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 이후를 준비하자

“미친 소 이후를 준비하자!”

* ‘대중 찬가’가 곳곳에서 울려 나오고 있다. 진보정당이나 노동조합이나 시민운동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을, 깨알처럼 흩어져 있던 대중들이 스스로 모여들어 ‘무정형의 발랄한 행동’을 통해 본때있게 압박하고 있는 지금의 대중투쟁에 대해 어떤 이는 ‘21세기 아나키즘 민주주의’의 출현이라고까지 칭송했다.

이렇게 놀라운 대중의 자발성으로부터 우리가 많은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운동을 통해 표현된 ‘대중의 자발성’에 대해 두고두고 성찰하고 통찰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 그러나 지금은 ‘대중의 자발성’만 믿고, 그들의 후미에 서서 그 흐름을 따라만 갈 때가 아니다. 아무리 ‘대중의 자발성, 창조성’에 놀라운 구석이 있기로서니 그들이 알아서 세상을 착착 바꿔나갈 것이라고 그것을 숭배하고 물신화할 일은 아니다. 지금의 대중운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지, 깊게 숙고하고 앞장서 실천할 조직적인 무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 운동은 어느 지점에 가서 제풀에 주저앉는다.

* 정세를 보자. 이명박은 여전히 ‘GO’를 외칠 것이라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러나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양보할 수도 있다’‘재협상을 할 수도 있다’고 이미 꼬랑지를 내렸다. ‘에프티에이 체결’에 서둘러 나서야 하는 한국 지배세력 전체의 입장에서, 또 미국의 입장에서도 “광우병 싸움이 계속 격화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중운동이 갑자기 움츠러들지 않는 한, ‘쥐박’씨가 아무리 ‘엇박’을 밟는다 해도 주변에서 ‘쇠고기문제는 후퇴하는 게 상책’이라는 의견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이틀 뒤는 아닐지라도 6월중에 그런 변화가 올 가능성이 꽤 높다.

* 그런데 그랬을 때,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단지 ‘굴욕적 협상’에 대한 민족주의적 울분의 차원에서 이명박을 규탄했던 일부 대중들처럼 시원하게 손을 털고, ‘대중이 언젠가 다시 일어서줄 날을 기다리며’ 이 싸움을 마무리지어야 하는가? 그것이 이 사회와 민중에 대해 책임을 지는 태도인가?

* 지금까지의 대중운동도 ‘표적’이야 ‘미친 소’에서 출발했지만, (응축돼 있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요, ‘수돗물 괴담’ ‘의료보험 괴담’ ‘고속도로 괴담’처럼 앞으로 닥칠 자본의 공세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가 국민 대중을 거리로 나서게 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싸움은 ‘미친 소’를 넘어 ‘미친 정권’에 총체적으로 맞서는 싸움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데,
이것을 그저 대중의 자연발생적인 행동 표현에 맡겨두고 만족할 일이 아니잖은가.

* ‘미친 소’ 반대를 여러 다른 의제로 넓히는 데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당장 눈앞의 일로 떨어져 있는 ‘에프티에이를 수용할 거냐, 말 거냐’의 문제로 운동의 동력을 모아내지 않는다면 여지껏의 ‘의제 넓히기’는 아주 보잘것없는 의의 이상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에프티에이 반대싸움은 기존의 사회운동이 “사실상 접어버리고 지내지” 않았던가? 젖 먹던 힘까지 모아, 다시 싸움을 일으키는 일은 전혀 간단하지 않은 일이 아닌가?

* ‘미친 소’ 반대투쟁에 진정성을 품고 나섰던 많은 분들에게, 우리 모두에게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을 건넨다. 지금 우리가 수많은 대중의 동참으로 하여 원기를 많이 얻었지만, 그 원기가 계속 이어지고 높아지려면 ‘더 치열한 싸움’을 시급히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눈길을 높여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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