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 16회 퀴어문화축제 ‘사랑하라, 저항하라’

메르스 여파, 개막식 온라인 생중계...'반동성애' 집회로 몸살

  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올해로 16회를 맞은 퀴어문화축제가 9일 저녁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막했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1회 축제부터 16년간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존재함을 알리고, 이들의 자긍심과 인권을 높이는 자리로 꾸려졌다. 이러한 취지로 매년 퀴어영화제, 퀴어퍼레이드(자긍심 행진) 등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해왔다.

이번 16회 퀴어문화축제는 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8일까지 20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13일에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S 큐브’에서 메인파티가 열리며, 18일부터 21일까지는 서울 강남구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퀴어영화제가 진행된다. 28일 서울시청 광장과 주변 도로에서 진행될 퀴어퍼레이드를 끝으로 축제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올해 퀴어문화축제는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 측은 “이번 슬로건에는 우리의 사랑으로 최근 확산되는 소수자 혐오를 넘고, 성소수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축제 개막식은 원래 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메르스 여파로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관중 참석을 독려하지 않고, 무대 행사를 인터넷 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성소수자 단체, 시민사회단체 회원, 시민 약 150명이 현장에서 행사에 참가했다. 인터넷으로는 약 1600명이 개막식을 시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막식 무대 아래
개막식장 근처에서 종일 '동성애 반대' 집회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퀴어문화축제는 영상으로만 봤을 때 개막행사 시작시간이 1시간여 지연된 것을 빼면 큰 무리가 없이 진행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퀴어문화축제는 시작 전부터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보수.기독교 단체들의 공격을 받아왔는데 개막식 당일 이들의 움직임은 만만치 않았다.

샬롬 선교회, 사도들의 한국교회,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동성애 치유를 위한 사회연대 등 보수.기독교 단체 회원 300여명은 9일 오전 9시 경부터 하루 내내 대한문, 서울시청 광장,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모여서 교회 부흥회, 1인 시위, 동성애 반대 예배 등을 진행했다.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한국 교회 부흥의 날' 집회.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들이 부채춤을 추고 있다.

  "메르스+에이즈 치명적 바이러스"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보수단체 회원.

퀴어문화축제에 '맞불'을 놓는 격으로 열린 이 집회에서는 많은 회원들이 자신이 애국자임을 강조하며, 동성애가 국가에 해악을 미친다고 비난했다. 집회 소품으로는 동성애 차별적인 피켓과 더불어 태극기가 등장했다. 한복을 입고 북춤과 부채춤을 추는 퍼포먼스가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길을 지나는 시민과 조직위 활동가 등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동성애가 에이즈를 조장한다”, “(동성애자) 회개하라” 등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일삼았다. 심지어 어떤 회원들은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을 메르스 감염에 빗대 “막대한 치료비로 국가에 해악을 미친다”고 허위 사실로 동성애자를 매도했다.

이들의 성토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등에게 향하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은 박 시장이 조직위에 장소를 빌려주는 친동성애 성향의 인물이라며, “예수쟁이들 뿔났다. 박원순은 회개하라.”라고 외쳤다. 반 사무총장이 국제 행사 등에서 수차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밝힌 것을 두고는 “반 총장님, 동성애가 인권입니까”라고 반발했다.

이뿐만 아니라 보수.기독교 단체 회원들은 이날 성소수자 단체에서 진행하려는 행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이날 내내 조직위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개막식 예정 지역을 점거하거나 행사 집기나 무대 구조물 등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일부 회원은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설정한 폴리스라인을 넘어 조직위 활동가들과 설전을 벌이다 경찰에 끌려나오기도 했다. 이에 행사 준비에 차질을 겪은 조직위는 원래 이날 오후 7시 30분 예정된 개막식을 1시간가량 지체된 8시 30분경에야 열 수 있었다.

보수.기독교 단체들은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전에 시청광장 북쪽과 서쪽에 자리잡고, 행사 진행 중에 ‘마귀들과 싸울지라’ 등 일부 찬송가를 반복해서 틀거나 “회개하라”라고 외치는 등 행사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개막식 준비를 저지하려는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경찰에 막혀 있는 모습.

  한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이 개막식 무대로 접근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가 찬송가를 틀거나 큰 소리로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하는 등 개막식 행사를 방해했다.

이들의 행태에 대해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위원장은 “아침 9시부터 준비를 위해 나와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피켓 들고 시끄럽게 했다”라며 “저들의 피켓에 들어간 말은 오늘 개막식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봤다면 상처를 아주 크게 받는 말이다. 이러한 혐오에 조금 익숙한 활동가들도 자주 노출되면 상처 받기는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강 위원장은 “자신의 종교적 시각이 사회적 표준인 양 여기는 것이 다른 이에 대한 폭력임을 자각하지 못 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자케오 대한성공회 신부는 “보수 기독교 세력에서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동성애를 반대하는데, 신의 뜻을 문자에 가둬 오독하는 것이다. 당신들에게만 진리가 있다고 하지 말라.”라고 지적했다.

#개막식 무대 위
진정한 종교인과 힘 모아 '인권' 지켜내겠다, 한목소리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열린 개막식인지라 조직위를 비롯한 성소수자 단체들은 개막식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가 공존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으로 나와 혐오와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개막식에서 성소수자 단체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민주주의는 단지 다수결이 아니라 정의로움에 대한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며, 역사적이고 구조적으로 누적된 차별로 인해 제 몫을 갖지 못한 소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자회견을 열 것이고, 광장에 나서고 행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당신들(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을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는 극우세력이자 반인권세력, 차별을 선동하는 집단이라고 분명히 규정한다”라며 “우리는 우리의 권리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들의 권력의 민낯을 폭로할 것이다. 또한 종교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을 탄압하는 일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 진정한 종교인들과 함께 힘을 모아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한국여성민우회, 서울인권영화제, 섬돌향린교회 등 여성, 인권, 종교 단체 등도 개막식에 참여해 축제 개막을 축하했다. 또한 유럽연합 대표부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16개 대사관에서도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퀴어문화축제와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문경란 서울시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축제는 개최과정에서부터 조직적 혐오와 방해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안다”라며 “성소수자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종교적 신념을 넘어서는 진실이다.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높이는 이번 축제에 많은 사람이 직접 참여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자캐오 대한성공회 신부는 “각 개인이 보편적이면서 또 독특할 권리는 신이 내린 권리이자, 우리가 광장으로 나와 쟁취해야 할 원리”라며 “예수도 사회적 소수자로 이 땅에 왔었다. 모든 성소수자, 그리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모두를 다양하게 창조하신 신의 축복을 받길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대표부와 16개 국가의 대사관에서도 퀴어문화축제와 성소수자 권리에 지지를 보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이 퀴어문화축제 개막를 선언했다.

  성소수자 댄스팀 '스파이크'의 공연.

  개막식 참가자들이 거대한 무지개 현수막을 흔들고 있다.

  조직위가 서울시청 광장을 무지개로 수놓는다는 취지로 제작한 무지개 풍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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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

    유전자 구조가 인간보다 간단한 동식물도 종족을 말살시키는 돌연변이가 있으면 환영받지 못할 일인데, 인간세대보전을 부정하는 동성애는 돌연변이든 정신질환이든 인간종족을 위해 고쳐야 하는 질병인데 인권을 보장해? 왜 메리스도 질병인데 보존하지? 메리스환자 경유병원 공개했듯이 국민세금 뜯어갈 동성애자들 옹호한 사람들 싹 공개해라. 국민의 알권리다. 심판은 선거에서 민주적으로 분명히 할수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