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요구가 종북? 통발 치지 말라”

[인터뷰] 의무급식 중단 하루 앞둔 박종훈 교육감, 홍준표 지사에 직격탄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출처: 경남도교육청]

학생 의무급식(무상급식) 중단을 하루 앞둔 31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55)이 “구호정치에 익숙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밥상머리교육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학부모를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이념적 통발 치기를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점잖은 박 교육감, 홍준표 지사에 직격탄

평소 점잖은 이미지를 가진 박 교육감이 이날 오전 <교육희망>과 전화 인터뷰에서는 “8년 만에 무상급식이 사라지니 정말 참담하고 학부모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무상급식 지원을 일방 중단한 홍 지사와 경남도에게 속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날 인터뷰 직전 열린 도교육청 회의에서도 박 교육감은 “일반 학부모들이 종북세력으로 몰리는 것만큼은 우리(도교육청)가 보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0일 경남도는 성명을 통해 “종북세력이 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색깔론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대해 무상급식 운동을 펼쳐온 이 지역 학부모들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경남도가 불리한 여론으로 궁지에 몰리자 출구를 찾는다는 것이 기껏 종북좌파”라면서 “경남도 성명서는 무상급식의 본질을 훼손하고 학부모의 들끓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박 교육감과 전화 인터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일(4월 1일)부터 경남지역 학교에서 의무급식이 사라진다. 심경은 어떤가?

“정말 참담하다. 학부모들께 급식비 부담을 드리게 되어 죄송하고 가슴 아프다. 도민들에게는 교육문제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같아 죄송하다. 잠정적으로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것에 대해서는 내일 기자들에게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지금 잠정적 중단이라고 말했는데….

“무상급식은 언젠가는 복구시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8년 동안 노력하면서 만들어온 사회적 산물이며 지방자치의 산물이 이 무상급식이다. 무상급식은 지역 협치의 상징인데 이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무상급식, 언제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당장이라도 복구시키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저는 빠르면 올해 안에, 아니면 내년 총선까지는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본다.”

“무상급식, 내년 총선까지는 회복시킬 수 있다”

-무상급식 중단 뒤 어떤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나?

“어떤 학부모와 만났을 때 ‘무상급식 지원자라는 게 부끄럽다. 학원을 다니지 않을 테니 급식비를 내게 해 달라고 자녀가 애원했다’는 눈물어린 말을 들었다. 급식비를 지원 받는 것이 당당한 권리가 아니라 이제는 가난을 증명하는 수치스러운 일로 인식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는 것이다. 유상급식이 되면 부모님의 경제 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경남도는 급식비 지원하던 돈으로 가난한 학생들에게 학원비 등을 대준다고 하는데...

“그것이 서민자녀 교육비지원사업이다. 제가 볼 때는 이 사업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 교육청이 하고 있는 학교복지사업 다 모으면 4800억 정도다. 도에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지원금을 쓰겠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지금 경남도가 하려는 것은 이게 아니니까 문제다. 기존 지원하던 급식비를 돌려서 서민자녀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밥값 빼서 학원비 대주겠다는 얘기다. 밥 안 먹고 학원 다니라는 얘기다. 이 경남도 사업은 교육청과 협의하지 않았기에 교육청 사업과 중복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이중 지원, 졸속 지원이다. 경남도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지자체 예산을 이렇게 쓰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행정가의 자세가 아니다.”

“교육비지원? 밥값 빼서 학원비 대주겠다는 것”

-그 행정가들 중에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것이지 법 먹으러 가나’란 SNS상 의견을 낸 사람도 있다.

“학교 급식에 대한 두 가지 편견에서 나온 말이다. 우선 학교급식이 아주 질이 나쁘고 형편없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홍 지사는) 학교에서 밥 한번 드셔보시라. 학교급식만큼 안전하고 균형 잡힌 영양이 있는 급식을 찾기 어렵다.
또한 급식이 가지는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교육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발언이다. 학교에 밥 먹으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밥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밥 안 먹으면 공부할 수 없다. 급식은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 급식 행위 자체가 곧 교육이다. 급식은 곧 상대에 대한 배려이며 평등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소를 입에 넣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래들끼리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선생님의 밥상머리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급식이다. 이런 교육적 가치를 그 분은 모르는 것 같다."

