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박 대통령 민주주의 거악으로 규정

사퇴 압박 버틴 이유, “정의 구현에 조금이라도 도움됐다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반박근혜 상징으로 우뚝 섰다. 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발표한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문은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을 법과 원칙, 정의를 무너뜨린 민주주의의 거악으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이 지난 2주간 박 대통령과 청와대,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버틴 이유로 ‘법과 원칙, 정의 구현’이라는 보수진영의 핵심 가치를 내세웠다.

유 원내대표는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평소 같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함께 자신을 배신자로 규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사퇴 압박이 높아지자 당원에 대해 사과하고, 말도 아껴왔다. 하지만 이날 원총회에서 사퇴 권고로 가닥이 잡히자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박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이란 헌법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박 대통령과 맞서는 길을 가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 약속,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용감한 개혁과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는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다”며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더 절실한 마음으로 계속 가겠다”고 단언했다.

사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보수 인사들은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 정책과 반대라는 점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 지난 7일 MBC 100분 토론에서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이유로, 대통령과 집권당 원내대표 관계는 상하관계라는 논리를 폈다. 이런 상하관계에서 유 원내대표의 4월 국회 연설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에서 반대했다는 점에서 원내대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유 원내대표 사퇴를 두고 “대한민국 정치사에 치욕스런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과 친박 세력은 배신자 유승민을 쫓아내는 데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국민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국민을 핫바지로 여기는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차갑게 지켜보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