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 이야기

[불법사장 찾아 3만리](9) 순회투쟁 9일차

서산에 자동차 공장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까? 동희오토라는 회사를 들어본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동희오토가 만드는 차는 기아자동차 '모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동희오토는 기아자동차가 49%, 동희오토가 51%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부지와 설비는 기아자동차에서 임대해줬다.

과거 한국우주항공산업이 있던 부지에 기아차에서 가져온 설비를 깔고, 동희오토가 사내하청업체와 계약하고, 하청노동자들을 모았다. 소위 말하는 '꿈의 공장', 정규직이 하나도 없는 공장이 동희오토다. 이런 공장은 여러 곳이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현대모비스 장생포공장(모듈테크), 한라공조 울산공장 등 모든 생산을 사내하청노동자가 하는 공장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희오토를 기아자동차 서산공장이라 부른다. 실제 2010년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해고조합원들은 양재동 기아차본사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정몽구가 책임지라고 한 농성이 길어지자 처음에는 동희오토 사내하청 사장들이, 두 번째는 동희오토 자본이, 세 번째는 기아차자동차가 문제 해결을 하자고 나타났다. 사실상 기아차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하청업체 사장과 동희오토 확약서만 받고 투쟁을 마무리했다.

자본은 업체별로 어용노조를 설립했고, 복직한 조합원들은 소수노조로 어려운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가 소수노조가 아니었다. 설립초기에는 거의 70~80%를 조직했다. 투쟁을 하자 업체폐업으로 노동자를 집단해고했다. 그래서 현장을 다시 조직해서 업체 어용노조를 민주화시켜, 금속노조로 상급단체를 전환했더니 다시 업체를 폐업했다. 그렇게 자본은 민주노조를 만들면 업체를 폐업하는 방식으로 동희오토에서 민주노조를 소수화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동지들! 다시 투쟁을 조직하는 동지들!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동지들이다.



얼마 전 동희오토는 작업하다 쓰러진 노동자 산재인정 투쟁을 진행했고, 소수노조임에도 불구하고 사측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산재투쟁을 했던 황재민 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승인을 받았다. 왜 민주노조가 있어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바다위에 놓인 다리 '서산 대교'를 넘으면 바로 평택이다. 극한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있어 이 다리도 만들어졌다. 자동차 수출차량이 가장 많이 선적된다는 평택항을 지나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앞에 섰다. 얼마 전 101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온 이창근 동지 구속영장실질심사 때문에 쌍용차지부 사무실이 분주하다. 170일 넘게 고공농성을 했던 문기주 선배와 서로 건강을 챙긴다. 간담회를 시작했다.

"6~7년 투쟁하다보니 어려움이 있다. 금속노조 투쟁사업장 회의에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탄압, 복수노조 투쟁사업장이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집에서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해서 안타까움이 있다."

김득중 지부장이 어렵게 말을 꺼낸다. 만일 굴뚝농성을 진행했으면 힘 있게 투쟁을 결의하려고 했으나 이창근 동지가 내려오면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순회단 동지들을 힘 있게 맞이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신다.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다.


2014년 12월 14일 쌍용차지부는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실장은 쌍용차 평택공장 70미터에 올랐다. 고공농성은 해를 넘겼고, 89일차 되는 날 김정욱 사무국장이 집중교섭을 위해 먼저 내려왔다. 그리고 지난 23일 101일째 농성을 하고 있던 이창근 기획실장이 “노사가 현재 성실히 교섭을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굴뚝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굴뚝에 내려가야 교섭이 더 원활하게 진행할 것 같다”며 굴뚝을 내려왔다. 그리고 오늘(26일) 15시 7차 교섭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6차 교섭까지는 해고자 복직, 26명 희생자 지원 대책, 손배가압류 철회, 정상화 문제를 얘기하자고 했으나 별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6년 만에 만나 서로의 공백을 채우기가 어려웠고, 지금까지 각각의 생각을 공식적 입장으로 의제화 시키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나마 사측이 그동안 부정했던 187명(비정규직 해고자 8명 포함) 정리해고자들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 성과라 했다. 아직 수면에 올려서 논의하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 얘기되면 속도를 올려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데 굴뚝농성을 해제한 시점이기에 사측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걱정하신다.

굴뚝농성은 정리됐지만 그 투쟁이 남긴 성과들은 존재한다. 사측이 정리해고자들과 교섭을 진행했고, 선도투를 진행하는 해고자들이 29명에서 32명으로 늘었다. 희망을 확대한 것이다. 그 힘으로 쌍용차지부는 해고자 선도투와 사회적 힘 그리고 공장안 동지들과 관계 복원으로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현재 조립1팀(티볼리 생산)은 주간 3시간 연장과 야간2시간 연장, 특근 등 풀 생산되고 있고, 조립3팀(코란도C 생산)도 주야간을 운영하고 있고 있다. 다만 조립2팀은 주간만 운영한다.

