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에 쏟아진 통계기사

[팩트를 채우는 미디어비평] 매일경제 나경원 첫 여성 외통위원장으로 때워

우리 언론은 1년에 딱 한번 여성에게 주목한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써대는 기획 아닌 기획기사들이 그것이다. 올해는 이렇다 할 기획도 없이 쪼가리 기사들이 난무했다.

7일자 조선일보는 14면(국제면)에 <“女학생이 더 성적 높은건 세계적 현상”>이라는 2단 기사를, 동아일보도 8면에 <‘독서女-게임男’... 성적 차이나는 건 당연>이란 2단 기사를 썼다. 두 신문 모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열등한 성(性 )’이란 기사를 인용 보도했을 뿐 독자적인 취재 결과도 아니다. 분량도 200자 원고지 2~3매 가량이라 도대체 뭔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든 통계기사다.

  위에서부터 7일자 조선일보 14면, 동아일보 8면, 매일경제 19면

같은 이코노미스트 보도를 인용해 7일자 사회면 톱기사로 쓴 국민일보의 <남성 점유 전문직 머지않아 여성 강세>라는 기사가 더 훌륭해 보인다. OECD가 2012년 65개 나라 만 15살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해와 수학, 과학 등의 능력을 조사한 결과가 원천 자료다. 조사결과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1주에 평균 1시간 더 많은 5시간 30분 가량 공부하기 때문에 여학생의 성적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늦은 결혼과 출산율 하락 등의 요인이 역으로 여성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넓혀줬다”고 이 연구결과를 해석했다. 나아가 이코노미스트는 “대기업 경영자나 변호사, 의사, 금융인, 정치인 등 현재 남성 점유 직종도 미래엔 여성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래엔 여성보다 교육을 받지 못해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남성이 더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의 결론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설사 OECD 연구결과가 그렇다 할지라도 이를 한국 사회에까지 일반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겨레신문은 7일자 9면에 <“전세계 남녀 임금격차 향후 70년간 계속될 것”>이란 제목으로 정반대의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가 인용한 원천자료는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학자 크리스틴 소벡이 분석한 보고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 임금의 77%를 받고 있는데, 이는 20년 전보다 불과 3%P 격차를 줄인 수준이라, 이렇게 가면 앞으로 71년 뒤인 2086년까지는 양성 임금평등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남녀 취업률 격차도 분석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남녀 취업률 격차는 1%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오늘날 전세계 77%의 남성이 취업하는데 반해 여성은 50%만 취업해 27%P의 격차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고서에 나온 ‘2086년’이란 숫자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데 71년 뒤의 사회상을 예측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보고서의 결론이 71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남녀 차별을 묵인하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앞서 여학생 성적이 높아 향후 전문직업을 여성이 휩쓸 것이라는 조선, 동아, 국민일보의 기사도 황당하지만, 한겨레처럼 남녀 임금격차가 향후 70년간 계속될 것이란 기사 역시 수많은 모든 변수에 눈감은 전형적인 외눈박이 통계기사다.

가장 황당한 건 매일경제신문의 7일자 19면 기사다. <내일은 세계여성의날, 유리천장 깬 3인의 ‘톡톡’>이란 문패를 단 이 기사는 나경원 첫 여성 국회 외교통상위원장과 첫 여성 지검장, 인하대 첫 여성총장을 다뤘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만이 여성의 지위향상이라는 이런 개발연대 시절의 일방통행식 기사가 정작 양성평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