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은 '미래구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대선전략과 관련한 몇가지 단상

'인간해방' 이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작성한 분이, 미래구상 참여자들에 대한 반론을 쓰면서 제목에 '조희연'도 넣었더군요. 성공회대 조희연은 '미래구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아마 중앙일보에 이름이 들어 있어서 넣은 것 같은데, 현재 정정보도 요청을 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사실에 관한 것이므로, 인간해방은 제목에서 이름을 빼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왕 기사를 쓰게 되니, 저의 생각을 몇가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10일 민주사회정책연구원 토론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미래구상을 하는 것 자체의 의의를 인정하지만 단지 민주노동당과 민중진영을 '상수' 혹은 '독립변수'로 놓고 시민사회운동진영이 대선개입을 하려면 하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비판적 지지'를 노동자정치세력과 민중정치세력 내부에 '촉발'하는 방식으로 해서는 않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민노당이나 민중운동은 2004년 총선을 통해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이를 돌이켜서는 않된다고 생각하고 민노당이나 민중진영 내부에서 일부 분파가 이에 흔들려서도 않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정치세력화 혹은 민중정치세력화의 초기단계, 자기정립단계, 확대발전단계로 나눈다고 하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초기단계에서는 이른바 '비판적 지지'의 입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 나타났지요. 그것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세력의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리반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룹들이 그렇게 선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초기단계를 이미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적 지지'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자기정립'한 노동자정치세력, 민중정치세력--물론 현재 복합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을 강화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요.

단지 시민사회의 '국민적' 정치운동을 하는 쪽에 대해서 저는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노동자정치세력과 민중정치세력의 '주체적 발전'의 수준과 '중도리버럴의 정치적 위기'의 시점이 '괴리'되는 데서 나타나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중도리버럴 정치세력의 위기에서, 10-20명의 중도리버럴 국회의원들을 민노당이 '흡수'할 수 있으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이 현재 자기정립의 단계를 막 경과하였기 때문에, '헤게모니의 정치' 혹은 '포섭의 정치'를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10-20명이 와도 받아들이기도 어렵습니다. 예컨대 3-4명만 온다고 해도 다음 공천을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2004년 기준으로 10석에서 3-4석을 양보할 수도 없고 그럴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중도세력들의 '합종연횡'과 다양한 노력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저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 보다는, 한나라당이 집권하지 않는 것이 진보정치세력의 '성장'에 좋은 환경이라고 보기 때문에, 다양한 노력들에 대해서 '무익'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제가 민노당을 지지하지만, "'민노당'만 지지하고 있으면 좋다"는 입장하고는 다른 점이 이 지점입니다(저는 보수정치세력 타격과 동시에 위기에 처한 중도리버럴 '타격'전략을 사고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약간 생각이 다르지만요)

제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그러한 합종연횡'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진보정치세력--현재로서는 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이 자기정립단계를 거쳐서 확대발전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하는 것이지요. 이 점에서 중도리버럴의 위기는 좋은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보정치세력은 중도리버럴--미래구상 까지 포함하여--과 '연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급진적인 개입을 통해서 오히려 전체적인 '지형' 자체를 급진화시키고 진보정치세력의 영향력을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도리버럴의 위기의 국면은 '비지적 연합'의 전략이 아니라, 급진적 개입전략을 오히려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진보정치세력의 '급진적' 노력 자체가 사실 보수정치세력과 중도리버럴의 경쟁에서 후자에게도 좋은 것이지요.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효과'가 노무현에게도 부정적은 아니었지요. 오히려 큰 보탬이 되었지요.

여기서 저는 진보정치세력 내부에서도 온건한 입장들이 과거 비판적 지지와 같은 입장으로 회귀해서는 않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권영길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대선국면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레디앙에도 썼지만(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3542), 87년 체제로부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계급적 역관계 자체를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의 선도는 진보적인 운동과 정치세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제도적 운동이 게급적, 정치적 지형 자체를 확장하고 거기서 제도적 정치세력이--심지어 민노당 까지도--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 관계상,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좀더 자세하게 논의를 전개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건투하십시요.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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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뛰르

    해석의 여지를 두기위해 원문을 훼손하면 안되겠지만, 올바른 해석의 길잡이는 필요하다는 생각에 감히 글을 씁니다.
    글 내용중 "....중도리버럴의 위기의 국면은 '비지적 연합'의 전략이 아니라..."란 문장이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비지적 연합'은 쉬운말로 "bg적 연합"을 해석하는게 저자의 의도에 합당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