 하나 우리는 훨씬 낮은 안전기준으로 노후원전이 안전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 울산 시민들이 매주 월성1호기와 가까운 울산 북구 일원에서 탈핵 걷기행사로 주민들에게 원전 폐쇄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의 계속 운전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공청회나, 위원들에 대한 계속운전심사와 관련된 교육 세미나조차 한번 열지 않고 단 세 번의 회의로 계속운전을 승인하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중대한 안전 문제가 심지어 수명연장이 언제까지인지도 모르는 위원의 손에 의해 결정되었다. 원전의 안전에 관한 문제는 보수와 진보, 혹은 여야의 문제가 아님이 분명한데도 원자력계를 대표하는 일부 위원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파악하기보다 단지 찬성 표결에만 관심을 두는듯한 행태를 보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은 이번 결정 과정에서 많은 압박감을 호소하고 피로감을 보였다. 따라서 이런 중대한 의사결정은 몇 명의 위원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자료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시민사회도 이 기회에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며, 홍보와 언론을 상대로 한 방식만이 아닌 시민을 교육하고 이들을 조직하여 원전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원전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삶의 문제다. 향후 노동단체 등도 임단협 만이 아닌 삶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논란이 지속되는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에 대한 승인은 계속운전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에 대한 확인일 뿐이다.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은 심사기간이 길어지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 폐로비용의 증가 등으로 적자 사업이다. 산업자원부는 경제성이 없는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의 원전에 대한 공약은 ‘안전우선주의에 입각한 원전이용’이며, “노후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한 제한하고 고리1호기 월성1호기 원전의 폐기도 EU 방식의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쳐 결정”한다고 하였다. 대통령은 안전 심사에 많은 논란이 있고 경제적이지도 않은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거부하는 최종 결단을 하여 국민에게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할 때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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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울산저널에도 게재됐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