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 깎자는 여당의원, 생방송 중 공무원 맹비난

대타협기구 마감 실무기구 구성...공적연금 기능강화 등 일부 합의

판은 뻔했다. 공무원들이 얼마나 자기가 받을 연금을 포기하게 할 것이냐다. 기여율이니 소득대체율이니 이런 전문 용어가 떠돌아 다녔지만 결론은 이미 한 번 깎았던 것을 얼마나 더 깎을 거냐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의원은 공무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노후에 받기로 약속한 급여가 깎이는 쪽은 공무원인데 오히려 “국민이 두렵지 않느냐”고 공무원 단체를 몰아세웠다. 국회방송 생중계 도중이었다. 협상 초기 새누리당 스스로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무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 결론 도출이 난항에 빠지자 다시 공무원 단체 탓을 했다.


27일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6차 전체회의’는 사실상 마지막 전체회의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 시작 전까지 공적연금강화와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안은 나오지 않았다. 여야는 이후 어떻게 할지 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회의에 들어왔다. 다만 전날 밤까지 지난한 논의를 한 대타협 기구내 일부 분과에서 합의가 있었다.

노후소득보장제도개선분과위원회는 ‘공적연금기능 강화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의 필요성’에 대해 합의했다. 공무원연금개혁분과위원회에서는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공적연금제도간 형평성, 공무원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원칙과 방향성, 필요성에 공감했다. 재정추계검증분과위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추계모형을 공무원연금 재정추계의 기본모형으로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애초부터 반대했던 ‘공적연금기능 강화’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필요성’에 대해 합의한 것은 공적연금기능 강화 논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공무원 단체들의 진정성이 담긴 부분이다.

문제는 28일 대타협 기구 활동 종료를 앞두고도 구체적인 합의 없이 최종회의를 시작한 데 있었다. 야당 쪽 위원, 공무원 단체 위원 다수가 대타협기구 활동 시한 종료 후 추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남은 쟁점을 협의해 가자고 제안했다. 대타협기구 활동이 그냥 종료되면 공무원연금과 공적연금 논의는 국회 (여야)특별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여야 정치권만 협상을 벌일 경우 밀실협상 논란과 함께 공무원 단체들의 반발은 뻔한 상황이었다.

이병훈 대타협기구 위원은 “여야가 그런 중대사를 정치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부담스럽겠지만, 이미 대화의 장에서 머리를 모아 합의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미룬다는 것도 안타깝다”며 “정치권 뿐만 아니라 정부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실무기구를 구성해 마무리 못한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에 김성광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대타협기구처럼 (논의 시한이 정해진) 3개월 짜리 폭력적인 시한폭탄이 아닌 2년, 3년을 두고 공담대를 형성하는 공적연금 논의 기구를 설치해야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우리 국민의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노후소득보장률 목표지점을 제시하고 합의 노력을 약속해 준다면 공무원 당사자들은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제도를 개선하는데 힘이 들더라도 일부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위원들의 제안에 여당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정용건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에게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정용건 집행위원장은 “이 시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면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두 분 위원장들이 고민해서 제출했어 한다”며 “제 살을 깎겠다는 공무원 당사자들의 노력에 두 분 위원장이 정회 이후 정확한 입장을 제출해 달라”고 비판했다.

정용건 위원장의 타박에 조원진 위원장은 “대타협 기구 마지막 날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시한도 두지않는 그런 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무슨 얘기냐”며 “솔직히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말자고 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동안 가장 비협조적으로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고 그런 태도를 가진 쪽에서 시한도 두지 않는 공적연금 강화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지금 생중계가 되는 여기서 시한을 두지 않는 공적연금 강화기구를, 그것도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두 개를 묶어서하자는 건데 국민이 안 두려운가. 어떻게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공무원 단체를 맹비난 했다. 조원진 위원장은 또 “내일까지 대타협기구를 완료하기로 한 날인데 내일로 대규모 투쟁 날짜를 정해서 투쟁하는 것이 대타협 입니까. 대타협을 하려면 내일 잡혀있는 투쟁 날짜부터 바꾸세요. 그것이 대타협 정신입니다”라고 집회 일정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조원진 위원장 발언에 방청석에 앉아 있던 공무원들은 “우리가 세금 도둑놈이냐. 우리가 국민을 위하고 두려워하니까 연금 개혁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훈계나 들으려고 여기 앉아 있느냐”고 강력히 반발했다.

  공무원 단체 맹비난 후 공무원들 사이를 지나가는 조원진 의원

곧이어 정회에 들어간 대타협기구는 3시간 여에 걸친 비공개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대타협기구는 미진한 쟁점사항은 실무기구를 구성해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을 양당 원내대표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쟁점이 됐던 실무기구 활동기간도 양당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실무기구는 대타협기구에서 제시된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등을 정리하고 추가 논의를 통해 그 결과를 공무원연금특위에 제출하게 된다. 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단일 합의안을 반드시 도출하고, 단일 합의안에는 공적연금 기능강화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 및 운영방안을 포함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대타협기구 활동 종료 결과보고가 발표되자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 2명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결과발표 직후 조원진 위원장은 “실무기구가 제대로 잘 운영돼서 사회적 대타협안을 만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지금 시점에서도 공무원분들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저희들 또한 공무원분들께 죄송하다”고 공무원들을 위로했다. 회의 초반 공무원단체를 맹비난 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졌다.

야당인 강기정 위원장은 전공노의 반발에 “주기로 한 것을 빼앗는 것인데 당연하다. 국가가 잘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자원외교 등으로 다른 데다 다 (재정을) 까먹고 안 준다는데 충분히 이해한다. 내일 공무원들이 모여서 문제를 지적하고 저항하는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전체회의 직후 논평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단일 합의안을 반드시 도출한다는 내용이 전제 돼 있기에 새누리당은 실무기구 구성에 동의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재정추계 각 대안 들에 재정절감 효과 등을 보고 국민 앞에 내놓을 수 있는 합리적인 (공무원연금 개혁) 안을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대타협기구의 중요한 성과인 공적연금 강화에 대해선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이후 실무협의회 과정이 대타협기구 논의 보다 더 치열한 과정이 될 것 임을 예고한 것이다.

  대타협기구 결과발표 직후 강하게 공적연금 강화를 요구하며 항의하다 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가는 전공노 소속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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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코프스키

    바로 이런 자들이 두려워 마지 않을 아니 **의 이슬로 사라져야 할 Black Swan(흑고니, 흑조)의 세상을 개창해야 하는 이유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