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돌이가 무서워졌어요!

[기자칼럼]이제 다시 경찰을 무서워해야하는 시대인가?

작년 여름, 통영에서 휴가를 보낼 때 경찰과 알게 됐다. 모르고 말 걸었는데 순경이었다.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당시는 밀양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제압하고 브이(V) 자를 그리는 경찰 사진이 화제였다. 경찰 사이에서도 유명한 사진이어서, 그녀도 알아보고 얼굴을 붉혔다.

일하다가도 경찰을 만날 일이 많다. 취재현장에서도 부대끼지만, 그들과 술자리를 할 때면 서로 신세 한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주노총 집회에서 욕을 너무 많이 먹어 고생한다는 이야기, 공무원 연금이 삭감될 거란 이야기를 들으면 동정심도 생긴다. 종종 경찰이 친근하다.

가장 크게 동정심을 유발한 이는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다. 그의 이름이 적힌 돈 봉투를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돌렸다가 옷을 벗었다. 훗날 몇몇 기자와의 술자리에서 비통하게 울었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가끔 경찰이 불쌍하다.

최근 경찰은 대구에서 대통령 비방 전단지를 돌렸다고 민간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 내부도 무단촬영했다. 이에 앞서 전단지를 뿌린 부산 시민도, 전단지를 제작한 군산의 민간인도 압수수색 당했다. 경찰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25일, 서울에서 경찰은 민간인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했다. 오토바이 절도범을 붙잡아 머리를 발로 찼다. 너무 심하다고 항의하는 시민에게는 테이져건을 발사하고 또 머리를 발로 찼다. 항의한 시민의 아들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모두 오토바이 절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무고한 시민이었다.

심해도 너무 심했다. 혐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서는 행위를 벌할 수 있어야 하고, 범죄가 명백해야 하며,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하고, 범죄의 현행성도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2011년, 경찰의 불심검문에 항의차 욕설하고 체포에 저항하며 경찰에 상해를 가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었고, 욕설은 불심검문에 항의하던 차 저지른 우발적인 행위이며, 피고인을 즉시 체포할 사정도 없어 경찰의 체포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적법하지 않은 행위를 지적한 시민까지 발로 차고 체포한 이번 과잉진압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제 다시 경찰을 무서워해야 하는 시대인가? 경찰에게 강제력을 위임한 것은 대통령도 아니고 경찰 자신도 아니다. 시민이 위임한 것인데, 자꾸 까먹는 것 같다.

[출처: MBC방송화면 캡쳐]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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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

    그러게요.. 과거 청산을 제대로 안 한 상태이다 보니, 과거 악습이 스물스물 나오는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