하지만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조립2팀 공사비용 180억 원이 통과됐다. 조립2팀을 합리화공사하고, 모든 라인을 주야간으로 전환해서 티볼리와 코란도C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현재는 티볼리 가솔린 차량만 생산하지만 5월 15일 디젤엔진, 하반기 롱바디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 조립라인을 확대해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원충원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할 것인지? 아니면 교대제 전환과 생산라인조정 과정에서 할 것인지가 남은 것이다. 6년 동안 길거리를 집이라 생각하고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공장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굴뚝농성 해제를 이유로 모든 협의에서 배째라고 나온 현대차와는 다른 쌍용차 사측의 모습을 기대한다.

조금만 올라가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이 나온다. 바다가 바로 옆에 있고, 바다건너 뿌연 연기를 내뿜는 현대제철이 보인다. 정몽구 회장이 기아차에서 현대제철 인수를 마음먹고, 일관제철소의 꿈을 꿨다는 일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더니 기아차화성분회 동지들이 다리를 놓으려다가 말았다고 얘기해 주신다. 생산된 냉열강판을 자동차로 바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꿈이었나 보다. 참 스케일이 다르다. 그런데 왜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소인배일까? 2차 업체 해고자는 기아차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버티는 그 모습이 정말 쫌팽이 같다.


타사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서 기아차분회 상집들이 차량을 가지고 오셨다. 기아차는 1사1조직으로 비정규직 동지들도 기아차지부 소속이다. 화성공장 비정규직은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에 소속된다. 조합원은 1800여 명이 넘고, 분회 상근자는 분회장 1명, 상집 5명이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비슷한 규모였을 때 상근자 2명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된 상근비(타임오프비용)도 받지 못했다. 지금은 아예 상근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동일자본인데 비교가 되어도 비교가 된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분회동지들이 준비해주신 차를 한잔 먹고 퇴근장 선전전을 진행했다.


기아차동지들이 '퇴근장'이라고 부를 때 뭔가 했었다. 기아차화성공장은 통근버스 정류장이 한곳에 몰려있다. 모든 통근버스는 이곳에서 출발하고 하차한다. 현대차는 중간에 태우기도 하고, 정류소도 두 곳 있고, 야간에는 공장밖에도 있으니 분산되는데 비해 기아차는 한곳에 집중되어 있어 진짜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노동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빠르게 빠져나갔다. 이날 퇴근선전전은 기아차분회 동지들의 적극적 조직으로 많은 대의원 동지들이 참석했고, 기아차 현장조직인 노해전, 금속노동자의 힘, 기아차 총파업 실천단 동지들도 함께 하셨다. 순회기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선전전 중 하나라고 기억된다.

간담회를 화성지회 공간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여러 회의로 부득이 식당에서 진행했다. 카렌스 센터 2층 삼겹살 집이 장소다. 참 오랜만에 와본다. 카렌스 센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와 기아차비정규직지회를 중심으로 2006년 사내하청총파업을 결의했던 곳이 바로 이곳 카렌스센터 였다. 감회가 새롭다. 2015년에도 이미 금속노조 비정규직대표자회의에서 1박2일(6/26~27) 파업을 결의했고, 사내하청동지들이 자발적으로 ‘사내하청총파업 추진 전국모임’을 구성하여 2015년 투쟁을 결의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노사공동위원회 협의를 진행하고 늦게 오신 화성분회 양경수 분회장 동지가 결의에 찬 발언을 해주신다. 불법파견 10년! 올해는 반드시 불법파견 문제 끝장내겠다는 결의를 밝히셨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결의하신다. 이 또한 감격이다. 지난 달 현대차 동지들 잘 못으로 현대기아차 공동투쟁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빠르게 현대차 동지들이 기아차 동지들을 찾아가서 공동투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결의해야 한다. 4월 9일 대표자회의가 있으니 거기서 해도 되겠지만 하루라도 더 빠르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쨌든 올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위해서는 현대차비정규직과 기아차비정규직이 제대로 만나 현대제철, 위아로 확대되어 '정몽구/정의선'을 반드시 구속시키며 마무리되어야 한다. 어쩌면 사측이 그렇게 확대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평택위아사내하청지회 핵심 간부 6명을 계약해지 했다고 한다. 양경수 분회장 동지가 내일(27일) 기자회견을 위아 공장에서 10시에 진행할 예정이란다. 기아차화성분회와 현대제철당진지회가 참석하기로 결의하셨단다. 참 좋은 일이다. 조금만 일찍 알았으면 양재동 기자회견을 미루고라도 가고 싶었는데 기자회견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라서 일정 수정을 할 수 없었다. 죄송하고 미안했다. 하지만 투쟁에 현장에서 자주 뵐 거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쓴 소주라 달랬다. 오랜만에 본 동지들이 너무 반가워 정신없이 먹는다. 그리고 오랜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화성 동지들이 마련해준 숙소로 이동했다. 살인의 추억에 나올 듯한 논길을 따라 도착한 집! 새벽에 소하리 갈려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