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찰도 장애인 될 수 있다"...장애인계 "모욕적"

420공투단 종로경찰서장, 경비과장 등 인권위에 진정

지난해 장애인의 날에 고속버스를 타려던 장애인에게 최루액을 뿌리는 등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물의를 빚은 경찰이 올해 4월 20일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아 장애인계의 분노를 샀다.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지난 20일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고자 서울 도심에서 행진과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다.

특히 420공투단이 보신각에서 인천 해바라기 시설 의문사 희생자 이아무개 씨의 장례식을 준비하기 위해 오전 9시 40분경 보신각 옆 도로변에 운구차를 주차하는 과정에서,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운구차 주차를 막아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420공투단은 경찰에 사전에 합법적으로 신고된 장례식 준비를 막는데 대해 항의했으나, 경찰이 항의하는 이들을 채증했다. 이에 더해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참가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찰관도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여러분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다”라고 발언하면서 참가자들의 공분을 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종로경찰서 경비과 계장이 의경들에게 “5명이면 저것(휠체어 탄 장애인) 들어낼 수 있다”며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의 휠체어를 들어 옮길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문 활동가 등 420공투단 참가자들이 수차례 사과를 요구했으나, 경비과 계장은 “잘못한 것 없다”고 해명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420공투단은 이러한 경찰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장애인을 동등한 권리의 주체가 아닌 불쌍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모욕적이며, 이를 이유로 장애인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20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경찰부대원들도 언제든지 장애를 입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장애인과 같은 가족의 심정으로 장애인 측 입장을 이해하면서 차분히 대응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420공투단은 해명에서도 여전히 장애인을 차별하는 내용이 있다고 꼬집었다.

  420공투단이 21일 종로경찰서장, 경비광장, 경비과 계장을 피진정인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420공투단은 종로경찰서장, 경비과장, 경비과 계장을 피진정인으로 21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애린 활동가는 “세 차례 걸쳐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경비과 계장은) 끝까지 잘못이 없다고 한다. 마치 나를 누명 씌우는 사람처럼 여기는 태도에 억울하고 화가 났다.”라며 “장애인으로서 차별받는 것도 서러운데,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경찰에게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성토했다.

이원교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 중에서 경찰의 인권 의식이 가장 낮은 편이라고 한다. 과연 경찰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의 개념 없는 말과 행동은 경비과장 1명 해임하는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인권위가 이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경찰서장, 경비과장, 경비과 계장에게 홈페이지에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올리도록 진정할 것이다”이라며 “만약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잘못했는지도 (사과문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지난 18일에도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해당 경비과장을 21일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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