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에 대해 배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5개월, 진실이 자랄 수 있도록

“이러고 있을 시간에 집에 가서 사랑하는 가족들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주세요.”

8월 22일 청운동사무소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려 가는 가족들을 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7반 영석 엄마, 권미화 씨가 울부짖으며 던진 말이다.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9월 13일 멀리 광주에서 올라온 전남대학생과 간담회를 나누던 자리에서 9반 예지 엄마 엄지영 씨도 대학생들에게 말했다. 만약 살아있다면 아이가 2년 후면 저런 모습이었을 텐데……. 그래서 설레고 아리다.

“같이 있을 때 너무 못해준 게, 얘기 들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그러지 못한 게 너무너무 한이 돼요. 예지하고 싸우면 말도 안하고 꽁하고 있다가 먹는 걸로 해서 풀어주고, 아니면 지가 먹는 걸로 풀어주고. 왜 그렇게 싸웠나? 왜 그렇게 살아왔나? ‘엄마, 있잖아. 이거 있잖아.’, 그러면 ‘응. 알았어. 좀 이따’, 난 그런 얘기를 왜 했나. 그런 생각이 진짜 많이 들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학생들도 주변에, 옆에 있는 사람 얘기하면 잘 들어주고 엄마 아빠한테 짜증도 덜 내주고 하루에 한 번 두 번 사랑한다고 전화도 해주고. ‘많이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 이런 말을 해주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사랑에 대해 배우고 있는지 모른다. 너무 늦은 사랑, 너무 이른 사랑에 대해. 일상에서 서로를 느끼지 못해 사랑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람들이 관계의 파열, 강제적 분리로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다. 사랑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로부터 이르게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 친구를 잃은 사람, 동료를 잃은 사람 등, 그들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배운다. 그/녀의 얘기에 귀기울여주기, 사랑을 온몸으로 말로 표현하기……. 나도 문득 엄마가 떠올라 전화기를 든다.

  지난 5월 17일 서울 도심을 가득 채웠던 5만 촛불 행진 [참세상 자료사진/ 김용욱 기자]

우리는 사랑에 대해 배우고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유가족들과 함께 하며 나는 생각한다. 국회 농성장에서 광화문 농성장에서, 청와대 앞에서, 거리에서…….

8월 1일 한여름 저녁 무렵 국회,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구름이 밀려간 짙푸른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보인다. 7반 엄마들이 말한다.

“어, 웬 일이래? 서울 하늘에서 별이 보이고.”
“그러게. 아마도 우리 애들이 우리 보고 싶어서 별로 떴나보다.”
“그래. 오늘 저기에 뜬 별은 7반 애들 별로 하자. 저건 우리 애 별이고.”


별 하나에도 아이가 떠오른다. 좋은 것을 보면 나눠주고 싶고 슬픈 일을 보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랑은 무엇을 보든 그/녀가 떠오르고 생각나고 보고픈 것. 섬광처럼 비친 엄마들의 눈빛과 눈물에서 사랑을 읽는다.

광화문광장이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농성장에서 엄마들이 함께 노란 리본을 만들면서 나누는 풍경은 사무치는 그리움이 뭔지 보여준다. 엄마들은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서로 보이며 우리 아이가 어땠는지, 무얼 좋아했는지를 수없이 주고받으며 보고픈 마음을 달랜다. “우리 애는 춤을 잘 췄어”, “우리 애는 저널리스트가 꿈이었는데”, “우리 애는 살을 10kg나 뺐었는데”……. 8월 13일 청와대로 가려던 길목을 경찰에게 막혔을 때, 5반 창현 아빠 이남석 씨는 흐느끼며 말했다.

“누가 시간이 가면, 세월이 흐르면 잊혀질 거라고 말하나요? 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 창현이가 보고 싶어 죽겠어요. 한번이라도 창현이를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직도 내 귀에 생생히 꽂힌 그 통곡!
“안아보고 싶어. 보고 싶어. 우리 아이 진짜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어..엉..어.”

