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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10년, 뭘 극복했다는 거지?

피플파워  / 2007년11월26일 11시26분

하주영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삼성 비자금 의혹으로 특검법안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삼성 건으로 특검을 실시한 것이 한두번도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수사결과는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특검법안 도입을 놓고 법사위에서 신당과 한나라당이 수사대상과 범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잘못하면 뒷돈 받은 것 있어 물타기하는거 아니냐는 의혹 제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이번에는 그 어렵다는 내부 고발과 증거도 있으니 본질 호도하지 마시고 제대로 수사하도록 방향을 잡기 바랍니다. 오늘 이슈피에서는 IMF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정`재계에서 요란하게 자축하고 있는 위기극복의 실내용을 살펴볼까 합니다. 영상부터 시작합니다.



영상 1: IMF 외환위기 10년



외환위기 10년, 뭘 극복했다는 거지?




하주영/ 오늘 함께 얘기 나눌 분은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의 저자 장귀연 선생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장귀연/ 안녕하세요(인사)


하주영/ 10년의 강산이 변해도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삶을 결정한 지난 10년 속에서 IMF 외환위기는 가장 핵심에 있습니다. 1997년 IMF 위기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장귀연/ IMF 외환위기는 그만큼 외국 자본의 움직임에 국가경제가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지요. 국가 경제가 하루아침에 망가져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저도 10년 전 기억이 생생한데요, 그때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참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평온하게 잘 생활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라 경제가 망했다고 하니까요. 그게 그냥 호들갑이 아니라 멀쩡해 보이던 회사가 망하고 갑자기 실업자가 되고 이러니, 뒤통수를 맞아도 세게 맞은 기분이랄까요. 멀쩡히 회사도 있고 공장도 있고 사람도 있고 생산도 할 수 있는데, 외국 자본의 농간이랄까, 어쨌든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이 땅 사람들의 삶이란 게 한꺼번에 망가질 수 있구나 하는 걸 절감하게 되었지요. 뭐 지금은 상식이 되었지만요.



하주영/ 왜 그렇게 된 것이지요? IMF 외환위기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장귀연/ 결국 외국자본의 흐름에 그만큼 흔들릴 수 있는 경제 메카니즘이라는 것이지요. 1990년대 OECD 가입을 위해서 자본시장을 개방했습니다. 그러면서 원화 가치가 고평가되고 경상수지가 확대되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른바 호황경제로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외자를 잔뜩 끌여 들인 상태였지요. 그런데 97년 홍콩 주가폭락에서부터 시작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시작되자 외국자본이 한국의 투자자금을 급격히 회수하기 시작했지요. 여기에 버티지 못한 겁니다.



하주영/ 당시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민중들의 호주머니까지 털어가면서 3년만인 2001년 8월 23일, IMF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했습니다. IMF모범생이라는 국제적 칭찬까지 받았는데요, 지금 정계, 재계에서 말하는 IMF를 극복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장귀연/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국가 경제 시스템의 변화, 체질 변화를 해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그 구체적인 것은 두 가지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본 및 금융시장 중심으로 재편하였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노동유연성을 강화했다는 것이지요.

하주영/ 그것이 경제위기를 극복한 방안이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의 삶도 더 좋아져야 하는데, 민중들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귀연/ 그렇습니다. 사실 정계나 재계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방안이라고 자찬하는 것을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는 좀 이해가 안 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위기를 신자유주의로 극복한다는 것인데요. 우선 자본과 금융 개방으로 말미암아 IMF 위기와 같은 경제공황이 발생한 건데, 그 극복방안으로 더욱 자본 금융 시장 중심으로 개편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또 그때 경제위기로 사람들이 가장 크게 고통을 겪었던 것이 실직하고 직장에서 잘려나갔던 것인데, 노동유연성을 강화했다는 말은 그런 고통을 언제나 반복해서
당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뜻 아닙니까? 그러니까 병을 더 악화시켜 서 병을 치유하였다는 말인데, 납득이 가시나요?





하주영/ 확실히 쉽게 납득은 안 가는데요.(웃음) 그렇다면 왜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경제의 체질개선을 이룬 것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장귀연/ 어느 쪽 입장에서 보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요. 자본과 금융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좋은 경제구조로 변하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수백억 수천억을 갖고 있다면 좋아졌다고 말할지도모르겠습니다.(웃음) 그걸 자유롭게 투자해서 더 많이 벌어들일 수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일을 해서 임금을 받아 그걸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더욱 불안해진 경제구조이지요.



하주영/ 그러니까 생각나는데요, 요즘 보통 사람들도 주식 펀드 투자 많이 하잖습니까?



장귀연/ 예, 개미 투자자들 말씀이시군요. 그러나 사실 이런 개미투자자들은 쉽게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 아닌가요? 도박판에서도 결국은 판돈이 많은 사람이 따게 되어 있잖아요? 금융자본시장이라는 것이 도박판의 원리와 같은 것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임금 받아서 살면서 거기서 조금 여퉈서 투자하는 월급쟁이 개미투자자들은 한계가 있지요.


하주영/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재테크라고 하잖아요?


