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 케이블카 경제성 검토 부실

이인영 의원 "잘못된 방법으로 이용객 부풀려 추정"

울산시와 울주군이 신불산 케이블카 이용객을 부풀려 추정해 경제성 검토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30일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울산시와 울주군이 추진하는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경제성 검증에도 문제가 많고 환경성 검토는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 투성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28일 울산시와 울주군이 신불산 케이블카 환경영향 갈등조정협의회에 제출한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경제성.환경성.안정성 검토' 보고서와 지난 24일 추가로 제출한 '신불산 로프웨이 설치사업 쟁점사항 관련 보완자료'는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 연도인 2018년 연간 이용객을 71만4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8년 울산시 관광객이 1879만8246명으로 예상되고 이 관광객 중 3.8%가 케이블카를 이용할 것이라는 게 추정 근거다. 보고서는 구례군의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경제성 검증 시 해당 지역 관광객을 근거로 추정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준용했다고 밝혔다.

이인영 의원은 "구례군은 울주군처럼 전라남도라는 광역자치단체의 관광객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구례군을 방문한 관광객을 근거로 탑승객을 추정했고, 이번에 통과된 설악산 국립공원의 오색 케이블카 역시 탑승객을 추정할 때 울주군처럼 광역자치단체인 강원도의 전체 관광객을 근거로 하지 않고 양양군이나 좁게는 오색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근거로 추정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보고서에서 관광객 대비 케이블카 이용 유입률 유사사례로 들고 있는 통영, 설악, 대둔산, 두륜산, 금오산, 내장산 케이블카 모두 통영시, 속초시, 완주군, 해남군, 구미시, 정읍시 등 케이블카가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관광객을 기준으로 유입률을 추정하는데 울주군만 울산시 관광객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울주군 보고서의 탑승객 추정 방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의원은 "오색 케이블카 탑승객 추정치 중 가장 높게 책정된 인원이 73만6904명인데 신불산 케이블카가 이와 유사하다는 것은 과다 추정일 수밖에 없다"며 "신불산 케이블카 탑승객 추정은 울산시가 아닌 울주군 관광객을 기초로 재작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이용요금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와 견줘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지적도 나왔다. 2.46km 신불산 케이블카 성인 이용요금은 1만3000원, 3.7km 오색 케이블카 성인 이용요금은 1만45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인영 의원은 "설악산의 경우 1km당 3918원 100m당 392원인 데 비해 신불산은 1km당 5285원 100m당 529원"이라며 "길이가 1km 이상 짧고 설악산에 비해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은 상황에서도 이처럼 이용요금이 높다면 실제 이용률은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이 아니라 지자체가 추진하는 신불산 케이블카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국민 의견조사가 필요하다는 울주군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국립공원이 아닌 군립공원 이용편의시설인 케이블카 건설에 전국민 여론조사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이 사업에 국비 투입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일반국민을 상대로 소득세의 지불의사를 그것도 비취업인구에게까지 묻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의 환경성 검토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울주군 보고서에는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설치 운영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환경성 검토의 주요 내용인 주요 봉우리 회피, 기존 탐방로 회피, 멸종위기종 및 법적보호종의 서식지 및 산란처 회피, 생물다양성 및 보존가치가 높은 식물군락의 회피 등 주요 의제들이 모두 빠져 있다"면서 "오로지 식생에 대한 검토만 제출돼 있는데 이 보고서로는 신불산의 환경을 제대로 이해조차 할 수 없고,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환경보호 대책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케이블카 추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군립공원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받아야 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하는데 자료가 이처럼 빈약한 것은 울산시와 울주군의 준비 정도가 소홀한 것 아니냐"며 "직선거리로 7km 지역에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가 있고, 신불산이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에 위치한다는 점 등에 미뤄볼 때 좀더 엄격한 환경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의원은 특히 울구준 보고서가 외부기관의 객관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보고서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에는 삭도(케이블카) 설치 사업주체는 당해 사업의 운영수익 등 경제성 검토 및 사회적 비용편익분석 등이 포함된 비용편익분석보고서를 제출해 당해 공원관리청이 지정한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음에도 외부기관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케이블카 설치 자체를 법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고 지역주민들이 추진을 원한다면 최소한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울산시와 울주군은 이제라도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세 58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면 이는 당연한 것"이라며 "만약 타당성이 없다면 깨끗하게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민주적인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인영 의원은 "10월 5일 진행되는 낙동강유역환경청 국정감사에서 신불산 케이블카 문제를 집중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2013년 10월 신불산 로프웨이 사업을 공식 발표하고 지난해 4월 신불산 로프웨이 기본계획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작년 5월, 8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 현황조사가 실시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12월 환경영향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작년 12월 15일, 지난 3월 27일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협의회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울산시, 울주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환경단체, 통도사 관계자,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덧붙이는 말

이종호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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