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

오래 일해서 심장협심증? 한국타이어 역학조사결과

피플파워  / 2008년03월04일 15시45분

하주영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지난 20일에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역학조사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결론은 공장내 발생한 고열과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가 갑작스런 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인데요, 조사결과라 하기에는 어정쩡한 발표가 아닌가 합니다. 오래 일해서 심장협심증이 발발했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만 유가족들은 조사의 미흡한 지점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 첫순서 이슈피에서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과 관련한 한국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그간 상황을 영상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오래 일해서 심장협심증? 한국타이어 역학조사결과


하주영/ 오늘 함께 얘기 나눌 분은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입니다.


이상윤/ 안녕하세요(인사)


하주영/ 한국타이어 노동자 중 사망자와 질환자의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약 6배나 높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현재 퇴직, 현직 노동자 중에 사망자와 질환자의 규모가 어느정도나 됩니까? 그리고 그 증세는 어떻습니까? ①


이상윤/ 한국타이어(주)의 허혈성심장질환에 의한 표준화사망률은 현직 근로자에서 전국 사망통계에 비해 2006년에 5.6배로 유의하게 높았으며, 허혈성심장질환의 하나인 협심증에 의한 표준화의료이용율은 현직 근로자에서 2005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한 의사 진단 연간 협심증 유병률에 비해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2.6배, 2.4배 높았습니다. 퇴직 노동자는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현직 노동자는 이와 같은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분명히 지금 현재의 현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하주영/ 지난 1월 20일 산업안전보건연구소의 한국타이어 작업환경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까? ②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결과 미흡, 추가 조사 반드시 필요해


이상윤/ 만족할 만하지는 않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노동자들이 심장질환으로 집단 사망한 것의 원인이 현장의 노동조건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추정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결론입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현장의 고열과 과로 및 교대제 노동이 관련되었을 가능성만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한국타이어 사측의 억압적 노무관리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암, 유기용제로 인한 건강 피해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거나 아예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분명 추가적인 조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주영/ 그렇다면 이번 역학 조사에서 작업 환경 중 문제가 있는 것은
무엇이라는 결론입니까? ③




이상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것은 고열 환경, 연장 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 인체 리듬과 맞지 않는 교대근무 등입니다. 이 부분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관련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보기에는 이것에 더해 한국타이어 사측의 억압적, 비민주적 노무 관리와 통제가 스트레스를 높이고 이러한 것들이 심장질환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단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사망, 질환 원인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이번 발표는 이도저도 아닌 발표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고열과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를 심장질환 돌연사 원인이라니 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동안 유기용제로 인한 중독은 왜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까? ④


이상윤/ 맞습니다. 조사팀은 시간의 부족과 역학조사 자체의 한계를 이야기하였지만, 그러한 것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어정쩡한 결론이라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물론 심장질환과 같이 여러 가지가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의 경우 역학조사라는 방법으로 구체적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검찰 조사 등과는 다른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조사를 시행했을 경우 사측의 억압적, 비민주적 통제로 인한 스트레스 등의 문제도 어느 정도까지 문제 제기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유기용제의 문제는 조사팀의 해명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조사팀의 권한은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사망의 원인을 밝히는 것으로 국한되어 있어, 유기용제로 인한 건강 문제는 권한 밖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만큼 이전 조사팀이 권한이 없어 못했다면 새로운 조사팀을 꾸려서라도 이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하주영/ 현재 심장질환으로 사망하신 분들도 있지만, 현업에 종사중인 노동자와 퇴직 노동자 중에도 심각한 유기용제 중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황이 어떻습니까?⑤


유기용제 위험 조사 등, 현장 접근성 제한으로 한계


이상윤/ 이에 대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현직노동자와 퇴직 노동자 중 몇 분이 유기용제 중독으로 이미 산재 보상을 받은 기록이 있고, 현재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이와 관련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도 현장 접근성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전모를 파악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심장질환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주영/ 노동자의 돌연사를 해결해 보겠다고 시작한 것인데,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으니 유가족들도 답답한 심정일 것 같은데요, 그 반응은 어떻습니까? ⑥

이상윤/ 이번 역학조사 결과는 개별적 사안에 대한 인과 관계 파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역학조사 결과로 인해 확실히 공장 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명확해졌으니만큼 이전에 비해 개별 산재 인정과 관련된 판정에도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별 사례에 대한 검토도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사실 지난 1월 8일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중간발표에 대해 주류 언론은 물론이고 유가족, 시민사회 단체가 조사 과정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었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었습니까? ⑦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이미 청소한 공장애서 작업환경측정


이상윤/ 중간발표는 그야말로 무책임한 발표였습니다. 사실을 왜곡한 것은 없었지만 사실에 대한 해석을 충분히 해주지 않아 마치 노동자들의 사망이 현장 노동조건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도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저희가 초기부터 주장한 바와 같이 유족대책위 추천 전문가의 참여가 보장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현장 조사시 사측의 방해와 사전 조작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업환경측정시 사측이 깨끗이 청소하고 이전에 사용하던 유해물질을 다 치워놓은 상태에서 측정이 이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측정은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하주영/ 그렇다면 이번 최종 발표에도 이런 문제점들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문제가 되는 지점은 여전한 것인가요? 아니면 검사 과정에 더 추가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인가요? ⑧


이상윤/ 그러한 문제가 최종결과발표시까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결국 이와 같은 미흡한 결론이 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역학조사 최종결과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하주영/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 또한 이번 조사결과의 한계입니다. 몇몇 분들의 말씀 들어보고 계속 얘기나누겠습니다.