8월 30일 세월호 촛불집회가 끝나고 행진하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막혔을 때, 영석 엄마가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발언하자, 앉아있던 유가족 틈에서 터져 나온 눈물의 절규를, 긴 시간 끊이지 않았던 그 울음소리.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심장을 콕 찌르던 통곡, “안아보고 싶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아이를 가족들이 사랑한 일을 죄라 말하려는가. 사랑해서 쉽게 잊을 수 없고, 사랑해서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은 거다. 그러니 부디 잊으라, 강요하지 마라.

우리는 국가의 잔인함에 대해 배우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 16일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7반 수빈 엄마 박순미 씨와 9반 예지 엄마 엄지영 씨가 대학생과의 간담회에서 그날 해경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안 했는지 전했다.

“나중에 안 건데, 원래 안개가 10시 이전에 안개주의보가 걷히지 않으면 절대 출항을 할 수가 없대요. 그런데 9시 반에 안개가 조금 걷혀가지고 안개주의보가 풀린 거야. 안개는 끼어있는데, 안개주의보를 해제를 시킨 거야.”

“17일 새벽에 우리 애들이 있는 그곳으로 배를 타고 갔어요. 엄청나게 헬기도 많고 해경도 많은데, 의아하잖아요. 갔는데 조그만 배 몇 척만 있고 이(세월호) 주위만 빙글빙글 도는 거에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에요?’ 물어봤더니 ‘아이들 구조한다는 거에요.’ 그 배를 뱅글뱅글 돌면서 어떻게 애를 구조해, 그게 말이 되냐고요.”

“선장이 나올 때 혹시 아이가 창문 두드리는 거 보셨나요? 그 애가 저희 애(이수빈)에요. 고개만 살짝 돌려도, 그 유리창 깨쳤어도 아이가 나왔을 텐데, 왜 팬티바람으로 나오는 그 선장만 구하는지, 솔직히 살아있는 아이들도 구한 애들은 없잖아. 걔네들이 살고 싶어서 바다로 뛰어든 거잖아.”

“생존 학생들이 배 안에 살아있는 애들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팽목항에 갔어요. 가서 배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119 아저씨가 있는데 창문을 깨면 아이들이 나올 수 있는데 해경 애들이 못 깨게 했다는 거예요. ‘어, 정말 못 깨게 했어요?’ 물었더니 망치도 있고 해서 깨려고 했더니 해경이 못 깨게 하고 끌고 나왔다는 것에요. ‘지금이라도 가서 (창문)깨가고 구해야 한다.’ 자기가 오죽 답답하면 거기 앉아가고 통곡을 하고 있더라구.”

“배에 있는 데로 가고 싶어서 해경에게 얘기했더니 준비가 안됐다고 기다리라는 거예요. 1시간을 기다린 거야. 6시가 넘었는데도 해경이 배를 대 줄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애 아빠들이 6만원씩 거둬서 60만 원짜리 빌려서 갔어요. 8시간 돼서 거기 도착했는데, 낚싯배로 거기 40분밖에 안 걸려요. 그런데 해경이 가면 2시간이 걸리는 거예요. 낚싯배는 직진으로 가는데, 해경은 한참 돌아서 가는 거예요.”

