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당대회 직전 전국위 앞두고 진보결집 쟁점 격화

국민모임 등과 4자 정무협의회 중단 권고안도 발의...“공약 사항 봉쇄 안”

노동당이 오는 23일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진보결집 추진에 대한 본격적인 당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힘겨루기의 발단은 지난 15일 당 대표단 회의에서 ‘진보결집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원칙’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전국위원회가 오는 6월 28일 정기 당대회 안건을 결정하는 회의라 진보 결집을 내건 결집파의 일정상 노동당-정의당-노동정치연대-국민모임 4자 결집을 위한 당원 총투표 안건을 부의할지 여부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참세상 자료사진]

‘진보결집과 진보정당 건설 원칙’ 내용 중 반대쪽 당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2015년 9월까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부분과 ‘당대회 의결을 거쳐 합의안에 대하여 당원 총투표를 추진한다’는 대목이다.

당대표 선거 당시 당내 의견 그룹인 ‘당의 미래’ 대표로 진보결집을 반대하며 출마한 바 있는 윤현식 당원은 지난 12일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2015년 9월까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사업을 추진하는 단위가 상정한 일정에 불과하다”며 “신당 창당은 노동당의 해체를 전제하는데 대표단의 주력 사업이 시한을 못 박아 당을 해체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당의 총선기획단위는 향후 9월까지 창당될 신당의 예비모임이냐”고 반문하고, “9월까지라는 기간은 국민모임과의 관계에서 볼 때 국민모임 창당일정에 맞춘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추진하는 안은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당원들에게까지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현식 당원은 19일에 진보결집파가 당원들에게 직접 신당 창당을 묻겠다고 밝힌 당원 총투표의 부의 과정과 효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전국위 안건으로 발의과정을 거쳤다. 윤 당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당원 총투표 부의 절차에 대해선 합당, 해산, 재창당 등 당의 진로, 주요 강령 개정 사안은 당 대회 대의원 과반수 참석과 참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부의 하도록 했다. 전국위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현재 당 대의원 분포상 나경채 지도부의 진보결집에 반대하는 대의원이 상당해 총투표 부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같은 날 김상철 서울시당위원장(전국위원)도 △진보결집기획단 활동 중지-재구성 △평가와 혁신을 전제하지 않는 4자 정무협의회 불참을 골자로 하는 전국위원회 권고 결의안을 발의했다. 김상철 위원장은 발의안에서 “지난 3개월간 4자 정무협의회는 회의를 위한 회의만 거듭했을 뿐, 대표단 회의와 중앙집행위 어디에서도 위임받은 바 없는 진보결집 대상과 시기를 명시하는 월권적 기획안을 제출해 당내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다”며 “두 명의 부대표가 전국위에서 다뤄야 하는 안건임을 지적하며 반대했지만 대표단 회의에서 ‘진보결집 기본원칙’을 일방적으로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무능과 무책임으로 진보결집은 물론 지난 보궐선거 대응에서도 혼선을 야기한 (정의당-노동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 4자 정무협의회는 더 이상 신뢰 할 수 없다. 허울만 남고 불신만 초래하는 4자 정무협의회에 더 이상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권고안 근거를 밝혔다.

여기에 보궐선거 평가 안도 지도부 안과 다른 안이 발의되고, 당 대표가 맡던 전국위원회 의장 교체 안건까지 발의되면서 진보결집을 위한 당원총투표와 추진 일정에 제동을 거는 안건들이 계속 쏟아지자 진보결집파도 강하게 반발했다.

진보결집 전국당원 모임은 21일 입장서를 내고 “진보결집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 위해 대표단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에 대해 사사건건 방해하면서 절차만을 문제 삼는 것은 당원들이 바라는 바도 아니고, 당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나경채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진보결집 모임은 “김상철 전국위원이 제안한 권고 결의안은 진보결집 추진 중단 요구안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진보결집 사업은 대표의 공약 사항이고, 대표단 선거를 통해 당원들 다수의 뜻이 확인된 사업으로, 이를 중단시키려는 시도는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자 정무협의회 참여 문제를 두고도 “4자가 1차 대상이라는 것은 여러 기회를 통해 누차 밝힌 바가 있고, 재보궐 선거 후 4자는 숙고 끝에 지속적인 진보결집 추진 의지를 밝혔다”며 “김상철 전국위원의 안은 진보결집을 추진하는 핵심기구를 무력화하고 4자 정무협의회라는 현재 상황에서 진보결집의 가장 유력한 경로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보결집 모임은 윤현식 당원의 발의안에 대해선 당원 총투표 봉쇄안이라고 규정했다. 모임은 “‘당원 총투표’를 내걸고 당선된 대표에게 공약사항을 이행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위한 투표를 부의하는 데 그 요건을 2/3로 하는 것은 억지”라고 비난했다.

진보결집 기획단장인 권태훈 부대표는 이번에 발의된 안건을 두고 <참세상>과 통화에서 “대표단 공약 사항인 진보결집 기획단 활동에 제동을 걸려는 두 개 안건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인 진보결집 논의 단위인 4자 정무협의회를 중단하라는 것은 진보결집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사업 자체를 접으라는 것”이라며 “비록 결의안이 아니라 권고안이지만 전국위에서 통과 되면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상구 대변인은 9월 총투표 일정을 못 박은 데 대해 “정기 당대회 이후 진보결집을 지지부진 하게 끌고 갈 수는 없다. 심도있게 논의하되 절차를 빨리 마치는 게 누구에게나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며 “(결집 논의가) 어떻게 되든 내년 총선에 지장을 주지 않고 준비할 최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4월 총선 전에 진보결집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6.28 당대회에서 총투표 부의 안이 가결되면 여름 휴가철을 피한 7월 말 8월 초에 총투표를 진행하고 다시 당대회를 열어서 최종 진보결집을 결정해야 어떤 결과가 나와도 총선 대응을 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모임은 정당법에 따라 정당 등록 후 6개월 이내인 9월 말까지 중앙당 창당 등록신청을 완료하지 않으면 창당준비위원회는 소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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