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5차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했다. 5월20일 첫 번째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두 달이 더 지난, 정확하게는 69일 만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신종감염병 방역체계를 확실하게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감염병 유입차단, 현장 대응시스템 강화, 음압병실 등 시설 보강, 전문가 양성, 병원문화 개선 등 완성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여 속도감 있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초기에 확실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등 대처과정의 문제점과 그 원인도 철저히 밝혀 그에 따른 조치도 뒤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항간에 거론되던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의 경질 여부가 주목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선언한 바처럼 ‘안심하고 일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가면 될 것인가?
그동안 186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가운데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비율이 19.4%에 이른다. 아직 12명이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중 11명은 검사 결과 2회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이다. 초일류병원이라 불리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에 초토화돼 부분폐쇄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이번 메르스 유행으로 한국의 병원들이 그동안 병원 감염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낱낱이 보여줬다는 지적도 많다. 메르스사태를 겪으면서 기간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그에 따른 대책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되어 왔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국회에는 ‘메르스특위’가 꾸려졌고, 추경예산안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메르스추경’이란 이름이 붙기도 하였다. 의료계, 시민사회에서는 메르스사태를 빚게된 원인 분석과 대책마련을 위한 각종 토론회 등이 열리고, 서울시에서는 ‘메르스 징비록’이라고 명명된, 메르스 관계자 20여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메르스 발생 이후 정부대책의 무능과 무책임 이른바 ‘국가’의 부재 △감염병에 대처하는 국가방역시스템의 부재 △감염병치료에 대응하는 공공의료의 부재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현상 △대형병원 응급실의 문제 △환자 및 병원종사자의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하는 이윤추구병원시스템 △가족간병 등 우리나라의 독특한 의료문화(?)를 낳은 부족한 병원인력의 문제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맡길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상태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체계와 영역 전반을 포괄하는 것으로서 짧은 기간 안에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도 단기간에 제시되거나, 단기간에 마무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이대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 큰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경고와 교훈을 메르스사태가 던져준 셈이다. 따라서 메르스사태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대책도 총체적일 수밖에 없으며, 한 두가지 대책이나 방안에 머물러서도, 머무를 수도 없음을 말해준다. 메르스사태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에도 수많은 대책이 제안되고 거론되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의 독립 혹은 보건담당 차관제의 도입 △질병관리본부의 ‘청’으로의 승격을 통한 권한 및 역할 강화 △ 국가방역시스템의 정비 및 강화 △지역거점 재난전문병원의 확충 등 공공의료강화 △주치의제 도입 △응급의료체계 정비 △ 간병 등 병원인력확충 및 포괄간호서비스 도입 및 제공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대책과 대안들은 그 자체적으로는 의미가 있고 필요한 방안이기도 하나 자칫 잘못하면 메르스 사태를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또한 각각의 대안들은 총체적으로 한국의료생태계와 시스템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재편하는 방향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개별적, 파편적으로 추구되어서는 대안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각각의 정책과 대안이 ‘거대한 시장의료라는 바다에서 초라하게 떠 있는 섬’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한국사회 보건의료가 걸어온 길에 대한 분석 속에서 메르스사태를 불러온 원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평가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 보건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시기이다.
단적으로 평가하자면 지금까지 한국사회 의료가 걸어온 길은 ‘시장화, 산업화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현재도 정부는 의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며, ‘산업화’의 관점에서 자본이윤창출의 도구로서 활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병원’이란 공간을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이윤을 만들어내고, 산업화를 실험하는 ‘공장’과 다름없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병원 자회사허용 및 부대사업확장’ ‘메디텔’ ‘원격의료’ ‘의료수출’ ‘영리병원 도입’ 등은 의료시장화, 의료산업화를 도모하는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정부는 메르스사태 와중에도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원격의료’를 허용하거나, ‘의료수출종합지원대책’ ‘글로벌 헬스케어펀드 조성 추진’ 등을 발표하며 보건의료와 건강을 ‘시장’과 ‘산업’의 수단으로 간주하여 자본의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간주하는 길을 고수하였고, 제주도에서는 ‘영리병원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왔다. 이러한 보건의료의 시장화, 산업화의 결과가 메르스사태를 통해 가감없이 드러난 문제점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사회 의료가 가야할 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이어야 할 것이며, 그것은 시장화, 산업화와는 정반대인 ‘공공성 강화, 사회화의 길’이어야 한다
‘공공성강화, 사회화의 길’은 의료의 목적인 ‘국민건강증진’이란 대전제 속에서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국민 누구나가 부담없이 안심하고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어야 하며, 현대 사회의 질병 양상과 변화를 반영하여 만성질환과 신종감염병을 관리하고 대처하기에 적합해야 한다.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수행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하고, 방역·응급·분만·만성질환 관리 등의 필수의료서비스 영역은 공공의료영역이 담당할 수 있도록 지역중심으로 그 체계와 자원을 확충하도록 하며, 암, 뇌혈관질환 등의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비용부담을 덜고, 이윤추구적 진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대형병원의 운영을 사회화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국회특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메르스 대응과정에서 정부부처 및 방역당국의 잘못과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진상규명, 메르스확산의 진원지로 작용한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내에서의 감염관리 및 정부대책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관련 책임자의 문책 및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의료시스템 및 생태계를 재구성하기 위한 방향모색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물론 새로운 길의 모색의 과정에 의료계, 시민사회, 진보적인 역량들이 각개약진이 아니라 지혜와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메르스사태 이후 한국의 의료생태계는 변화할 것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방향전환을 할 것인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숙주로 삼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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