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촛불, 부패반대 운동의 유례없는 확산

에르난데스 대통령 사임 요구하는 “분노한 민중”

온두라스의 봄이 왔다. 정치권의 부패에 저항하는 온두라스의 횃불행진에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의 모델에 따라 자신을 “분노한 민중”이라고 부르는 청년들의 저항운동이 지난 5월 이후 전국적으로 수도 테구시갈파와 50여 개 도시에서 분출하고 있다.

횃불시위는 부패 척결, 제도의 숙정과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로 내걸고 있다. 분노한 반정부세력(Oposición Indignada) 이름 아래 대부분 중산층 청년들로 구성된 이 운동은 온두라스 사회보장청(IHSS)의 2~3억 달러 규모의 횡령사건에 대한 대응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따르면 이 횡령자금 중 일부가 2010년 이래 집권 중인 우파 국민당(PN)의 금고로 흘러들어갔다. 이 비자금 조성은 장비 구입 시 가격 조작과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 구입 등을 통해 이뤄졌다.

사회보장청 횡령사건은 지난 50년간 온두라스 최대의 부정사건으로, 온두라스인들의 보건의료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만큼 광범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전국적으로 공공병원들이 의약품 부족사태를 겪는 와중에 이 사건이 터져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사회보장과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사회보장청의 사기와 수뢰는 2014년 1월 출범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지만, 이 부정자금이 자신의 선거운동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현재까지 총액 14만7000 달러의 수표 10장이 집권당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전문가들은 수사를 더 철저히 하면 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한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이 금액을 반환할 것이며 자신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패사건으로 기소된 10여명 중에는 보건부 차관, 전 사회보장청장, 유력 경제인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명단이 늘어날 것이며, 여당의 유력인사들도 개입한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분노한 시민운동의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활동가는 부패사건으로 운동이 하나가 됐고, 의약품 부족사태 때문에 자기 친구의 친척들이 사망한 사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젊은이들이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횃불행진이란 아이디어가 퍼져나갔다.

처음에 50~100명 규모로 사회보장청 건물 앞에서 시작된 시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매주 금요일 수천명이 모이는 형태로 발전했다. 수도인 테구시칼파에서는 매주 금요일 모이지만, 다른 50여개 도시에서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모인다. 전국적으로 매주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서 부패 문제를 해결할 국제기구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처음에 이 운동에 대해 침묵했던 언론도 이 현상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보도는 제한적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 운동을 매도하는 보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중들은 이 분노한 저항운동에 동조적이며, 심지어 미국 대사관과 UN까지도 이 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사회운동 연구자인 에헤니오 소사는 이 분노한 자들의 운동이 전형적인 21세기 사회운동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전적인 위계적 조직구조 대신 수평적이고 유연한 연쇄구조를 갖추고 있고, 기존의 정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지도력을 뛰어넘고 있다. 이런 운동은 본질적으로 이슈 중심의 운동이며, 이번 투쟁의 경우 부패가 핵심주제이며, 새로운 세대의 정치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야당이 거리의 시위대를 배제한 전국민과의 대화를 호소했다. 이 대화에는 정부에 우호적인 30여개 부문 대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측은 시위대가 요구하는 국제적 대책기구 대신 UN과 미주기구(OAS)의 중재를 요청하고 있다. UN은 실사단을 파견해 몇주 내로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한 반면, 미주기구는 대화의 중재에는 동의했지만, 아직 중재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거리의 운동은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이 사태를 다룰 국제기구가 구성될 때까지 어떤 대화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회보장청 부패사건에 연루된만큼, 현 대통령은 대화가 아니라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쿠데타로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을 축출한 이래 현 정부는 심각한 정당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한 비정부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개월 동안 1076명의 청년들이 살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두라스 현실에 대한 불만이 집약된 이번 분노한 청년들의 운동은 2009년 쿠데타 사태로 누적된 사회적 모순에 대한 총체적 저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한 과두제 보수세력의 부패 문제가 폭발의 방아쇠가 되고 있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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