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

백혈병, 에이즈 치료제 개발하면 뭐하나

피플파워  / 2008년03월31일 18시33분

하주영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금값보다 비싼 약값 때문에 질병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순금 한 돈이 약13만원이라는데, 하루 약값에 약14만원 달라고 우기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P에서는 최근 백혈병, 에이즈 치료제 약값 논란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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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 보건의료단체, 환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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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오늘 함께 얘기 나눌 분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소원 활동가입니다.


정소원/ 안녕하세요(인사)


하주영/ 최근 백혈병 환자 및 HIV/AIDS 감염인들이 스프라이셀과 푸제온이라는 신약의 약가 인하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어떤 약이기에 이렇게 높은 값을 달라고 하는 건가요? ①


정소원/ 스프라이셀은 백혈병 치료제입니다. 푸제온은 HIV/AIDS 치료제입니다. 두 약제 모두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쓰는 새로운 치료제입니다.




하주영/ 이 스프라이셀과 푸제온의 가격이 대단히 비싸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비싸길래 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는 겁니까? ②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1년 투약비용 5천만원 요구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 1년 투약비용 2천2백만원 요구


정소원/ 스프라이셀의 경우 2007년 1월 식약청 허가를 받은 뒤, 아직 보험등재가 결정되지 않아 가격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만, 제약회사에서 제시한 약값은 1정당 69,135원입니다. 1일 투약량이 2정이므로 1일 투약비용은 14만원이 되는 셈입니다. 1년으로 치면 5천만원이 됩니다.
푸제온의 경우 2004년 5월 식약청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해 11월 1병에 24,996원으로 보험등재가격이 결정되었습니다. 1일 2병을 투약받아야 하므로 하루에 5만원, 1년에 2천2백만 원입니다.
에이즈 치료제의 특성상 병용요법을 할시 연간 약제비 3,000만원이 넘어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로슈는 아직까지 푸제온을 국내에 시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가격에는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A7조정평균가인 43,235원으로의 인상을 주장하면서 2005년과 2007년에 약가 인상 조정 신청을 냈습니다. 현재는 30,970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은 로슈가 요구가격을 낮춘 것이 아니라 환율이 떨어지면서 산정된 가격입니다.




초국적 제약회사 약가책정, 한국이 미국에 많게는 2배나 높아


하주영/ 제약회사가 이렇게 약값을 비싸게 책정할 때는 나름의 근거가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제약회사 BMS와 로슈는 어떤 근거를 들고 있습니까? ③


정소원/ 사실 제약회사들이 약가를 산정하는데 있어서 어떤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개발비용이나 원가에 근거해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로 인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관철시키고 있습니다.
두 약에 대한 제약회사의 논리를 살펴보면 우선 스프라이셀은 글리벡 내성환자들이 먹는 약입니다. 그동안 글리벡 내성환자들은 글리벡을 고용량으로 복용해 왔는데, 스프라이셀 약가는 글리벡 고용량 투약비용과 같은 수준으로 약가를 산출한 것이 1정당 6만9천원이라는 가격입니다. 그렇지만 글리벡 가격은 국내에서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글리벡의 국내 가격은 23,045원인 반면 미국 연방정부들이 계약을 맺을 때 쓰는 FSS 가격은 19,135원, 연방정부에서 의약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4개 기관 BIG4 가격은 12,490원이므로, 미국에 비해 많게는 2배까지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부풀려진 글리벡에 기준해서 스프라이셀 약가를 산정한 셈입니다.


푸제온의 경우는 로슈 측에서 A7 조정평균가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A7 조정평균가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 7개국 공장도 출하가를 평균한 금액에 부가가치세와 유통거래폭을 가산한 금액입니다.
A7 조정평균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두 가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을 비교국가로 삼게 되므로 우리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가격 구조가 다릅니다. 공장출하가에 유통마진과 리베이트, 세금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하주영/ 한편으로 비싸면 효과가 좀 낮더라도 다른 약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들 회사에서 만드는 약 말고는 다른 약은 없는 건가요? ④


정소원/ 스프라이셀이나 푸제온 같은 경우는 그러한 대체 약제가 없기 때문에 필수약제로 분류되어 현재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가장 효과적인 의약품이 있다면, 환자들은 당연히 가장 좋은 약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이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목적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주영/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너희 나라만 비싼게 아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국가마다 약값 책정이 따로 되고 있나요? ⑤


정소원/ 초국적 기업인 제약회사들은 이런 일에 대비해 각국의 약가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시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소득 수준의 차이가 수십배 수백배가 나는데 이렇게 동일한 약가정책을 쓴다는 것은 돈없는 국가 국민들은 약을 못 먹어도 상관없다는 식인 겁니다. 어떤 국가의 국민이건,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는 적당한 약가”가 있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주영/ 그러면 BMS와 로슈 같은 초국적제약회사가 요구하고 있다 해서 약값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 등 한국정부에서도 이들 제약회사와 약가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데, 그간 진행경과와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⑥


정소원/ 2007년부터 신약의 보험 등재는 비용-효과성을 고려하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보험적용 여부를 결정한 뒤에, 공단과 약가 협상을 통해 보험약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 약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중 필수약제에 해당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조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현재 스프라이셀은 지난 1월 약가협상이 결렬된 후, 필수약제로 판정되어 지난 3월 14일 보건복지부의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직권등재’(제약회사의 의지와 무관하게 등재 결정) 여부를 판단하기로 하였으나 연기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푸제온 역시 약가인상조정신청으로 약가협상 과정을 거쳤지만 지난 1월 협상이 결렬된 채 종료된 상황입니다. 복지부에서는 현재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하주영/ 만약 우리정부가 스프라이셀에 대해 적정한 가격에 '직권등재'를 결정한다면, 현재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는군요? ⑦


