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7월 1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3개 직위 공무원 파견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월호 특조위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3개 직위 공무원 파견이 이뤄지기만 하면 특조위 예산을 바로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예결특위회의에서 서기호 정의당 의원 등이 최소한의 특조위 운영 예산 지원조차 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자 “(특조위 파견 공무원 중) 가장 중요한 행정지원실장,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 3명은 제외하고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이) 파견 요청을 했다”며 정부 시행령에 따라 3명의 공무원 파견이 이뤄지면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 차관은 “특조위가 3명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다른 사람을 대리 발령해 운영할 수 있다’는 직제 내부규정을 바꿔서 저희가 ‘애초 여야가 시행령 제정할 때 합의한 대로 공무원 파견 요청을 해 주십시오. 그러면 거기에 따라 정상적으로 위원회가 가동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할 준비를 다 하고 있고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누누이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조직과 인사 면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자금을 배정할 준비를 갖추어 놓고 있다”며 “자금을 정상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체제가 되도록 세월호특조위에서 그 부분을 해결해 주시면 바로 배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특조위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1과장 등 핵심 직위는 공무원이 아닌 민간 위원이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며 세월호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정부 시행령은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 역할을 맡는 조사 1과장에 검찰 수사 서기관이 맡도록 해 놨다. 하지만 17일 국회 예결산 특위에서 기재부의 강경한 태도를 확인하고 이석태 위원장이 3개 직위 공무원 파견이라는 전향적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은 21일 오후 1시 특조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이 있는 위원장으로서 엉킨 실타래를 풀겠다”며 “해수부가 엉키게 하고 기획재정부가 또다시 헝클어 놓은 실타래를 풀기 위해 특조위는 대승적 견지에서 부득이하게 입장을 새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운 특조위 안전사회 소위원장도 “예산을 받아야 민간인을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고, 조사활동에 들어갈 수 있는데 여러 고민 끝에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미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한 지 8개월이 지난 데다, 지난 5월 11일 정부가 시행령을 공포한 지도 2개월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정부 간섭이 우려되더라도 더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특조위 활동 기한이 1년+6개월 추가로 규정된 상황에서 활동 시작 시기도 정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빠른 활동 개시가 더 중요한 국면이 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예결특위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활동 기한 관련 조항을 전부 모아 해석해 보면 위원회 활동 개시 시점은 특별법 시행일인 올해 1월 1일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의 해석대로라면 특조위 활동기한은 기구 구성도 다 마치지 못한 채 이미 7개월이나 지난 셈이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전향적 판단을 내린 데 대해 “무엇보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갔는데 저희에게는 진상규명 책무가 가장 중요하다”며 “시행령 논란 과정에서 정부가 특조위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쪽으로 3개 직위를 운영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냈었고, 내부적으로 독립성을 침해받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는 판단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주변 민간 조사관도 업무를 같이 협조할 것이라 초기 우려에 비해 그런 문제점이 상당히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공무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특조위 성격상 공무원의 한계를 넘어 제대로 진상규명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조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며 “독립성은 반드시 준수해야 할 주요 가치임을 모든 파견 공무원에게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도 “3개 직위 파견공무원 스스로가 파견 문제로 특조위가 난항을 겪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특조위 활동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란 것을 무겁게 느끼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도적인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개개인 공무원들이 막중한 책임을 자각하고 걸맞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