장귀연/ 자꾸 그런 게 부각되는 것 자체가 고용과 임금이 불안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내가 일을 해서 임금을 받는 것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겠다는 느낌이 만연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정상처럼 만든다고나 할까요?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은 보장해 줄수 없으니 아쉬우면 니들도 금융자본의 털끝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든지.... 뭐 이런 협박이랄까 이데올로기이지요.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하주영/ 결국 정리해보면, 외환위기 10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구조를 바꾸었다는 뜻은, 자본의 입장에서는 더 자유로워진 것이지만, 민중들의 삶은 더 악화되게 만들었다는 뜻이군요. 노동자들은 고용과 임금에서 매우 불안해졌습니다. 많이 얘기되고 있는 비정규직이 이런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장귀연/ 말씀하신 대로 비정규직이란 IMF 경제위기 이후 10년 동안 노동시장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이런 말이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 IMF 경제위기 직후 1998년 초부터입니다. 그때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굉장히 충격적인 말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IMF 위기를 극복했다는 지금은 어떤가요? 기업 구조조정이나 그에 따른 해고, 이런 게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처럼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IMF 위기와 같은 위기적 상황이 노동자들에게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비정규직은 바로 그런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고 임금도 불안정하고 또 이른바 구조조정이라는 것으로 확확 고용관계가 바뀌어 버리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니까요.


하주영/ 지난 11월 21일은 바로 IMF 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한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노동자, 인권, 장애인, 빈민 등 한국 사회의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사회단체들은 21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 사회적 요구사항을 담은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영상 보고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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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 : IMF 10년 민중생존권, 노동기본권 해결을 위한 시국선언 ==================================================================




하주영/ 그런 위기적 상황은 비정규직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장귀연/ 그렇습니다. 사실 비정규직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일부 노동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다수이자 보편적 상황인 것이지요. 1999년부터 이미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만, 그런 수치를 떠나 구조조정의 일상화로 비정규직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정규직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하주영/ 그렇게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삶이 불안정해지는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장귀연/ 아까 IMF 경제위기 이후 10년 동안 정·재계가 주도한 극복방안이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더욱 신자유주의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것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신자유주의에 자유라는 말이 붙어있는데, 이 자유라는 것의 주체가 누구냐 하면 자본이거든요. 즉 자본이 이윤을 내기 위함이라면 자유롭게 뭐든지 허용하자는 거지요. 노동자의 삶은 안중에 없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적게 주면 이윤은 더 많이 남을 거 아닙니까? 노동자들을 맘대로 자를 수 있다면 자본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테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입니다.

하주영/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데요. 자본주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쓰지 않았습니까? 새삼스럽게 지금 문제되는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


장귀연/ 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자본의 입장에서야 노동은 비용에 불과하니까요. 자본은 항상 그러고 싶어합니다. 자본이 그렇게 마음대로 전횡하는 것을 막아온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입니다. 자본에게야 비용이지만, 노동자들에겐 삶 자체 아닙니까? 자본이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많이 내기 위해서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나락에 빠뜨릴 자유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투쟁했습니다. 그런 투쟁 끝에 성립된 것이 노동권이고요. 예를 들어서 노동3권과 같은 것도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지요. 세계적으로든 한국에서든 힘든 투쟁 끝에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서 자본의 힘이 훨씬 더 강해졌습니다. 자본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노동자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견제하고 조금이라도 제어할 노동의 세 력이 약화된 것이지요. 그게 신자유주의입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확산과 노동의 불안정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주영/ 정말 안타까운 얘기입니다. 상황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장귀연/ 크게 보아서는 자본주의의 세계적 흐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세계 자본주의는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물론 그때 한국은 고도성장기였지만, 자본주의 핵심부 지역에서는 이미 한계가 나타나고 있었지요. 이런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에 대한 자본의 대안은 바로 자본에게 더 많은 자유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야 죽든 말든 자본은 살아야겠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1990년대 초반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자본은 눈치 볼 데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세계화, 자본이 전세계적으로 자유롭게 전횡하는 체제가 성립된 것입니다. 일단 이런 세계적 흐름이 형성되니까 노동의 세력이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무력해졌지요. 한국과 같은 곳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바로 IMF위기라는 것이 세계적 자본의 움직임에 한국 민중들의 삶이 망가진 전형적인 사례 아닙니까? 그런 흐름에 대항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 결과가 불안정노동의 확산이고요.


하주영/ 그렇다면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노동세력의 약화와 불안정노동의 확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장귀연/ 크게 보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나라별로 지역별로 다양하지요. 노동자의 힘이 어느 정도이고 노동운동의 전통이 어떠한가, 민중들이 이러한 자본주의 흐름에 어떻게 저항하는가에 따라서 많이 다르지요. 이제는 국경과 인종을 넘어 전세계 민중들의 대안세계화 흐름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주영/ 그런 것이 희망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요란하게 선전해댔지만, IMF위기 후 10년 동안 민중들의 삶은 계속 고통뿐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참 암울한 기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다시 얘기할 수 있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귀연/ 올해는 IMF위기 10주년일 뿐 아니라,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대투쟁 이전에는 한국에서 노동권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요. 노동자들이 투쟁으로써 쟁취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비정규직이라는 방법으로 노동의 힘과 권리를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노동권이란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권리입니다. 그것은 자본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명제입니다. 수많은 인간들의 삶이 걸린 것이니까요. 20년 전의 노동자대투쟁이 증명한 것처럼, 지금 보기엔 어렵고 힘든 상황인 것 같이 보여도 민중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체제가 계속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분명히 민중들은 투쟁할 테니까요. 선언적인 얘기 같지만, 사실은 아주 구체적으로 역사가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하주영/ 오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귀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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