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 아이 업고 기아차 모닝 앞에 선 사연

[기고] 일터의 ‘세월호’ 동희오토, 사경 헤맨 젊은 비정규 노동자

작년 7월, 동희오토에서 37살의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조립공장 화이날 라인(대신기업)에서 일하던 황재민 씨가 야간근무 중식시간, 식당에서 대기하던 중 뇌경색과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입니다. 재중동포인 황씨는 2010년에 동희오토에 입사했습니다.

황재민 씨는 병원에서 두개골을 여는 장장 8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다행히 생명은 건졌습니다. 당시 병원 측에선 가족들에게 ‘장례준비를 하라’고 할 만큼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2차 수술에도 불구하고 몸의 왼쪽 전체를 쓰지 못하게 됐고, 장애2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술비만 4천만 원이 넘게 들었고, 재활치료에도 매달 백만 원이 넘게 듭니다. 황재민 씨는 사고당시 100일이 갓 지난 아기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자주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가끔 정신이 들면 “왜 나를 살렸냐”라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지금까지 세 차례나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황씨는 한돌이 된 아이를 안을 수도 없습니다. 혼자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합니다.

황재민 씨 부인 김려화 씨는 충남 서산의 전세금을 뽑아서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고, 하루하루를 고통과 눈물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결국 김씨는 사측에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며 지난 5월 20일 동희오토 정문에서 아이를 업고 1인시위에 나섰습니다.

[출처: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기아차 ‘모닝’이 베스트셀러자동차가 되기까지

황재민 씨가 일했던 동희오토는 기아차 ‘모닝’과 ‘레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희오토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기아차 직원도, 동희오토 직원도 아닙니다. 1,200여명의 생산직 전원이 18개 하청업체로 쪼개져서, 그것도 1년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생산직 100%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대한민국 ‘1호점’입니다.

기아차 ‘모닝’은 최고의 베스트셀러카로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지요. 수년째 생산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있고, 최단시간에 완성된 차량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의장공장의 편성률(공정/시간)은 9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이 하는 일도 많을 뿐더러, 실제 인건비 역시 다른 완성차 정규직의 절반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공장입니다. 자본의 ‘꿈의 공장’입니다.

노동자에게 ‘골병’과 ‘죽음’의 공장

황씨의 안타까운 산재사고는 동희오토의 구조적인 문제가 낳은 비극입니다.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2시간 주/야 맞교대를 하면서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하루하루 골병과 만성피로, 위장병, 불면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으로는 그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장시간, 심야노동, 그리고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제2, 제3의 황재민 씨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희오토는 ‘무재해사업장’입니다. 크고 작은 사고와 골병 환자들이 넘쳐나지만 동희오토는 물론이고 하청업체 역시 줄곧 산재를 은폐해 왔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은 ‘산재신청=해고’를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침 맞고 물리치료를 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더 이상 몸이 버티지 못하면 스스로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무재해사업장의 비밀입니다.

[출처: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실왜곡과 산업재해 은폐, 비정규직은 쓰고 버리나

이런 현장에서 황재민 씨가 쓰러졌습니다. 평화롭게만 보였던 동희오토의 민낯이 하나둘 드러난 것입니다. 사고 직후, 하청업체는 가족에게 이례적으로 빨리 산재신청을 하라고 종용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황씨의 부인은 증빙서류 하나 없이 신청서 한 장만을 제출했고, 결과는 당연히 산재 불승인이었습니다. 심환관계질환의 경우, 산재승인이 쉽지 않은 조건에서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인 것입니다.

그러다 지난 6월,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겨우 황재민 씨 부인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함께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가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 산재보상신청을 종용했지만 뒤에서는 조사과정에서 불리한 증언들과 거짓말로 산재승인을 방해한 사실, 원청은 관리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단한 서류조차 제출하지 못하게 막은 사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악의적인 왜곡으로 황씨 개인의 문제로 몰아간 정황들이 속속 드러납니다. 여기에 황씨가 조합원으로 있던 어용노조 위원장 역시, ‘귀찮게 하지마라’며 부인의 간곡한 요청을 묵살해 버렸습니다.

‘가만히 있기’를 거부한다

우리는 황씨 산재 사건의 진실을 현장에 알리고 원청의 책임을 촉구합니다. 그동안의 잘못된 조사과정을 되짚으며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산재를 은폐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무시했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위탁생산공장의 하청노동자들일지라도 건강을 유지할 권리, 아플 때 치료받고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첫걸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물론 출발은 황재민 씨의 산재사건입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의 문제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현장의 투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결국 이것은 진짜 사장인 동희오토, 나아가 현대·기아차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구조에서부터 출발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일터의 세월호가 된 동희오토에서 우리는 가만히 있기를 거부합니다.

* 더 자세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투쟁을 확인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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