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직장폐쇄 임금 청구소송 패소 신성여객 사측 상고 기각

2012년 봄, "84일의 버스 운행 중단, 책임은 회사에 있다"

대법원이 지난 2012년 3월부터 6월까지 전주 5개 시내버스 노·사 갈등과 일부 버스 운행 중단의 책임이 ‘사측’에 있다는 1심과 2심의 결정에 사실상 손을 들어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신성여객분회가 제기한 ‘사업주의 직장폐쇄에 대한 임금 청구소송’에 대해 전주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직장폐쇄가 위법하기에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12년 3월 23일, 시내버스 직장폐쇄 직후 생계를 위해 일일노동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버스노동자를 추모하는 노제 현장

이에 사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14일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사실상 1심과 2심의 판결로 당시 버스 운행 중단에 대한 평가가 매듭지어진 것이다. 신성여객과 함께 대법원에 상고한 전일여객과 호남고속, 제일여객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여객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오는 31일까지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신성여객분회가 제기한 소송 내용과 나머지 3개사 소송 내용이 다르지 않다”며 “사실상 전주 시내버스 5개사의 직장폐쇄에 대한 평가는 끝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3월부터 84일의 직장폐쇄, 노동자 생명도 앗아가

전주 시내버스 5개사는 지난 2012년 3월 9일 5개 회사 모두 노조와 단체교섭 등 대화를 거부하고 노동탄압을 벌이고 있다며 쟁의행위를 신고했다. 노조는 쟁의행위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 등 법적 절차를 거치는 등 합법적으로 절차를 밟아나갔다.

이어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의미로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총 5일에 거쳐 8시 출근에 19시 퇴근하는 이른바 ‘준법운행’을 벌였다.(전주 버스노동자들은 오전 5시에 출근하여 밤 11시에 퇴근하는 전일제 근무를 한다.)

그러자 사측은 3월 20일부터 민주노총 조합원에 한해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사측은 노조가 쟁의행위에 이르기까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노사 간에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는 뜻을 재판부에 밝혔다. 부분 직장폐쇄로 시내버스 운행률은 65%까지 떨어지는 등 전주시 대중교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3월 20일부터 시작된 직장폐쇄는 84일이 지난 6월 00이 되어서야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로 생계가 곤란했던 한 조합원은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일노동으로 덤프트럭을 운행하다 굴삭기에 압사되어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직장폐쇄가 길어지자 4월 23일 회사 사무실 앞에서 분신을 기도하기도 했다. 다행히 몸에 불은 붙지 않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노조 내에서 사측의 직장폐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밖으로도 표출됐다. 남상훈 전북버스지부장은 5월부터 ‘전북고속 문제 해결, 전주시내버스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며 49일 동안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망루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연일 노조는 사측의 성실교섭과 전주시의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촉구하며 농성과 집회 투쟁을 벌였다.

84일의 직장폐쇄 기간 동안 일을 할 수 없었던 민주노총 버스노동자들은 회사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전주시 도심에서 노숙 농성을 하기도 하고, 집회 및 행진을 하기도 했다.

직장폐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조는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4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또한, 김성주 국회의원의 중재로 노사는 5월 12일 조건 없는 업무복귀와 직장폐쇄 철회를 합의하기도 했다. 이 합의는 다음 날 일부 문구를 이유로 사측이 파기됐고, 직장폐쇄는 그로부터 한 달 더 지속됐다.

전주시가 회계법인에 의뢰하여 분석한 2012년 실적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전주시내버스 5개사의 적자액은 당초보다 30억이 증가했다. 그래서 이듬해 보조금 산정시 추가 적자액의 80%에 해당하는 약 24억을 반영하여 보조금을 인상했다.

이에 전주시내버스 완전공영제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는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적자 증가분을 지원한 것은 대중교통을 책임지는 전주시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전주시는 오히려 회사의 불법적 직장폐쇄를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행정을 펼쳤어야 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노동자의 생이 마감되고, 많은 노조원들의 생계를 곤란하게 만들었으며 사측에게는 엄청난 손실을 부른 직장폐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위법적’이라는 것이었다. 1심은 2013년 8월 노조의 손을 들어줬고, 2014년 12월 21일 2심 재판부도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직장폐쇄는 노사 간에 힘의 균형이 깨져 오히려 사용자가 현저히 불리한 압력을 받게 된 경우에 방위 수단으로 행하여져야 한다”며 “그러나 사측은 (직장폐쇄 이전 수 십차례의 교섭 과정에서) 기존 전북자동차노조(한국노총 소속)의 단협 내용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의 단협안을 제시하였고,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며 사측의 불성실 교섭이 노조가 쟁의행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해석했다.

또한, “쟁의행위 내용 또한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의 형태에 그쳤으며,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했으므로 위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래서 재판부는 “사측은 노조와 대화를 통해 임금협상 등을 시도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쟁쟁의행위가 개시된 지 5일 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노조가 적극적으로 근로제공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협상을 요청하였음에도 지나치게 오랜 시간인 84일간 직장폐쇄를 유지했다”며 “직장폐쇄 철회 무렵 (신성여객의 경우 약 50명 노조 탈퇴) 노조에 가입한 인원이 감소한 점 등을 고려하면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차후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는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다고 판단했고,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노조에 따르면 부분 직장폐쇄 기간 지급받아야 할 임금은 시내버스 5개사 도합 약 17억 원에 달한다.

한편, 강문식 공영제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된 만큼 당시 추가 지급된 27억에 대한 즉각적인 환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전주시는 시민들의 혈세로 지급된 보조금을 투명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만큼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전주시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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