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기륭언니들과 농성장 마지막 잔치

[기고] 기륭 때문에 결혼한 후배가 없는 솜씨 부려 음식을 준비하며

기륭 언니오빠들을 얘기할 땐 우리라는 단어를 붙어요. 사실 친언니도 아니고 동지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도 하지만 우리언니는 훨씬 편한 호칭이에요. 물론 인섭 오빠도 계시구요.

언니들을 처음 만난 건 오년 전이에요. 그저 회사원이었던 제가 기록적인 단식과 지난 투쟁을 전설처럼 듣고 약간은 긴장하고 찾았던 농성장. 첫 대면부터 언니들은 절 무턱대고 환하게 웃으며 반겼어요. 연대를 반긴다기보다는 사람을 반겨주는 느낌, 언니들과의 첫 인연이었어요.

이후 밤마다 하는 문화제는 민중가요와 함께 서로를 다독이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왁자지껄 떠들다보면 다시 살아갈 힘이 나곤 했어요.

다시 단식을 하고, 포클레인을 점거하고, 흔들림 없는 그녀들의 투쟁 뒤에 숨어 연애를 했어요. 저와 지금 신랑은 기륭에서 만나 행여 투쟁 중에 누가 될까 숨죽여 연대하고 연애하고 있었어요. 2010년 11월 1일 1895일 만에 정규직 전환에 합의하고 승리보고대회를 하던 날 우리 연애한다며 웃었고 언니들은 알고도 속아줬다며 웃어줬어요.

그런 그들이 공장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야반도주한 사장 때문에 지금까지 철야농성을 이어오고 있어요. 얼마 전엔 사무실 농성장에서 우리 아들 지우 돌잔치도 치르게 되었어요. 돌잔치 이름을 붙였지만,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만든 자리였으나 오히려 지우돌상을 직접 준비해주셔서 친정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어요.

기륭 언니오빠들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투쟁해 왔어요. 전 아기 키우면서도 힘들면 하루 열두 번도 더 맘이 들쑥날쑥 하는데, 지난 십년간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그들의 해맑은 웃음으로는 가늠이 안 되네요.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그들이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요. 다음 주 월요일 농성장을 출발해 비정규직법에 반대하는 오체투쟁을 한다는데, 눈 내리고 한파가 몰아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말할 수 없이 맘이 아리네요.

지금 이 시간에도 프레스센터 광고탑과 쌍용차와 구미 스타케미칼 굴뚝에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에 맞서 농성을 하고 있고, 코오롱 최일배 위원장은 단식 40일째 쓰러져 실려갔지만 음식을 거부하고 있어요.

기륭언니들은 우리의 절박한 요구인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그들은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온몸으로 말하려 해요.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될 때까지 기륭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려 해요.

기륭의 연대와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이 지난 십 년을 도닥여주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준비하려 해요. 돌아오는 18일 여섯시. 그들의 농성장에서 마지막 잔치를 준비해요. 늘 이것 먹고 가라며 챙기느라 바빴던 언니들 손에 선물도 한 아름 안겨드리고 없는 솜씨 부려 음식도 나누려 해요.

기륭언니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음식을 양손에 들고 오시면 되요. 기륭언니들과 함께 나누었던 사연을 담아 오시고 함께 했던 추억을 들고 오시면 됩니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가 모임’이 개최하는 사진전 <우리 시대의 빛>도 함께 관람합니다.

3403일, 기륭 10년과 함께 나눈 추억들도 꺼내어 보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우리 기륭언니들을 함께 모여 응원해요.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우리 모두 함께 하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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