“9시 넘어서 해경이 배를 대줘서 아빠들이 많이는 못타고 20명. 엄마아빠들 타라고 했는데 기자들이 다 탄 거예요. 아빠들이 화난 거지. ‘기자들 다 내려’ 다 내렸어요. 그런데 유경근 대변인이 ‘그래도 이거는 언론에 알려야 하니 대표성 띠는 사람, 카메라 한명, 기자 한명 타라.’ 그래 두 명을 태워 갔어요. MBC에서 다 찍었어요. 그런데 정작 MBC에서 찍은걸 내놓지를 않는 거야. 기자들한테 안 푼 거야. 똑같이 신문사 기자들도 공유하기로 하고 사진을 찍고 취재를 했는데도 안 푼 거야. 그러고 한 달 있다가 공유를 한 거야. KBS고, SBS고. 왜 공유 안 했냐? 우리는 그날 바로 생방송으로 나가길 바랐고. 국민이 다 알고 우리 애들이 저 안에 있다는 걸 다 알고 구조해주길 원하는데, 왜 찍었는데 공유 안 했는지.. 그래서 팽목항에 계속 비가 왔는데, 엄마들 20~30명이 기자들 앞에 무릎 끓고 빌었어요. 한 시간 동안. 제발 방송 내보내달라고. 비 맞으며 바닥에서. 기자들이 ‘어머니, 죄송해요. 저희도 내보내고 싶은데 위에서 못 내보내게 해요.’ 이게 현실이더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이제는 많이 알려진, 국가가 아이들을 구조 못한 게 아니라 구조하지 않았고 그것마저 철저히 숨겼다는 끔찍한 사실. 세월호에 탑승했던 300여명의 사람들을 죽게 했던 그 4월 16일에 대해 우리는 알고 싶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0명에 대해 묻고 싶다. 그것은 유가족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유가족들로부터 배운 사랑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이기 때문이다. 이웃이 죽었는데 당연히 그 이유를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밝혀진 게 없고 책임진 게 없는 국가가 우리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한다. 무엇을 그만 둬야 하는가. 진실을 밝히는 일? 아니면 진실을 숨기는 일?

생명이 부서진 자리에 진실이 자랄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개월. 사랑은 진실과 맞닿고 싶어 한다. 생명이 부서진 자리에 진실이 자랄 수 있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진실과 맞닿은 사랑이 빛을 발하고 그 빛으로 남은 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진실로 가는 길은 쉽지 않고 어둡기만 하고 진실의 끝자락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치고 힘들고……. 더구나 철통같은 질긴 권력의 문 앞에서 25일 넘게 농성하고 있어도 꿈쩍 안 하는 모습에 더욱 지쳤으리라. 그러나 언제나 포기하고 싶을 때 찾아왔던 희망의 줄기, 그 희망의 줄기를 만들었던 바람과 햇살이었던 맞잡은 손, 연대의 손. 지금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

그러니 침묵과 외침 사이에서 주저했던 사람들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오자. 세월호에 대해 얘기 나누는 열린 공간을 곳곳에 만들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탑승자들이 어떻게 죽었고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무엇을 봤으며 당시 정부와 언론은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 나누자. 그것은 기억투쟁이자 미래를 만들어가는 현재의 싸움이다. 그렇게 기억하고 다양하게 행동하자. 연극배우 장용철이 아닌 시민 장용철로서 광화문에 나왔던 것처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명의 존엄함을 아는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 세월호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권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탐욕의 권력이 생명을 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달라진 세월호 이후로 가는 관문이리라.



태그

세월호 , 세월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김현이

    세월호가족,국민들~박그년이 두눈뜨고 있는한 아무것도 바라지마세요~임기가 긑날때쯤이면 어떤인간이 대통령후보로 나설지는 모르지만,일단 정권 쟁탈을위해 박그년는 까이게 됐것입니다.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셔야 될것 같군요~박그년과 그일당들 개끌려 가듯이 끌려가는 비참한 모습을 곧 보개 될것입니다 새정연도 믿으면 안됩니다 다~~~한패걸인거 더~잘알겠지요 선원들 뻔뻔한거 봤지요 과연 누굴 믿고 그러겠습니까?증거만 없을 뿐이지 다아는 사실 입니다(맨처음 배에서 기어나와 전화질 했던 키큰 선원새키 그개샹놈 전화 통화기록을 잡아내야 합니다~왜,선주를 잡아야 하니까요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