직권등재, 약가 고평가 및 제약회사의 공급 중단 우려남아


정소원/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습니다. 두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제약회사에서 요구한 가격에 등재결정이 날 경우입니다. 부풀려진 글리벡 약가, 또 그것에 근거해 산정된 스프라이셀 약가는 또 다음 신약의 산정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약가가 고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제약회사가 특허를 무기로, 생명을 담보로 요구한 독점가격을 제어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또 복지부에서 보다 낮은 약가에 등재결정을 할 경우에도 문제가 남습니다. 푸제온의 사례처럼, 약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급을 하지 않는 경우에, 그것을 강제할만한 장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주영/ 이제 환자들이 더 이상 길거리에 나서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지난 약가 투쟁 관련 영상 보고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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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 :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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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제약회사의 협상이 별 소용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유시민 전 장관 시절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을 골자로 한 약제비적정화방안이 시행된 것으로 아는데요. 이렇게 되면 그 효과가 아예 없는 것 아닌가요? ⑧


약제비적정화방안, 약가산정기준없어 제약회사 제시가격에 좌우


정소원/ 2007년부터 시행된 약제비적정화방안은 보험급여 의약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의약품에 대해서만 보험 적용을 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각 의약품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데 ‘비교약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약제비적정화방안 시행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글리벡과 같이 비교약제의 가격이 고평가된 경우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제약회사들이 계속 주장하는 ‘A7조정평균가’는 99년 한미 무역 통상문제로 의약품 상환제도가 논란이 되었을 때, 미국의 압력에 의해 도입된 기준입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있어 왔고, 약제비적정화방안 시행으로 신약의 가격은 ‘공단과의 협상’으로 결정되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약가산정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제시하는 가격에 크게 좌우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주영/ 한편, 그간 한미FTA 때문에 국내에서는 포지티브리스트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한미FTA가 발효될 시 국내 약가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⑨


정소원/ 미국은 전세계 에서 의약품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이고 제약기업 경쟁력이 전세계 최고라 할 만합니다. FTA 협상 때도 우리나라 약가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강화될 것이므로 특허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약을
중심으로 약가가 올라감으로써, 보험재정이나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하주영/ 중요한 건 환자 당자사들인데요, 그동안 환자들이 직접 제약회사를 상대로 싸움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⑩


정소원/ 네, 국내에서는 2001년 백혈병 환우회와 보건의료단체들이 글리벡 약가 인하와 정부의 강제실시를 요구하며 1년 반동안의 싸움을 했습니다.
그리고 초국적 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이라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고, 실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례로 남아공에서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와 병행수입을 실시하자, 제약회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국제적 연대와 지원으로 그 소송을 취하하게 했던 ‘프레토리아 소송’이 유명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주영/ 현재 환자들과 보건의료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떤 대응으로 하고 있나요? ⑪


환자와 보건의료단체, 반복되는 약가인상에 근본적 문제제기


정소원/ 저희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금 당장 스프라이셀이나 푸제온 가격을 10% 깎자, 20% 깎자는 등의 흥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스프라이셀과 푸제온을 통해 드러난 약가 산정기준의 문제, 제약사의 과도한 독점권 문제, 약제비적정화방안의 무력함 등등을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살펴보자는 것이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 정부가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들을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글리벡 투쟁이후 7년이 지났으나 그때의 문제들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어느 수준에서 타협하고 넘어가면 역시 같은 문제들이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우리의 목표는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는 '가능한' 가격에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주영/ 그러나 앞에서 지적하신 '푸제온' 사례와 같이, 제약회사들이 '배째라' 식으로 나오면 이걸 통제할 방법이 없는데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요? ⑫


정부의 적극적 대처, ‘강제실시’,‘병행수입’ 등 가능할 것


정소원/ 정부에서 ‘강제실시’를 하거나 ‘병행수입’을 할 수 있습니다. ‘강제실시’는 국가가 특허권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대신 특허 사용권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강제실시’를 시행하면 보다 낮은 가격에 약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병행수입’은 같은 약이 나라마다 다른 가격에 팔리는 경우 더 싸게 파는 국가에서 수입해오는 것을 말합니다. 그 외에도 의약품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공적인 기금을 마련한다든지, 특허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특허풀과 같은 제도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주영/ 현실화 가능성에 있어서 정말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데요, 실제 사례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⑬


정소원/ 실제 태국에서는 칼레트라와 에파비렌즈라는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를 시행하여 국영기업(GPO)을 중심으로 저가의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때 제약회사에서는 자사 제품을 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하고, 그 제품 가격을 50% 이상 인하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브라질에서도 에이즈 치료제인 에파비렌즈에 대해 ‘공공을 위한 비상업적 사용’을 위한 강제실시 조치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하주영/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소원/ 건강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의약품’, 아픈사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의약품은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인 것입니다.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혹시라도 약이 공급되지 않을까봐 두려워하거나, 약값이 무서워서 약을 먹지 못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 환자들과 활동가들이 투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우리들의 이런 투쟁을 지지해주시고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주영/ 오늘 출연 감사드립니다.


정소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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