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으로 CCTV까지 설치하는 해괴한 기업노조 활동

갑을오토텍 지회 “재능연수원 사전모임과 증언 등 사측 개입”

‘신종 노조파괴’ 의혹이 제기된 갑을오토텍 충남 아산공장 정문쪽에 16일 CCTV(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 전국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와 사측 모두 기업노조가 이날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2일 ‘신종 노조파괴’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노조 결성 한 달 만에 노조가 감시카메라 설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특히 갑을오토텍 사측이 감시카메라 설치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쉬전장과 유성기업, 콘티넨탈 등 복수노조에 의한 노조파괴 의혹을 사는 사업장에서 사측이 감시카메라를 대거 설치한 적은 있지만 기업노조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는 처음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출처: 갑을오토텍지회]

갑을오토텍 사측은 갑을오토텍 기업노조에 임시 사무실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속노조는 기업노조가 3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갑을오토텍지회 전병만 사무장은 “감시카메라 설치 위치는 정문으로 누가 오가는지, 지회 간부와 조합원 출근선전전 등 노조 활동이 모두 보이는 곳으로 금속노조 감시용으로 보인다”며 “기업노조가 16일 외부업체를 불러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상황을 회사에 알렸지만 대응하지 않다가 설치 이후 기업노조에 철거 공문을 보내는 비상식적 행위를 사측이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업노조 임시 사무실 위치는 정문이 훤히 보이는 곳으로 민주노총 간부와 지회 조합원 등이 16일 오전 6시50분께 정문에서 홍보물 등을 나눠주다가 기업노조 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구재보 조직국장은 “노조가 선전활동을 하자 기업노조 관계자 김모 씨에 이어 기업노조 성강용 위원장이 와서 시비를 걸었다”면서 “성 위원장은 나의 손을 치는 등 핸드폰을 뺏으려 했고, 두 팔로 목을 팍 밀었다”고 말했다. 이 선전활동 직후 기업노조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갑을오토텍 지회에 따르면, 2008년 6월 경비 외주화 계획을 철회하면서 경비실 정문 옥상 감시카메라를 모두 철거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노사 합의로 사측도 철거한 CCTV를 기업노조가 독단으로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갑을오토텍 사측은 “기업노조에 두 차례 감시카메라 철거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사측 담당자는 “회사와 사전협의가 안 됐기 때문에 기업노조에 CCTV 철거 공문을 보냈지만 철거하지 않고 있다”면서 “회사가 CCTV를 바로 철거하면 재물손괴죄가 될 수 있어 행정절차를 밟는 중이다. 행정관청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는 복수노조 설립과 유지에 사측이 지배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사측의 조치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대희 지회장은 “회사가 명분쌓기용 공문 대응만 하고 기업노조와 금속노조와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면서 “마치 경찰이 채증활동을 하듯 정문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금속노조에 시비를 걸면서 충돌을 유도하는 것은 기업노조 뒤에 사측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새날법률사무소의 김상은 변호사는 “만일 금속노조가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면 사측은 형사고소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측은 설치 권한이 없는 기업노조가 감시카메라를 설치해도 즉각 철거 조치하지 않으면서 이를 묵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과 일부 신입사원이 입사 전 회사 인근 재능연수원에서 정기 모임한 정황과 증언, 문자 등을 통해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가입 시기 조율한 것 등이 드러났기 때문에 현재 기업노조의 행보는 사측과 무관한 독자적인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입사원 중 경찰 101 경비단 출신으로 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환노위 의원들이 사진을 공개한 전직 경찰 김모 씨는 14일부터 현장 업무를 중단하고 기업노조 사무장 직책으로 전임 활동을 시작한 것을 갑을오토텍 사측도 확인했다. 김 씨와 같이 일했던 이모 씨도 “14일 오전 7시40분께 출근하자마자 기업노조 전임자라면서 현재까지 일하러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김 씨에 대해선 무단이탈 처리하고 있다”면서도 “기업노조 사무실 문제와 노조 전임자 문제 등은 법률적 검토를 거쳐 다음 주 협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사측은 김 씨가 기업노조 전임자라고 밝힌 같은 날, 금속노조 측에 ‘기업노조 전임자 요구와 관련해 근로시간면제한도를 검토하자’는 요지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갑을오토텍은 작년 12월 29일 전체기능직의 10%가 넘는 60여명을 무더기 채용한 바 있다. 현재 신입사원 중 53명이 3월 12일 설립된 기업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금속노조 파괴 목적으로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을 조직적으로 신규채용해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한 증거를 폭로했으며, 노동부는 14일부터 갑을오토텍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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