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듯 웃고 산 것 미안해요"

4.16 참사 1주기 앞두고 학교들 추모행사 활발

“몸자보를 직접 만들어서 등에 붙였는데 한 학생이 ‘미안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썼어요. 어른들이야 아이들에게 한 없이 미안하죠. 헌데 아이들은 뭐가 미안할까?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어요.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웃고 떠들며 살았던 게 미안하대요. 잊고 살아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4.16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가슴 속에 묻어둔 ‘세월호’를 꺼내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한 교사, 학생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교조 전남지부 고흥지회는 지난 11일 사제동행 팽목항 걷기를 진행했다. 매년 지회 차원에서 사제동행 산행이나 소록도 답사 등을 해왔지만 올해에는 학생들과 함께 할 장소로 ‘팽목항’을 선택했다. 조합원 1인이 3명 이내의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학생들을 모집했는데 9개 분회에서 41명이 참여했다. 지원자가 많아 가위바위보 결과에 따라 아이들의 참석 여부가 갈렸다.

  고흥지회는 사제동행 팽목항 걷기를 진행했다 © 고흥지회 제공

교사·학생들이 팽목항 인근 2킬로미터 거리를 함께 걷고 분향소에 들른 뒤 돌아오는 버스에서 소감을 함께 나누었다. 조경선 전교조 전남지부 고흥지회장은 “4·16 1주기가 다가오는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비참한 상황과 이로 인해 고통 받는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의 아픔을 모르는 정부 등 답답한 현실에 마음 무겁게 사제동행을 준비했다”면서 “그럼에도 함께하는 동료들과 아이들이 살아서 옆에 있다는 것에 책임감과 희망을 느끼며 울며 웃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김애경 경기 진접고 교사는 지난 13일 4·16 1주기 추모 수업을 공개수업 형태로 진행했다. 사회과 교과협의회에서 1~3학년까지 추모수업을 결정한 뒤 수업안도 직접 만들었다. 4·16 참사의 원인을 함께 이야기하고 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수업에서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김애경 교사는 “아이들과 수업 중간 잠깐씩 세월호를 이야기한 적은 있었지만 목표를 정하고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이게 꼭 필요한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업을 시작하며 ‘그냥 사고’라고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도 수업을 마칠 즈음에는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욕하는 사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업을 참관한 교사들도 잊고 있었는데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한 번쯤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진접고 입구에 걸린 현수막 © SNS

경기 호평중도 4·16 추모 기간을 정하고 한문, 민주시민교과 등 과목으로 학년별 계기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회 역시 지난 10일 진행된 임원수련회에서 추모 기간 동안 플래시몹을 하기로 정하고 피켓 만들기를 함께 했다. 피켓을 완성한 뒤에는 몇몇 교사들의 제안으로 인증샷을 찍고 SNS 프로필용 사진을 만들어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광화문에서 유가족을 인터뷰한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유가족, 생존학생, 희생된 학생 등의 입장이 되어 만든 독백의 글을 낭독해 학생들의 관심을 모았다.

황정임 호평중 교사는 “한문 시간에 ‘역지사지’와 ‘공감’이라는 단어를 통해 피해자 부모님, 형제 자매, 생존 학생의 감정과 입장에 공감하고 우리의 실천과제를 찾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비판이 아닌 공감의 시선을 보내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를 말하고 정부 변화를 기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호평중 학생회가 만든 SNS 프로필 사진 © SNS

경기도 의정부여중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학교 내 교육복지실에 ‘작은 노란리본 공작소’를 마련했다. 교사들이 리본 재료를 기부하고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다. 점심시간 내내 북적북적 붐비는 노란리본 공작소에서 학생들은 이틀만에 리본 천개를 뚝딱 만들어냈다. 만들어진 리본은 오는 16일 오후 의정부 세월호 대책위가 진행하는 4·16 세월호 1주기 추모제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의정부여중 학생들은 이날을 위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에 맞춘 플래시몹을 준비하고 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의정부여중 학생들이 리본공작소에서 리본을 만들고 있다 © 의정부여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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