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신정아 사건, 언론 치부 드러났다

피플파워  / 2007년09월28일 15시38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조수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빈/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조수빈/ 학위위조 파문, 권력형 메세나, 청와대 관계자와의 스캔들, 지난 한 달 여 간 ‘신정아’ 사건은 다른 뉴스들을 흡수하며 집중 보도되었습니다. 공직자와의 사적관계를 이용해 특혜를 얻은 이번 사건은 사건의 실체보다 개인의 사생활이 파헤쳐 지는 등 공사 구분 없이 보도되었습니다. 언론의재구성에서도 이를 한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요. 신정아 사건으로 언론 보도의 고질적 문제들이 모두 드러난 셈인데요. 오늘은 신정아 사건으로 본 언론 보도의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주영/ 결국 누드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여론의 비판이 언론으로 쏟아졌는데요. 이번 보도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면 어떤 건가요?


조수빈/ 압축적으로 설명한다면, 뉴스는 쏟아지고 있지만 팩트가 없고, 정보는 과잉되었으나 내용이 없다는 것이 신정아 사건 보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어느 부서의 관계자, 측근 등 블라인드된 인물의 발언이 자주 인용되었고, 항간의 소문 등 근거없는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습니다. 선정적 제목 뽑기도 여전합니다.
언론사간 보도 경쟁으로 선정적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정작 실질적 내용들이 전달이 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권력형 비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윤재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의 건설업자 유착 의혹은 신정아 사건에 묻혀버렸죠.


하주영/ 근거 없는 추측과 억측, 선정적 제목뽑기, 전형적인 황색언론의 보도 특징인 것 같은데요. 구체적인 기사 내용을 살펴봐주시죠.


조수빈/ 통신사인 연합뉴스 기사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연합뉴스는 11일 <변양균 신정아 ‘가까운 사이’ 실체는>이라는 기사에서 “검찰이 이들의 관계를 포착하게 된 것은 이메일의 계정 추적을 통한 송수신 빈도가 아닌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었다는 점” 이라며 “신 씨와 변 전 실장이 주고받은 수 십통의 이메일은 사적인 감정이 농후하게 담겼을 것이라고 가늠케 하는 대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또 “100여 통의 연애편지가 오갔으며 그 가운데는 노골적인 감정을 담은 것들도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적인 부분이라서 확인해줄 수 없다며 부인하지 않아 이런 추정에 신빙성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주영/ 이메일에 담긴 내용 때문에 검찰이 이들의 관계를 포착했으므로 이메일 내용은 사적인 감정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뭐 이런 뉘앙스인데요. 여하튼 두 사람이 어떤 관계 였는가에 상당히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또한 말씀하셨듯이 이들의 사적 관계를 짐작하는 추측 경위가 납득이 되지 않지요. 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부지검 관계자는 사실상 둘 관계를 짐작케 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다른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1일자 기사 <변양균 신정아 손잡고 사진 찍고 e메일 연서>에서 경향신문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부지검은 e메일과 또다른 압수품에서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며 “검찰 주변에서는 변실장과 신씨가 100여 통에 이르는 e메일을 주고받았고, 그 중엔 ‘부적절한 관계’를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주영/ 서부지검은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비호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언론에서는 검찰 주변의 말을 인용해 그들이 이른바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점에 주목한 셈이네요.


조수빈/ 네 그렇습니다. 서부지검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사적관계를 이용한 비리의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그 밖에 정황은 ‘검찰 주변’, ‘검찰 관계자’에 의해 나온 것이죠. 경향신문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비공식 루트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기사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제목에 뽑아 보도했습니다. 이후 언론은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단정짓고 보도합니다.


하주영/ 두 사람의 애정관계가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추측이나 근거로 단정짓는 것이 과도해 보이는데요. 또 지난 언론의재구성에서 이 관계를 ‘부적절한 관계’로 가치평가해 보도하는 것이 다소 편향되었다는 지적도 했었지요?


조수빈/ 네 그렇습니다. 앞서도 공사 구분 없이 보도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후 언론 보도는 검찰의 수사 과정과 무관하게 두 사람의 관계, 신정아 개인 사생활을 그야말로 까발리는 식의 보도를 일삼습니다. 한국일보는 13일자 기사에서 “변양균과 신정아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물증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해 그림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SBS가 보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내용의 근거로 타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한 사례입니다. 경향신문은 11일 ‘신정아 또 다른 부적절한 관계 있나, 린다김 사건과 닮은 꼴’에서 린다김과 신정아의 공통점을 나열하고 “린다김은 이전 장관뿐 아니라 다른 정관계 인사들과도 연서를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씨는 변 전 실장과의 관계만 알려졌다”며 “그러나 다른 공직자나 정권 실세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밝혀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주영/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추론하고 이를 입증하는 근거가 미흡한 느낌입니다.


조수빈/ 네 그렇습니다. 타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하는 것은 아주 저급한 수준이죠. 또 경향신문의 기사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신씨의 다른 비호 세력이 더 있을 것이라고 유추하게 된 경위가 신 씨와 유사하다고 판단한 린다김이 여러 정관계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인데요. 이도 납득이 가지 않지요.


하주영/ 이러다가 결국 누드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인권침해논란까지 온 셈인데요.


조수빈/ 네 그렇습니다. 사생활 보호 없는 언론 보도에 이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 기사들도 어김없이 나타났는데요. 선정적 제목뽑기, 전형적인 낚시질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주영/ 저도 제목만 보고 클릭하고선 아 낚였다 하고 후회할 때가 있었는데요. 어떤 기사들이 있었죠?


조수빈/ 원체 많은데요. 그 중에 중앙일보 13일자 <평소 신정아가 말한 기업 후원금 따내는 기법>과 <측근의 여자 못거른 청와대 검증>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자 기사는 지원 기업 CEO와 신 씨의 개인적 인연과 기업들의 해명을 중점을 두고 보도하는 내용으로, 이러한 내용을 ‘기업 후원금을 따내는 기법’과 연결하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어보입니다. <측근의 여자 못거른 청와대 검증> 기사도 마찬가지인데요. 이 기사의 내용은 사실상 청와대 내부 검증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담긴 것인데, ‘측근의 여자’를 운운하는 바람에 오히려 기사의 의미가 축소 왜곡된 경우입니다.


하주영/ 이번 신정아 사건을 통해 그동안 지적되어온 언론 보도의 문제점들이 낱낱이 밝혀진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시죠.


조수빈/ 언론에서 신정아의 개인 사생활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실질적 수사 내용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고, 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경선과 같은 정치적 이슈들은 부각되지 못한 채 묻혀버렸습니다. 또한 오히려 더 큰 권력형 비리로 알려진 정윤재 전 비서관의 유착 의혹은 여론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져갔는데요. 신씨의 입국 이후 검찰 수사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도 언론은 여전히 검찰 수사 보다 신 씨와 둘러싼 신변잡기식 보도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 신정아 사건으로 언론의 인권침해가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하주영/ 조수빈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조수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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