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대표, 정의당 등 합당 추진 당원 총투표 발의

가결 기준 논란에 “합당 결정은 당대회”...총투표 부결시 정치적 책임 고민 중

노동당 진보결집 추진 그룹이 지난 4일 정의당-노동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 4자 대표의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 선언’을 실행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나경채 노동당 대표는 8일 오후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85명의 공동발의자와 함께 6월 28일 당대회 안건으로 ‘당원 총투표 부의의 건’을 대표 발의했다. “노동당,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4자 대표가 6월 4일 합의한 공동선언에 기초하여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놓고 당원 총투표로 찬반을 가리자는 것이다. 1차 진보통합의 대상과 통합정당의 상, 시기 등의 대략 윤곽이 나온 만큼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본격적으로 합당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4일 4자 대표자 공동선언

나 대표는 안건 발의 배경에 대해 “6월 4일 공동선언은 우리당이 가치와 노선, 정책과제 등을 제안하면, 다른 조직들이 이를 검토하고 협의하면서 만들어졌다”며 “당원들께 약속드린 ‘노동당 정신’을 담아내 이제는 당원들이 총투표를 통해 진보결집의 본격적인 추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설명했다.

진보결집 그룹이 총투표를 내걸고 나온 것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진보결집 추진 자체가 의결기구 반대에 부딪히고 논란이 심각해 당원의 뜻으로 추진 여부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집 그룹은 이번 총투표가 4자 통합 협상을 개시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단순 당론 확인 차원으로 보고 있다. 총투표 가결 기준은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 찬성이라는 입장이다. 이 기준으로 가결되면 통합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에서 합의안이 도출되면 당대회에서 합당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나 대표는 “‘당원 총투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해 달라”고 호소하며 “4자 공동선언에 대해 당원들로부터 겸허히 평가받겠다”고 했다.

나 대표 발의 직후 당 게시판에선 총투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지난 전국위원회에서 당원 총투표 가결 요건 안건을 발의 한 바 있는 윤현식 당원은 “총투표로 확실하게 결정짓는 데 필요한 것은 당원 총투표의 의미와 절차, 효력이 명확해야 한다”며 “당원총투표 부의 안건의 실질적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당의 진로를 당원에 의해 확고히 결정하기 위한 총투표인지 아니면 추후 임시 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자료 수준의 여론조사인지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당원 총투표라면 총투표 한 번으로 당 노선을 확정하고 총투표로 결정된 사안을 다시 대의 기구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당대회 결정을 위한 기초자료라면 당대회 안건 발의도 필요 없이 집행부 차원에서 그냥 여론조사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윤현식 당원은 당대회에서 총투표 여부의 의결정족수 기준 문제도 지적했다. 당대회 안건 가결 규정은 강령, 당헌 제정과 개정, 조직진로 등은 재적 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인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하고 그 외의 안건은 재적 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투표를 노동당 진로 결정으로 본다면 일반 안건 가결 정족수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 당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강상구 노동당 대변인은 총투표 발의 안이 단순 협상 개시 여부를 물을 뿐 당의 진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안이 아니라는 견해다.

강상구 대변인은 <참세상>과 통화에서 “총투표 발의 안건은 합당을 위한 최종 합의문의 찬반을 묻는 게 아니며, 당원 총투표를 통해 합당을 결정하겠다고 한 적도 없다. 합당의 최종결정은 대의원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강 대변인은 “공동선언 내용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고, 민주적 절차나 공동선언을 하면 안 된다는 논쟁만 몇 달째 진행됐다. 진보결집의 모든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나오는 지적에 대해 분명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단순 여론조사가 아니므로 가결 요건도 있고, 찬성이 50% 미만으로 나올 경우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강 대변인은 “윤현식 당원 얘기는 (합당의) 최종 단계라고 생각하고 가결 요건을 묻는 것이지만, (이번 총투표는) 진로 결정의 최종 단계가 아니다. 다만 가결요건이 있어서 그 결정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함께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책임을 질지는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