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플러스

촛불집회, 변화한 광장의 정치

피플파워  / 2008년06월12일 19시01분

하주영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미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40여일간의 국민 목소리가 이명박 정부 퇴진까지 이어지자 정부는 정책대안이라며 몇가지 제스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각은 사의를 표명하고 있고 6`10촛불대행진후인 12일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결국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여준 셈인데요, 촛불이 시작된지 한 달이 훌쩍 지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 뭐가 핵심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초등학생도 하고 있다는 논술교육이나 한번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현장플러스에서는 촛불집회, 그 거대한 광장의 여러 가지 모습을 살펴볼까 합니다. 집회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재치있는 말들, 재미있는 퍼포먼스와 음악 공연까지 피플파워가 영상에 담아왔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하주영/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활동가와 얘기나누겠습니다.


미류/ 인사


하주영/ 6월 5일부터8일까지는 72시간 촛불대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었죠? ①


미류/ 모든 연령대가 참석,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도 많아. 초반부터 두드러졌던 여성들의 참여가 많았다는 점. 21년 전 자신도 거리에 있었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정체화한 사람들도 많아. 장애인들이 나오고 무지개깃발도 나왔음.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람.


하주영/ 이번 촛불대행진에서는 새로운 모습들이 많았는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기발하고 재치있는 말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떤 말들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②


촛불집회 현장, 풍자의 말은 실재의 권력을 대체할 수 있어야




미류/ 기존의 집회들에서는 요구사항을 담은 정갈한 구호들이 많이 나왔다면 이번 집회에서는 훨씬 다양한 말들이 나왔음. 물론 “미친소 너나 먹어”나 “병신”과 같은 욕설도 있었음. 그러나 이번 촛불에서는 권력을 비트는 말들이 많았음. 배후세력 운운할 때 “배후는 이명박이다”라거나 경찰의 해산방송을 할 때 “노래해”, 물대포로 살수할 때 “온수” 등을 외쳤던 것은 촛불 안에 그만큼의 자신감이 있다는 것. 누군가를 조롱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보다 우위에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 풍자의 힘은 정치적 구호보다 강할 수 있음.
다만, 실재하는 권력의 힘을 대체하는 데로까지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 모든 현실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조롱은 냉소로 급격히 소진될 수도 있음.


하주영/ 문화적 변화도 상당했었죠? 거리공연을 하는 시민과 재치있는 퍼포먼스도 많이 목격이 되었습니다. 이전 집회 문화와는 많이 달랐었는데요, 축제 같았다고 할까요? ③


미류/ 이전의 대규모 집회들이 비장함이나 결연함을 기본적인 정서로 했다면 이번 촛불의 분위기는 유쾌함과 자신감을 바탕의 정서로 깔고 있음. 물론 이전의 집회들에서도 난장이나 피스몹 등 다양한 양식이 고민되고 있었음. 그것이 대규모 집회로 확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 축제는 서로의 상상력들을 촉진한다. ‘불법주차 차빼라’는 구호가 어느날 주차딱지 스티커가 되어나오는 등의 모습들. 축제를 통해 일체화되는 정서는 역동적인 만큼 더욱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음. 여기에 정치적 목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때 축제는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을 것.


하주영/ 반면 집회의 자유발언을 통해서는 그동안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사회문제를 서로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토론과 강연을 통해 더욱 심화되었는데, 어떤 이슈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④


시민들의 토론과 강연, 사회 의제와 민주주의 토론장으로 이어져


미류/ 물 사유화나 건강보험 민영화 등 우리 일상에 숨어있던 의제들이 끄집어져나왔음. ‘사회권의 정치’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음. 물, 전기, 의료, 식량 등은 대체로 정치적 의제이기보다는 정책적 경쟁으로 해소되는 사안들이었음.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의제들이 집단적 저항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음. 한국에서는 그것이 광우병 쇠고기의 문제로 터져나왔다고 볼 수 있음. 이것이 국회나 토론회장 같은 곳에서만 얘기되었다면 여전히 정책경쟁에 머물렀을 것임. 그러나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시민들이 거리에서 자발적인 토론을 시작하면서 정치적 의제가 되었음. 촛불이 시작된 이후로 공식적인 집회나 거리행진이 끝난 후 서로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은 매우 많았음.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토론되었음.


그동안 당연하게 보아왔던 것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생각이 확산됨. 이것이 민주주의의 증식임. 그동안 대의제도의 한계에 갇혀있던 민주주의가 거리로 나오면서 더욱 본질적인 질문들로 들어간 것임. 72시간 촛불대행진이 있는동안 인권단체연석회의는 헌법1조 길거리특강을 기획했음. 지나가던 시민들이 둘러앉아 많은 사람들이 듣곤 했는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국민소환제를 비롯해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이 오갔음.


하주영/ 사람들의 열망 자체가 분출되는 이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간 사회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과 행동을 해온 사회활동가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하주영/ 촛불집회 과정은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기존 사회 문제제기 집단인 노동사회단체는 큰 변화를 느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⑤


미류/ 현재 제기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노동사회단체들이 이미 제기해왔던 문제들이기도 함.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단체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정세인식에서 출발해 그것이 표출되는 사안들에 대한 투쟁으로 내려왔다면 지금의 촛불은 “내가 고기 먹다가 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단 말야?”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한국사회와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임. 둘 사이에 간극이 있었고 기존의 단체들이 정치적이라고 판단한 사안을 일상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키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함. 한-미 FTA 등의 사안은 “불안”을 근거로 한 투쟁이었는데 이게 현재는 “불만”에 기반을 둔 투쟁으로 전환되었음. 앞으로 이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두 집단이 서로 섞여들어가야 할 것임.


하주영/ 인권의 측면에서도 많은 시민들의 의식에 많은 진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⑥


미류/


하주영/ 이렇게 집회를 함께하는 주체가 다양해지고 확장이 된 것에는 광장이라는 역동적 공간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요, 토론과 정치의 인터넷 광장이 확장되었기 때문 아닐까요?⑦




온라인 공간의 역동성, 창조적 생명력이 오프라인까지 연장되길


미류 /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움. 인터넷 광장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그날 저녁 촛불에서 현실을 만들어나가고 있음. 현재 싸움의 의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볼 수도 있는 패션, 쿠킹 까페나 개별적인 블로거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출발해 동일한 의제로 모여들고 있음. 온라인 공간의 소속감을 드러내는 깃발들도 꽤 많이 나왔음. 물론 각종 쁘락치 논쟁 등 서로의 정체성이 확인되기 어려운 온라인 공간의 특성-장점이기도 한- 때문에 부작용도 생기는 듯함. 또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은 무력감을 차단하며 창조적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것이 오프라인에서도 뻗어나가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임.


하주영/ 그간 인권운동을 해 오신 사회활동가로서 이번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느끼신 부분이 남달랐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⑧


미류/ 이번 촛불을 보면서 나도 참 수동적으로 살아왔다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음. 그리고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려는 욕구를 보면서도 쉽게 끼어들지 못하겠는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음. 거리에서 사람들이 토론을 할 때 나는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입 안에서 굴리기만 했음. 이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함. 그동안 ‘운동권’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스스로를 가두는 압박이 되기도 했으나 정당한 비판을 열린 광장에서 받아들이고 부당한 비난에 대해서는 시민들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꿈틀대기 시작한 민주주의에 대한 감동을 받고 있음. 우리가 만들어가려고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자유와 평등, 평화와 생태 등의 가치를 놓치지 않고 더욱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람.


하주영/오늘 출연 감사드립니다.


미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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