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오롱 제품을 사지 않는다

[코오롱 불매 연속기고(6)] 자본의 세상에서 버티는 법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윤리와 법을 앞세워 자행하는 비윤리적 행위와 불법경영은 거대한 자산을, 대를 이어 쉽게 물려받는 세습 자본주의 천국 대한민국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스캔들이다. 회사를 위해 10여 년을 넘게 헌신해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한순간에 거리로 내쫓기는데 몇 년간 회사에 손실을 내는 오너는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아 챙긴다.

거리로 내쫓긴 노동자들이 다시 일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걸고 10년의 세월을 싸워왔음에도 윤리라는 말을 버젓이 경영목표로 내세운 기업은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사람의 일생 중에 20년의 세월이 연루되어 있다.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 세월을 부정할 수 있단 말인가!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은 10년 동안 안 해 본 싸움이 없었다.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단식은 물론 송전탑 고공농성 본사로비점거, 천막농성, 때로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한 목숨 건 투쟁의 역사를 써 왔다. 그렇게 10년을 살았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자. 10년 동안 누군가가 자기 집 앞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문을 두드려 왔다면 그 사람을 외면 할 사람이 있겠는가? 한번쯤은 그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유령 취급하는 기업에 대해 과연 시민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겠는가?

나는 코오롱 제품을 사지 않는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코오롱 제품에 관심이 없거나 그 제품을 사지 않을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현 시점에서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이 선택한 불매투쟁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고자 함이다.

지금의 투쟁은 10년을 견뎌온 그들의 삶의 조건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또 다시 앞으로 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노사간의 합의를 파괴하고 탐욕과 부도덕을 일삼는 기업에 불매라는 수순은 건강한 시민사회의 당연한 결과다. 그들이 거리가 아닌 일터로, 천막이 아닌 집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 노예가 아닌 주체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함께 소비하지 말고 함께 견디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사람 사는 세상의 당연한 풍경이리라. 그 이야기의 연대가 모여 사람의 역사를 이룬다. 이윤만 추구하는 부류들은 죽어도 알 수 없는 사람의 삶이다. 매주 2회씩 거르지 않고 도시락을 나누고, 매주 화요일 마다 문화제를 열며 시간을 나누고, 내 상황만큼이나 타인의 처지를 생각하고,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인간세상의 당연한 풍경. 그 모든 것이 돈 없이도 가능한 우리들의 세상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던 길 위에서 코오롱 정투위 최일배 위원장을 만났고 그가 들려준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그들은 이길 것이다! (그와 그의 동지들의 얼굴을 보면 당신도 확신이 생길 것이다.)

노동자들의 헌신이 없다면 자본가들의 시장은 한순간도 굴러갈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들의 소비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지라도 생각이 없는, 생각하지 않는 소비는 일단 멈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얼마나 쓸데없이, 쓸데없는 것들을 소비하는가. 최소한의 판단력과 최소한의 의식이라도 붙들고 있어야 온갖 쓰레기들이 난무하는 자본의 세상을 버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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