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진압 책임자 영전, 용납 못해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1년

“우리는 하나도 잊지 않았고, 잊을 수 없습니다. 2014년 6월 11일, 산속에서 화장실 가는 것도 경찰은 방패로 막아섰고 할매들은 그 방패 앞에서 볼일을 봐야 했습니다. 그것에 항의하는 어르신들을 김수환은 비웃었습니다. 우리는 잊을 수 없고, 참을 수 없습니다. 국민을 향해 나쁜 짓을 할수록 승진하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국가개조입니까?”(밀양 상동면 주민 김영자 씨)

7월 2일 오후 2시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는 ‘밀양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폭력 진압 책임자 김수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밀양 주민들은 "김수환 전 밀양경찰서장이 임명됐을 때, 주민들은 고향 후배를 환영하는 현수막까지 걸었었다"며, 고향을 짓밟았다고 분노했다.

40여 명의 밀양 주민들과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 밀양인권침해감시단, 밀양법률지원단 등 연대단체 등은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을 지휘했던 당시 밀양경찰서장 김수환의 영전을 규탄하고 사죄를 촉구했다. 행정대집행 당시 작전지휘책임자였던 김수환 전 밀양경찰서장은 올해 1월, 대통령 및 요인경호를 맡는 서울경찰청 22경찰경호대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6월 11일 송전탑 경과지 현장 4곳에서 벌어진 행정대집행에는 2500여 명의 경찰이 투입돼 주민들에 대한 폭력적 진압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과 연대 단체들은 당시 100여 명이 응급 후송되고, 행정대집행 뒤에 주민 47명이 250차례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사법처리되었음에도 책임자가 영전한 것에 항의하며, 김수환 경호대장의 파면, 행정대집행 책임자 처벌과 공개 사죄를 요구했다.

김수환 전 서장에 대한 심판은 불의한 국가 공권력에 대한 심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준한 신부(부산교구)는 이날 항의 기자회견은 김수환이라는 한 사람 때문이지만, 개인적인 감정이나 한 순간의 분노가 아닌, 부패된 공권력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이 주민들에게 했던 ‘보복할 것’이라는 발언은 언제 어디서든 다른 국민들에게도 향할 것이다. 이것은 정의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며,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애령 수녀(예수수도회)도 발언을 통해 “이 싸움에서 정부에 비하면 우리는 말할 수 없이 약하고 작은 힘을 가졌지만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고, 불의가 정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수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국민에게 폭력을 자행한 행정대집행 책임자가 청와대에 입성한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장면 주민 구미현 씨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우리는 이미 재산권을 짓밟혔지만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토록 급하게 주민들을 끌어냈음에도 지금까지 송전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일의 부당함을 알고 있는 우리는 끝까지 알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확대되는 에너지 문제, 국민의 생존권 문제인 만큼 더 힘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밀양 주민들은 오전 11시 30분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에 대한 DNA 채취 영장발부를 규탄했다. 이 항의 기자회견은 애초 행정대집행 1년을 맞아 지난달 예정됐지만 메르스 사태로 미뤄져 이날 진행됐다.

한편, 오는 7월 18일은 밀양 영남루에서 주말마다 열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 문화제’가 200회를 맞는다. 밀양 주민들은 4년 전부터 매 주말 저녁 촛불 문화제를 열어왔다. 18일에는 200회를 맞아 오후 3시부터 행정대집행 현장 답사를 하고 오후 6시부터는 문화제와 잔치를 한다. (기사제휴=지금여기)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현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