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어지럽고 메스꺼울 때

[윤성현의 들풀의 편지](3) 음양의 조화

위(밥통)는 음식물을 내려 보내고 비장은 영양분을 올려 보내니 이를 ‘비위의 승강기능’이라고 하였습니다. 올라가야 할 것이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야 할 것이 내리지 못하면 탈이 납니다.

가을과는 반대로 봄에는 땅벌레도 기어 나오고 새순도 돋아나고 아지랑이도 피어오릅니다. 고로쇠나무는 녹는 땅을 틈타 부지런히 수액을 뽑아 올리고 초여름이면 열매를 거둬야 하는 매화는 눈송이를 이고도 꽃피며 겨우내 솜털로 감싸고 있던 목련봉오리도 가지꼭지마다 꽃잎을 터뜨립니다. 한마디로 봄은 땅속으로 들앉아 있던 기운이 하늘 높이 올라가는 계절인 것입니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겨우내 침잠해 있던 기운이 위로 오르니 머리꼭지까지 닿습니다. 몸통은 모나서 땅이요, 머리는 둥글어서 하늘이니 천지음양이라고 하며 봄은 그 기운이 음에서 양으로 올라가는 시기입니다. 머리가 양인 까닭은 동적이기 때문이요, 몸통이 음인 까닭은 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또 동적인 까닭은 이목구비가 내어달렸기 때문이며, 몸통이 또 정적인 까닭은 오장육부가 들어앉았기 때문입니다.

땅이 네모나다는 생각은 근대 이전 사람들의 천문학 지식의 한계(오류)이기도 하지만 하늘과 땅을 음양의 이론으로 살펴본 관점이기도 합니다. 음양을 나누는 기준은 동-정인데 상대적으로 동적인 것이 양이요, 상대적으로 정적이면 음입니다. 음과 양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물은 아니고 어떤 사물이 갖는 상대적인 특성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막대자석을 자르고 또 잘라도 나뉜 자석마다 두 극성을 다시 띠듯이 음양이란 하나의 사물이 갖는 상대적인 특성입니다. 조건이나 관계에 따라 양이 음이 되기도 하고 음이 양이 되기도 하며, 음 가운데 양이 있고 양 가운데 음이 있습니다. 머리에 맞대어 몸통에 있는 오장(간, 심, 비, 폐, 신)은 음 중에서도 음이며 육부(담, 위, 소장, 대장, 방광, 삼초)는 음 중에서 양입니다. 머리에 있는 코와 귀는 양이지만 잘 움직이는 입과 눈에 비하면 음이 됩니다.

밤과 낮, 여름과 겨울, 남녀노소, 기혈진액에 다 음양이 깃들어 있습니다. 성내거나 우울한 감정도 음양으로 나뉘고 안정된 짝수와 불안정한 홀수도 음양으로 갈립니다. 음양은 부분적, 일시적, 우연적이 아니라 전체적이며 지속적이고 필연적입니다. 이 음양의 조화, 음양의 상대적인 평형을 추구하는 것이 한의학의 목적입니다. 또 병이 겉에 있는지 속에 있는지, 한증(寒症)을 띠는지 열증(熱症)을 띠는지, 정기가 허한 때문인지 사기가 실한 때문인지를 따져서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의 방법입니다.

마흔 살의 여성 이주노동자가 인근 읍에서 수녀님의 도움으로 왔습니다. 주요 증상은 토하고 어지럽다고 합니다. 아침 여섯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 학교 보내고 오토바이 타고 양계장으로 가면 여덟 시가 다 됩니다. 다섯 시 반에 퇴근하고 집에 들렀다가 다시 밤 열시 넘어서까지 목욕탕 청소 일을 하고 나면 숨이 막히고 지쳐서 죽을 것 같습니다. 잡채와 통닭을 좋아하나 자주는 못 먹고 다른 음식은 입에 맞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이석증’으로 치료하였는데 자꾸 재발합니다.

우리 몸에서 기운이 소모되는 길은 대개 세 갈래인데 손발을 써서 하는 노동과, 혀와 입으로 하는 말, 그리고 땀을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으로 기운이 다 사지로만 가고 피를 이끌어 머리로는 올라갈 기운이 없으면 어지럽게 됩니다. 건물 옥상 물통에 물을 전기가 없어서 못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 ‘토하고 어지럽다’기 보다는 어지러워서 토하게 됩니다. 천장이 빙빙 돌고 머리를 가눌 수도 없을 때 토하는 것은 병증이기도 하지만 치유반응이기도 합니다.

짐이 버거워 일부를 버리고 고개를 올라가던 달구지도 기억나고요, 자기가 위험하다 싶으면 입에 넣은 먹잇감도 뱉어버리고 줄행랑을 치는 뱀도 보았겠지요. 어지러울 때 토하고 나면 우선한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식곤증은 소화에 힘쓰느라 팔다리, 머리에는 기운이 부족하여 생기고, 봄이 왔으나 머리나 사지로 보낼 기운이 적어 나른하게 춘곤증도 납니다.

기운이 없으면 밥맛을 잃고 밥을 못 먹으면 기운이 더 떨어집니다. 결국 어지럽고 토해서 병원에 가면 ‘이석증’으로 진단 받거나, 검사도 하고 사진도 찍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도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압 약, 당뇨 약을 먹고 있는 경우도 흔치 않게 봅니다.

밥맛을 돌게 하고 기운을 내는 비장을 도와주는 데는 황기, 인삼, 백출, 감초, 당귀, 귤껍질, 승마, 시호로 된 ‘보중익기탕’을 가감하면 좋습니다. 기운이 없어 어지러울 때 쓰면 피가 머리끝까지 잘 올라서 좋고, 기운이 없어 팔다리가 저리면 손발 끝까지 피가 잘 돌아서 좋고, 기운이 없어 감기가 잘 들면 땀구멍을 잘 여닫아 감기가 안 들게 하는 데 좋습니다. 팔백 년 전쯤 성에 갇혀 전쟁과 기아에 시달릴 때 이 약으로 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노동에 지치거나 먹성이 시원치 않거나 노약자에게는 가히 ‘성약’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잘 치료되기를 바라며, 다음에는 불청객 ‘비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코막힘, 재채기, 콧물, 가려움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비염은 환경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신에게 원인이 있을까요? 몸에 열이 많아서일까요? 아니면 몸이 차서 그럴까요? 겨울철 운전 중 창문에 성에가 끼는데 왜 그럴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