-어제(30일) 경남도는 무상급식 중단 반대운동을 펼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지칭했다.

“종북세력? 그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다. 대응하지 않겠다. 이것은 저 분들이 자기들 (종북) 프레임을 치기 위해 통발 쳐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념논쟁을 하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스스로 보수라고 자칭하는 친한 친구가 있는데 ‘밥 그릇 가지고 장난친다고 생각한 내가 종북 좌파인 모양’이라고 적어놓은 SNS 글을 봤다.
종북이라는 말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보편적 복지인 누리과정을 공약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전형적인 종북좌파가 아닌가. 홍 지사도 선거하면서는 무상급식하겠다고 말했다. 종북좌파가 아닌가 말이다.“

-홍 지사와 경남도는 왜 자꾸 이런 말을 던지는 것이라고 보나?

“(홍 지사는) 그런 구호정치에 아주 익숙한 분이다. 기자들 뇌리에 박히게 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하지만 저는 이런 말 들으면 자괴감이 생긴다. 교육은 구호정치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희는 진정성을 갖고 계속 나갈 것이다. 저쪽은 스피커가 크지만 저 분들 구호가 헛구호라는 것을 학부모들은 곧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홍준표 지사와 면담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10월 무상급식 논란 이후 공식적으로 4번 요구했다. 내부적으로도 여러 번 중재를 요청하고 조정을 부탁드렸다. 그런데 한 번도 무상급식을 놓고 면담시간을 갖지 못했다.”

-홍 지사는 미국 골프장에서는 평일에도 사업가를 만나던데.

“솔직히 섭섭하다. 대화를 해서 푸는 게 정치 아닌가. 안타깝다. 정치인이라는 게 모든 언행을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니까, (그를) 억지로 끌고 나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지금이라도 만날 생각이 있다. 도에서 급식비 지원받아야 할 돈은 256억 원이다. 하지만 이 돈 때문에 입을 학생들의 피해와 경남교육력의 손실은 100배가 넘는다고 본다.”

“무상급식 중단은 지원비 끊는 일방적인 도발”

-지난 해 홍 지사는 ‘교육청에 건네준 급식비 관련 감사를 교육청이 막아서 급식비 지원을 못하겠다’고 했다.

“감사 거부가 이유라면 교육감을 고발하면 될 일인데 왜 급식비 지원을 중단했겠나. 이번 일은 홍 지사가 복지논쟁을 재점화 하려는 것이었다고 본다. 소위 말해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진주의료원 사태에서는 덕을 봤는지는 몰라도 이번 일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학교급식법 개정을 요청하는 서한은 왜 보냈나?

“현행법으로 보면 급식비 지원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번에 경남에서 급식 사태가 불거졌지만 이것은 경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든지 단체장의 잘못된 판단이 생겼을 때 다른 곳에서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학교급식법 개정을 요청드린 것이다. 제도적인 장치가 절실한 상태다. 이와 관련 야당 대표를 만났고 여당 대표께도 면담을 요청했다. 국회의원 전원에게는 서신을 보내 법 개정을 호소했다.”

-끝으로 경남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하고픈 말을 해 달라.

“먼저 학부모님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교육문제로 해서 불안감을 드려서 죄송하다. 이번 문제를 교육감이 도지사와 감정싸움을 해서 터진 것으로 오해하는 분도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무상급식 중단은 경남도가 지원금을 끊는 일방적인 도발로 생긴 것이다. 무상급식은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밥을 먹도록 해서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사회가 합의하여 정착된 무상급식은 중단하거나 후퇴해서는 안 된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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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생겼네...

  • 민주노동자

    실업자와 근로무능력자에게 무상의료 시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