하주영/ 아쉬운 것은 현직에 있는 노동자와 회사 측의 도움없이 검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회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아프면서도 이런 검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못했나요? ⑨


현직 노동자, 한국타이어 사측 노무관리 때문에 아파도 쉬쉬


이상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역학조사의 특성상 회사와 노동자가 담합하여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면 사실을 밝히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장 환경을 왜곡했다면 이에 대한 증언이 있어야 하고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내부 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측의 억압적, 비민주적 노무관리 역시 노동자들의 증언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한국타이어는 이러한 부분이 너무 없습니다. 오랜 동안 지속된 억압적 노무관리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 오히려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는데 노동조합도 조합원들의 건강을 위해 어떤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자각하기를 바랍니다.


하주영/ 그렇다면 문제는 한국타이어의 그간 노무 관리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어떤 상황에 있었습니까? ⑩


한국타이어 군대식 노무관리, 산재처리자는 작업복도 따로 입혀


이상윤/ 이는 민주노동당 한국타이어 분회원들을 통해 부분적으로 증언된 것이기에 전모를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증언에 따르면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가 병영과도 같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들어오는데 일어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식적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재를 은폐하기 위하여 산재 신청을 한 사람은 특별한 옷을 입혀 사업장을 돌아다니게 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해 애쓰는 이들을 ‘빨갱이’라고 지칭하며 고립시키고 징계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하주영/ 현재 상황을 다시한번 돌아봤으면 합니다. 사망자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역학 발표 이후 어떤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⑪


이상윤/ 조사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단 개별 사례에 대한 산재 인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유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건강문제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역학조사를 요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심장질환뿐 아니라 암, 유기용제 중독, 피부질환 등 한국타이어 노동자가 호소하는 모든 건강문제에 대한 실태 조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해 회사와 정부의 책임있는 후속 조치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현재 한국타이어 사측은 자신들의 근본적 문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억대의 돈을 들여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행했던 억압적 노무 관리 행태를 반성하고 노사 관계가 민주적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고위관리를 징계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회사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고소 고발을 한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정부도 한국타이어 문제의 핵심인 한국타이어 사측의 비민주적 노무 관리 행태에 대해 행정의 칼날을 들이대야 합니다.


하주영/ 문제는 현직에서 날마다 골병들고 있는 노동자들이 문제일 텐데요, 이들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입니까? ⑫




한국타이어 사측, 발병 노동자 대책 없고 억대 건강관리 프로그램 구상


이상윤/ 사측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억대의 돈을 투자하여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노동자가 건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이미 발생한 환자를 관리하여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일 뿐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프로그램은 오히려 또다시 문제를 은폐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근본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한국타이어의 작업환경 및 노동조건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조건들을 하루 빨리 고쳐야 합니다.


하주영/ 일개 공장이나 회사 차원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조치를 분명히 취해야할 사안인 듯한 데요, 정부가 취해야할 조치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알려진 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 사위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차남이라고 하는데, 한국타이어 사측에 대한 정부의 대응 기대할 수 있을까요? ⑬


이상윤/현재 정부는 특별근로감독과 그에 따른 행정 및 사법 조치로 자신이 할 바를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부는 이 문제의 핵심 원인에 대해 칼날을 들이대야 합니다. 더불어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대기업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받는 과태료나 불구속 기소 후 받는 벌금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회사측은 공공연히 ‘법대로 하라’고 배짱 튕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별근로감독으로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발견되었지만 그것에 따른 행정 처분은 7천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고, 사법처리를 의뢰하였지만 기업에 친화적인 검찰은 불구속기소하여 역시 몇천만원 수준의 벌금으로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과태료 내고 벌금내고 말겠다는 심보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법제도의 한계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경우 이와 같이 고의성이 강한 노동자 사망의 경우 사업주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최고의 경우 엄청난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여 기업이 파산에 이르게 할 수도 있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제도적 보완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의 기업 친화적 노동 행정을 볼 때 과연 그것이 가능할 지 회의적입니다. 더구나 ‘고소영 S라인’ 내각이니 하는 말들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들위주의 정책을 펴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돈 기업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하주영/ 오늘 출연 감사드립니다.


이상윤/ 감사합니다.
참새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세상 편집국이 생산한 모든 콘텐츠에 태그를 달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단어, 또는 내용중 중요한 단어들을 골라서 붙여주세요.
태그: 한국타이어 / 심장협심증
태그를 한개 입력할 때마다 엔터키를 누르면 새로운 입력창이 나옵니다.

트랙백 주소 http://www.newscham.net/news/trackback.php?board=power_news&nid=46645[클립보드복사]

민중언론 참세상의 재도약에 힘을 보태주세요

덧글 쓰기

민중언론 참세상은 현행 공직선거법 82조에 의거한 인터넷 선거실명제가 사전 검열 및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므로 반대합니다. 이에 따라 참세상은 대통령선거운동기간(2007.11.27 ~ 12.18)과 총선기간(2008.3.31 - 4.9) 중 덧글게시판을 임시 폐쇄하고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토론게시판의 덧글을 보여드렸습니다.
선거운동기간이 종료되었으므로 기존 참세상의 덧글게시판 운연을 재개하며, 선거운동기간 중 덧글은 '진보넷 토론게시판 덧글보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선거실명제 폐지 공동대책위원회  ->참세상 선거법 위반 과태료 모금 웹사이트

잘 읽으셨으면 한마디 남겨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